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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서식지 밀겠다는 제주도…환경조사 지적에 "뱀 나와"

입력 2024-05-10 19:46

전 세계 유일, 제주도에만 있는 '제주고사리삼'
서식지 동복곶자왈에 풍력발전기 설치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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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유일, 제주도에만 있는 '제주고사리삼'
서식지 동복곶자왈에 풍력발전기 설치 예정

[앵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주에만 있는 식물 서식지가 개발로 밀릴 위기에 처했습니다. 환경단체는 보존가치가 낮은 지역으로 지정된 환경조사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공사를 추진하는 제주도는 조금만 더 들어가면 뱀이 나오는데 위험해서 어떻게 조사를 하느냐는 식입니다.

이한주 기자입니다.

[기자]

제주도 동복곶자왈입니다.

다섯 개 잎 사이로 뭔가 뿔 같은 게 솟아 있습니다.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 제주고사리삼입니다.

[김정순/환경단체 '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 : 얘는 포자 번식을 하는데 뿌리줄기로도 번식을 해서 학자들은 얘는 이제 하나의 뿌리에서 다 나왔다라고…]

전 세계에서 제주도에만 발견됩니다.

햇빛이 들어오는 낙엽 아래 건습지에서도 극히 제한된 곳에서만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풍력발전기가 설치될 예정입니다.

제주도가 동복곶자왈의 보존 가치가 낮다고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5단계 보호등급 가운데 50%까지 개발 가능한 4-1등급으로 지정했습니다.

이미 멸종위기 식물이 훼손된 곳도 있습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개가시나무 군락지인 서귀포 대정곶자왈에는 영어교육도시가 들어섰습니다.

뒤늦게 발견해 다른 곳에 옮겨심었지만 절반이 넘는 10개체가 말라 죽었습니다.

추가로 개발이 예정된 곳도 솔잎난과 비바리뱀, 긴꼬리딱새 등 멸종위기종의 서식지가 발견됐지만 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제주도는 공사 전 환경조사에서는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동복곶자왈의 제주고사리삼 서식지에 대한 설명은 더 가관입니다.

[제주도청 환경정책과 관계자 : 내가 갔던 길에서 5m만 벗어나도 고사리삼이 있는 걸 어떻게 알아? 우리는 그 길 벗어나서 그럼 뱀 나오는데 어떻게 들어가, 그 험악진 데를…]

환경단체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김정순/환경단체 '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 : 현장조사 방식이 표본지역 정해놓고 그 표본지역 몇 군데만 현장조사를 하고 나머지는 위성이나 문헌을 반영하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죠.]

환경조사 이후라도 멸종위기 식물이 발견되면 추가조사를 거쳐 개발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환경단체는 동복곶자왈에는 제주고사리삼 외에도 모두 13종의 다른 멸종위기종과 보호식물이 더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개발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자연의 조화를 통해 소중한 자연환경을 후세에 물려주는 일은 이젠 선택이 아닌 의무입니다.

[VJ 김한결 / 작가 유승민 / 영상디자인 조성혜 / 취재지원 박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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