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대구 중앙로역에 정차한 전동차에 불이 났고 192명이 숨졌습니다. 내일(18일)이면 꼭 20년입니다. 유족들은 변변한 추모관 하나 없이 이 시간을 견뎠습니다.
이승환 기자입니다.
[기자]
살짝 흐렸던 평일 오전, 사고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짧고 다급한 전화가 쏟아졌고 그 목소리가 마지막이었습니다.
가족들은 무작정 뛰었습니다.
[황명애/대구지하철참사 유족 : 시내가 온통 새카맣게 연기였고, 차에서 내려서 막 뛰었죠.]
[윤근/대구지하철참사 유족 : 가니까 가족들이 막 많이 들끓고 있어요. 복잡하게.]
1300도 넘는 고열에 시신은 재로 변했고 그 시절엔 피해자가 현장에 있었다는 것도 밝히기 어려웠습니다.
[황명애/대구지하철참사 유족 : '내 자식이 여기서 죽었습니다'라고 스스로 자료를 만들어낸다는 게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생사가 확인되길 바랐고 한편으로는 확인되지 않길 바랐습니다.
[윤근/대구지하철참사 유족 : 망자 가족들을 실종자 가족들은 이 세상에 부러워할 게 없어서 (그걸) 부러워했습니다.]
CCTV로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가족들은 아파서 울고 반가워서 울었습니다.
참사 원인을 밝히고 싶었지만 온전하지 않았고,
[전재영/대구지하철참사 유족 : 사고 다음 날 물청소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이후에 쓰레기 더미에서 시신을 찾고…]
지난 20년, 참사는 반복됐고 매번 책임은 불분명했습니다.
[황명애/대구지하철참사 유족 : 대구 지하철은 물청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시장이 처벌 안 받았단 말이에요.]
[윤근/대구지하철참사 유족 : 도망친 기관사 두 사람에게 집중되었고…누구의 책임입니까.]
마음의 병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고 추모는 정치적으로 오해받습니다.
[윤근/대구지하철참사 유족 : 그런 참사가 이제 발생하지 않도록 기억해 달라 이겁니다.]
희생자 추모관은 아직 만들지 못했고 내일 추모제에 대구시장은 참석하지 않습니다.
(화면제공 : 오마이TV)
(영상그래픽 :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