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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대 앞에 과자 상자 놓고 줄행랑…"폐지 판돈, 한 장 씩 다리미질"

입력 2024-05-06 18:51 수정 2024-05-0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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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연휴 마지막날인 오늘(6일) 오전 부산 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에 한 여성이 큰 상자를 들고 왔습니다. 경찰과 마주칠까 걱정하는 듯, 그대로 던져두고 달아나버렸는데 상자 안에는 "어려운 가정의 애기에게 전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와 1000원 짜리 지폐 서른 장, 과자와 옷 등이 들어 있었습니다. 자신은 '수급자 가정'으로 "폐지를 팔아 준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구대 경찰들, 편지를 보자마자 이 사람이 누군지 바로 알아차렸다는데요.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전한 게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자를 쓰고 얼굴을 가린 여성이 오르막길을 오릅니다.


그러다 갑자기 들고 있던 하얀색 상자를 던지듯 놓고, 그대로 뒤돌아 줄행랑 칩니다.

[정학섭/ 부산 덕천지구대 경감]
"놓고 돌아서 가기에 뒤따라갔어요. 뒤따라갔더니 없어요."

부산 덕천지구대 직원들이 상자를 열어보니 옷과 과자,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수급자 가정'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어린이날, 어려운 가정의 애기에게 전해달라'고 적었습니다.

'폐지 팔아 열심히 모았는데, 물건을 사고 나니 현금은 3만 원 밖에 안 남았다'며 민망해 합니다.

1000원 짜리로 서른 장, 너무 구겨져 '한 장 씩 다리미로 폈다'고도 했습니다.

신원을 확인할만한 정보는 없었지만, 지구대 직원들은 보낸 사람이 누군지 바로 알아챘습니다.

[정학섭/ 부산 덕천지구대 경감]
"딱 모습을 보니까 그 분 같더라고 느낌이… 저는 동일인이라고 100% 확신합니다."

지난해 10월, '부산 동구 목욕탕 화재로 다친 분들에게 전해달라'며 4만5000원이 든 상자를 두고 간 바로 그 사람이었습니다.

[정학섭/ 부산 덕천지구대 팀장]
"자기보다 더 불우한 환경에 있는 분들을 도와준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사실. 정말 훌륭한 분이다 생각합니다."

경찰은 이 따뜻한 마음이 꼭 필요한 아이에게 닿을 수 있도록, 행정복지센터에 물건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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