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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10·20대 우울증…급증하는 이유는?

입력 2023-10-0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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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재취업을 준비 중인 29살 김 모 씨.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몇 달 전부터 심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불안 증세 때문에 어떤 일에도 집중하기 어려워진 김 씨는 병원을 찾았고,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우울증을 진단받는 젊은 층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20대의 증가세가 두드러집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을 진단받은 20대는 18만 5942명이었습니다.

지난해 전체 우울증 환자는 100만 744명. 그중 20대가 가장 많았습니다. 30대(16만 108명), 60대(14만 3090명), 40대(14만 2086명)가 뒤를 이었죠.

증가 속도도 빠릅니다. 2018년 20대 우울증 환자는 9만 7675명이었습니다. 5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폭증한 겁니다.

남성보다 우울증에 취약한 여성의 경우 증가세는 더 심각합니다. 20대 여성 우울증 환자는 2018년 5만 7696명에서 지난해 12만 1534명으로 110.65% 늘었습니다.

극심한 취업난·코로나19에 20대 우울증 늘어


20대 우울증이 늘어나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극심한 취업난과 부의 양극화,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죠.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대는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해야 하는 나이인데, 요즘은 그게 쉽지 않다”면서 “취직이 워낙 어려워 일을 하지 못하는 데다, 그게 경제적 문제와 결혼 문제로도 이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결혼을 한다고 해도 내집마련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그런 여러 가지가 겹치다 보니 20대 우울증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영향도 있습니다. 많은 것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사회 활동이 어려워진 시기에, 1인 가구로 지내는 20대 젊은 층의 고립감이 더 심해진 겁니다.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매일같이 하던 일상이 깨지면서 우울증이 늘었다”면서 “특히 청년 우울증의 특징은 무기력인데, 무기력 때문에 더욱 밖에 나가지 않게 되면서 고립감과 우울증이 심해진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신과 진료에 대한 편견 사라져…진료받는 20대 급증”


그런데도 5년 사이에 우울증 환자가 두 배 가까이 '폭증'한 건 이례적입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우울증 환자가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는 있지만, 특정 연령대에서 짧은 시간 안에 환자가 급증한 건 의학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게 주된 이유라고 분석합니다.

백명재 교수는 “요즘은 유명인들이 공개적으로 우울증과 공황장애, 불안 장애를 치료받는 걸 이야기해도 비난하거나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면서 접근성이 많이 높아졌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진료에 대한 환자 부담이 전보다 많이 낮아져 진료비나 약값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며 “또 강남역이나 홍대 등 젊은 층이 자주 가는 곳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이 많이 생겨 더 많은 20대가 병원을 찾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사진=jtbc 화면 캡처〉

정신건강의학과〈사진=jtbc 화면 캡처〉

발견하기 더 어려운 청소년 우울증


20대만큼은 아니지만 10대 우울증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백종헌 의원(국민의힘)이 보건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진단을 받은 10대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5만7979명에서 지난해 8만5193명으로 46.9% 늘었습니다.

증가세만 보면 20대보다 낮지만 10대 중에서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우울증 환자가 더 있을 수 있습니다.

성인에 비해 청소년들은 스스로 우울증을 자각하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또 무기력증이 주요 증상인 청년 우울증과 달리 청소년 우울증은 두통·복통 같은 신체 반응이나 예민함, 폭력적인 행동 등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들은 사춘기 혹은 개인의 성향 문제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준수 교수는 “10대들이 우울증을 알아차리고 병원에 오는 건 성인보다 훨씬 적다”면서 “게임에 심하게 빠진다거나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도 기저에는 우울함이 깔려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권 교수는 그러면서 “건강검진을 하듯 학교나 사회가 청소년 정신건강을 미리 점검하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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