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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수 없게 방치된 성수대교 위령비…기억하기보다 잊고 지우는 우리들의 참사

입력 2024-04-17 13:39 수정 2024-04-1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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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참사를 추모하는 것은 슬픔을 위로하는 것만 아니라 참사에 대한 반성과 재발 방지를 위한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추모공간은 자본 논리를 이유로 참사 현장과 먼 곳에 아주 작은 규모로 만들어지거나 아예 방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사를 쉽게 잊고 지우려는 태도가 대형 참사를 반복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출근길 갑자기 무너진 다리에 32명이 숨진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서울 강변북로 위령비가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습니다.

잘 보이지 않지만 저기가 위령비가 있는 곳입니다. 제가 걸어서 최대한 가까이 와 봤는데요. 차들이 다니기 때문에 더 이상은 접근이 어렵고요. 주차도 막아놔서 차로도 걸어서도 가까이 갈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사방이 막힌 '외딴 섬'입니다.

[인근 주민]
"{이거 무단횡단해야 갈 수 있는 거예요?} 그렇지, 무단횡단 조심해야 해요. 아주 조심해야 돼요. {방금 차를 대고 이제 걸어서라도 가보려고 했더니 주차장을 막아놨더라고요} 저기 다 막아버렸네. 진짜 제대로 막아버렸네."

담당구청은 반복되는 무단 주차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행정편의를 이유로 추모도 막은 겁니다.

기념공간마저 없는 곳도 있습니다.

지은 지 얼마 안 된 아파트가 무너지면서 34명이 숨진 와우아파트 붕괴 현장입니다. 지금은 아파트들과 공원이 들어서면서 이곳이 사고 현장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건 바닥에 있는 이 작은 동판이 전부입니다.

그나마 계단 손잡이에 가려져 눈에 띄지도 않습니다.

주민들에게조차 이미 오래전 잊힌 기억입니다.

[원종인·전가현/와우공원 방문자]
"내려오면서도 이 붕괴 사고 이걸 보질 못해가지고 좀 더 크게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이 좀 더 다니면서 아 이런 사건도 있었구나 (할 텐데요.) 왜냐하면 기억을 해야 나중에 똑같은 일이 안 벌어지기도 하고."

그날의 아픈 감정과 기억은 시간이 지나며 흐려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참사는 되풀이됩니다.

우리가 추모공간을 만들고 관리하는 데 소홀해지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취재: 송우영
작가: 강은혜
VJ: 김한결
영상편집: 백경화
취재보조: 황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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