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 레오 14세, 한국과 각별한 인연…"불고기·잡채 좋아하셔"[앵커]
오늘(9일) 새벽 새 교황이 선출됐습니다. 레오 14세, 사상 첫 미국인 출신으로 네 번이나 한국을 방문했을 정도로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습니다.
먼저 백민경 기자입니다.
[기자]
굴뚝은 네 번의 투표 끝에 '교황 선출'을 뜻하는 흰 연기를 뿜어냈습니다.
[레오 14세/교황 :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이례적인 첫 미국인 교황,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의 이력에 신도들은 환호합니다.
[짐 머레이/미국인 신자 : 새 교황이 전 세계를 함께 이끌어가길 바랍니다. 최근 미국인들이 해내지 못한 일이지요.]
시카고 태생인 프레보스트는 이탈리아계 아버지, 스페인계 어머니에게서 태어났습니다.
20년 넘게 페루 빈민가, 정글, 산악 지대를 가리지 않고 변방에서 신도들을 이끌어 '페루의 프란치스코'로 불렸습니다.
공동체와 대화를 중시하는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출신 첫 교황이기도 합니다.
영어와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에 능통한 '글로벌리스트'로도 불립니다.
선출 직후에도 모국어인 영어 대신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로 첫인사를 건넸습니다.
[레오 14세/교황 :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작지만 항상 용기가 가득한 목소리를 여전히 듣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으로 주교 후보자 투표단에 여성을 포함하는 개혁을 주도했고, 환경과 빈곤, 이주민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으로, 최근 진보와 전통의 갈등이 깊은 교계를 통합할 인물로도 여겨집니다.
너무 화려하다는 이유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거절했던 교황의 전통 복장, 진홍색 모제타를 골랐는데, AP는 "전통으로의 회귀를 어느 정도 암시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교황명은 강인함, 용기를 의미하는 레오 14세로, 19세기 말 노동권과 사회정의를 강조한 레오 13세의 뜻을 잇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교황청 브루니 대변인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살아가는지 교회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레오 14세는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총장 시절, 네 번이나 방한했을 정도로 한국과 인연이 깊습니다.
[장대건/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소속 수사신부 : 굉장히 소탈하시고 권위적인 면이 없으시고 불고기, 잡채 이런 것들 좋아하시고 잘 드셨다고…]
오는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 때 참석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2년 뒤 한국을 찾는다면 교황의 역대 4번째 방한이 될 수 있습니다.
[화면출처 VaticanNews·CIP CD Lambayeque]
[영상취재 이현일 / 영상편집 김동준 / 영상자막 차협 장재영]
133명 추기경 집결…새 교황 뽑는 '콘클라베' 오늘 밤 개막[앵커]
지금 바티칸은 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를 앞두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추기경 133명이 모였는데, 잠시 뒤에 첫 투표가 진행될 걸로 보입니다.
백민경 기자입니다.
[기자]
새 교황을 뽑는 비밀 투표 '콘클라베'가 바티칸에서 곧 시작됩니다.
성 베드로 광장은 들뜬 신자들로 가득 찼습니다.
[테레사 에스트라다 가이탄/멕시코 : 새 교황이 나서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기를, 전쟁과 배고픔이 멈추길 바랍니다.]
[테레사 카르손/미국 : 프란시스코 교황은 우리에게 놀라운 유산을 남겨 주셨습니다. 성령께서 다음 교황을 뽑는 추기경들을 인도하실 겁니다.]
투표 결과를 알리는 굴뚝도 며칠 전 설치됐습니다.
투표가 이뤄질 시스티나 성당 안입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아래 우리 시간으로 오늘(7일) 밤이면 첫 투표가 시작되는데요.
그동안 추기경들은 12차례의 비공개 회의를 통해 뜻을 모았다고 합니다.
회의에서 각자 의견과 지향점을 '3분 스피치'로 보여줬고, 교황청은 이를 통해 "대중과 가까운 목자가 새 교황이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이 안에서는 특별한 정견 발표 없이 간단한 대화만 나눌 수 있고, 소신과 양심에 따라 비밀 투표하게 됩니다.
언론에선 중도 성향인 '교황청 2인자' 피에트로 파롤린(이탈리아),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로 불리는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필리핀) 추기경을 조명하고 있는데요.
프란치스코 교황 때처럼 새 얼굴이 돌풍을 일으킬 수 있고, 최초의 아시아 출신 교황, 흑인 교황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무작위로 뽑힌 추기경 세 명이 투표 결과를 교차 검증하고, 기록한 후 발표합니다.
추기경은 총 133명, 전체의 3분의 2 이상 득표할 때까지 투표를 반복하게 되는데요.
결과가 나오면 투표 용지를 묶고 불태워 광장에 있는 신자들에게 알립니다.
검은 연기는 '재투표', 흰 연기는 새 교황이 나왔다는 뜻입니다.
첫 날인 오늘은 한 번, 이튿날부터는 하루 최대 네 번까지 투표할 수 있습니다.
2005년과 2013년 콘클라베는 모두 투표 시작 이틀 만에 결론이 났습니다.
이번에도 빠르면 오는 새벽 새 교황이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PD 김홍준 / 영상디자인 조승우 허성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