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의 밤' 담 넘던 야당 대표…182일 만에 대통령 당선까지[앵커]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직후 제1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시민들에게 함께 막아 달라고 호소하고 국회 담장을 넘었습니다.
계엄 사태 이후 6개월,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를 김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해 12월 3일 계엄의 밤, 제1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달리는 차 안에서 "국회로 모여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재명/대통령 (2024년 12월 3일) : 국회로 와 주십시오. 이 나라 주인이신 국민 여러분께서 나서주셔야 합니다.]
어둑한 샛길을 지나 국회 담벼락을 넘는 장면까지 실시간으로 중계됐습니다.
무장한 군인들은 모여든 시민에게 가로막혔고, 새벽 1시 1분쯤 국회 본회의장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습니다.
[이재명/대통령 (2024년 12월 4일) : 비상계엄은 원래부터 무효였고 국회 의결로 무효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됐습니다. 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두 차례 표결 끝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날.
이 대통령은 곧바로 국회 앞 집회 현장으로 나왔습니다.
계엄의 밤 시민들이 지켰던 곳은 환한 응원봉으로 가득했습니다.
[이재명/대통령 (2024년 12월 14일) : 여러분이 이 나라 주인임을 증명하고 계십니다. 함께 나아가고 끝내 이겨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넉 달간 찾아온 헌법재판소의 시간.
이 대통령은 헌재에 신속한 파면 결정을 촉구하는 동시에 직무 정지된 대통령의 빈 자리를 채워 나갔습니다.
179명이 숨진 제주항공 참사 당일 곧장 무안 현장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고,
[이재명/대통령 (2024년 12월 29일) :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많기는 합니다만 그게 뭐든 최대한 찾아서…]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긴 경북 산불현장에서는 이틀간 머무르며 이재민의 곁을 지켰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 경제 행보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재명/대통령 (지난 3월 20일) : 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잘 되고, 삼성이 잘 살아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 삽니다.]
4월 4일.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로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내려졌고, 엿새 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이재명/대통령 (지난 4월 10일) : 그냥 이름만 있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진짜 대한민국. 그 대한 국민의 훌륭한 도구. 최고의 도구, 이재명이 되고 싶습니다.]
90%에 육박한 득표율로 당내 경선을 통과한 이 대통령은 첫날부터 내란 극복을 전면에 내세웠고,
[이재명/대통령 (지난 5월 12일) : 내란 잔당들의 2차, 3차 내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들의 반란은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도 내란 단죄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재명/대통령 (지난 5월 27일) : 국회를 침탈했고 국민기본권을 이유 없이 제한했잖아요. 이게 내란이 아니면 대체 어떤 게 내란입니까?]
[김문수/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난 5월 27일) : 내란죄에 대한 재판은 지금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니까…]
비상계엄 선포 이후 180여 일 동안 내란에 맞서 온 이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하며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영상편집 이지훈 / 영상자막 차협 심재민 조민서]
검찰, '제주항공 참사' 조롱·허위 유포 유튜버 등 14명 기소대검찰청.〈사진=연합뉴스〉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검찰이 유족과 희생자를 조롱하는 글 등을 온라인에 올린 14명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대검찰청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인터넷 게시글과 댓글을 통해 유족 등에 관한 유언비어를 유포하거나 희생자와 유족들을 조롱한 피고인 14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과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모욕죄로 기소했다고 오늘(8일) 밝혔습니다.
이들 가운데 사안이 중한 피고인 1명은 구속 상태로, 나머지 13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 수사 결과, 피고인들은 '유가족 대표가 특정 당의 당원으로 유족을 사칭하고 있다',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적 없는데 유족들이 무연고 사체를 이용해 돈을 벌려고 한다'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지역을 비하하는 표현과 함께 유족들을 모욕하는 글을 게시했습니다.
특히 피고인 가운데 유튜버 2명은 유튜브 채널에 '무안공항 항공기 사건 영상 분석'이라는 제목의 게시물 등을 통해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실제 발생하지 않았고 CG 처리된 허위 영상이다', '사고 여객기는 모형항공기', '유족들은 세월호, 이태원 사건 때도 나온 사람들', '유족들은 전문 배우' 등의 허위 내용이 담긴 동영상 100개를 올렸습니다.
팔로워가 약 7000명인 한 피고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 게시판에 유가족 대표인 피해자의 사진을 올리고 자막으로 '유가족 호소인, 가짜 유가족으로 밝혀져. 진짜 유가족들 분통', '명단에 사망자 없음' 등의 허위 글을 작성했습니다.
