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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클뉴스] 두테르테, 남중국해 밀약?...필리핀 전·현 대통령 충돌

입력 2024-05-02 11:45 수정 2024-05-0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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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해안 경비 함정을 물대포로 공격하는 중국 해안 경비 함정들 〈영상=필리핀 해안경비대〉

최근 중국과 필리핀 사이의 영유권 분쟁이 끊이지 않는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해경선에 물대포 공격을 하는 충돌이 있었습니다. 현지시간 지난달 30일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 인근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남중국해서 또 무슨 일?〉

필리핀 해경은 중국 해경의 이번 공격으로 함정 일부 난간이 부서지고 천막 지붕이 파손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필리핀은 자국 해경선이 파손되는 피해를 본 건 처음이라며 날을 세웠습니다. 반면 중국은 필리핀 선박이 자국의 해역에 침입하였고 정당하게 이를 몰아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필리핀 정부에 "주권을 수호하려는 중국의 굳은 의지에 도전하지 말라"고 충고했습니다.
 

〈필리핀 정부, '몸값' 높이기?〉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중국과 필리핀 간 충돌이 잦아진 배경에는 달라진 필리핀의 정책 방향에 있습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이 중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선언한 겁니다.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정책도 펼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지난달 22일부터는 필리핀 영해 바깥 남중국해 해상에서 중국의 도발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중국을 겨냥한 미국과 일본과의 3국 협의를 통해 안보와 경제 지원을 얻어냈습니다. 이른바 '루손 회랑'인데 필리핀 주요 지역을 연결해 철도와 항만 현대화 에너지,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투자를 촉진겠다고 했습니다. 중국이 공들여온 '일대일로' 구상에 맞불을 놓겠다는 발상입니다.
 

〈'친중' 전임과 '정반대' 노선〉

이런 행보는 전임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는 정반대입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친중 성향으로 지난 2022년 6월까지 재임하던 6년 동안 중국에 몸을 낮췄습니다. 취임 후 해외 첫 순방지로 중국을 택하고 중국을 "가까운 이웃"이라고 불러왔습니다. 중국도 필리핀에 '일대일로' 사업의 연장선에서 인프라 투자를 약속하며 화답했습니다. 하지만 양국은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인프라 건설에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자금난으로 일대일로 사업도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남중국해 밀약설' 일파만파〉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밀약설까지 제기되면서 필리핀 내에선 분노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앞서 두테르테 정권의 대변인이던 해리 로케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세컨드토머스 암초에 위치한 폐군함 '시에라마드레'에 필수 물자만 보내고 시설 보수나 건설은 하지 않기로 구두로 합의했다"고 폭로했는데요. 리사 혼티베로스 필리핀 상원의원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반역죄'로 기소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전필리핀 대법관인 카르피오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행위가 "국익에 반한다"며 의원들이 이 거래를 조사하기 위해 제안한 입법 조사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전·현직' 두 정치 가문, 갈라서나〉

외교 기조를 두고 큰 차이를 보이는 두 전·현직 대통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략적 동맹' 관계였습니다. 지난 2022년 대선에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 사라 두테르테는 마르코스 대통령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뛰었고 현재 교육부 장관직도 맡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마르코스 대통령이 6년 단임제를 폐지하고 영구 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개헌을 추진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로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마르코스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맞서고자 '남중국해 밀약설' 카드를 꺼내 든 게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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