대검찰청은 "경제적 이익이나 타인에 대한 보복·음해를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의도적으로 허위정보를 생성·유포하는 행위, 특정인에 대한 경멸적 표현을 반복적으로 게시하는 행위 등은 원칙적으로 재판에 넘기도록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최근 경제적 수익을 목적으로 인터넷에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행위가 만연하고 있다"며 "명예훼손 등을 통해 취득한 범죄 수익 환수에도 만전을 기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밀착카메라] "하늘에서 신혼생활 잘하고 있지?" 유족이 버텨온 100일의 시간[앵커]
17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최악의 여객기 참사, 어느새 100일이 넘었습니다. 희생자 가운데는 결혼 한 달도 안 된 신혼부부 노상훈, 윤휘수 씨도 있습니다.
두 사람의 신혼집은 여전히 그대로인데,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유가족을 만났습니다.
[기자]
아파트에 벚꽃이 흩날립니다.
새 가전, 새 가구.
부부의 설렘이 가득한 이 신혼집은 100일 동안 시간이 멈췄습니다.
집주인은 신랑 노상훈, 신부 윤휘수 씨.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신혼여행을 마치고 제주항공을 타고 무안국제공항으로 돌아오려다 끝내 이 집에 오지 못했습니다.
[노상혁/고 노상훈 씨 동생 : 여기가 형 신혼집인데…혼인신고를 하고 집을 하면서 리모델링도 다 하고, 가전 가구를 사들이고 3일 살다가 여행 가서…]
상훈 씨 동생은 형에게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오래 건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노상혁/고 노상훈 씨 동생 : 사고 당일부터 장례 들어가기까지 형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잖아요. 형은 너무 상태가 안 좋다 보니까 거의 150 몇 번째로 나왔거든요. 더 보고 싶은데 저도 무서워서 솔직히 못 봤거든요.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 미안한 거예요, 형한테. 그 모습조차도 나라도 많이 오랫동안 담고 있었어야 했는데 그게 형한테 많이 미안하고, 지금도.]
휘수 씨 언니는 한강 공원을 다시 찾았습니다.
이 나무 앞에서, 저 다리 위에서 동생 부부의 모습을 직접 촬영한 때를 잊지 못합니다.
[윤선을/고 윤휘수 씨 언니 : 여기는 제가 작년에 동생이랑 제부 웨딩사진 찍어준 곳이에요. 그때도 이렇게 날씨가 좋았거든요. 그때랑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도 결혼식인데 '둘이 같이 나란히 서 있는 것 찍어야 하지 않아?' 그래서 '여기 서봐' 해서 찍어준 거거든요. 딱 여기서…]
어렸을 땐 동생과 참 많이 싸웠습니다.
그래도 세상에 둘도 없는 자매였습니다.
[윤선을/고 윤휘수 씨 언니 : 어렸을 때는 엄청 때리고 싸웠죠. 제가 머리 다 뜯어놓고. 동생은 여기 다 할퀴어놓고. 제 동생이 머리숱이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제가 항상 그거 보면서 미안했어요. 제가 어렸을 때 너무 뜯어놨다 생각해서요.]
그런 동생이 이젠 곁에 없습니다.
[윤선을/고 윤휘수 씨 언니 : 택시 타고 무안까지 갔어요. 무안으로 가는 내내 그냥 계속 기도했던 것 같아요. 숫자가 계속 올라가는 거죠, 사망자 숫자가. '휘수 많이 다쳤으면 어떡하지' 그냥 그 정도 생각만 하고 가고 있었는데…]
만약 곁에 있다면 꼭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윤선을/고 윤휘수 씨 언니 : 안아주고 싶어요. 안아주고 싶고…그냥 보내기 싫어요.]
참사 100일, 무안국제공항 합동분향소엔 국화꽃 대신 봄꽃이 놓였습니다.
차가운 겨울에 희생된 179명도 따스한 봄의 순간을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윤선을/고 윤휘수 씨 언니 : 휘수야, 나 네 덕분에 TV 나온다. 언니 신혼집 들어가 봤어. 진짜 너무 좋더라. 제부랑 잘 지내고 있지? 너무 보고 싶다. 안녕 안 해. 안녕 못 하겠어.]
유족은 이 봄이 반갑고도 야속하다고 말합니다.
그날의 상처를 어루만지듯 활주로에 핀 벚꽃이 반갑지만 이 봄꽃을 이젠 함께하지 못하는 가족이 더 그리워져서입니다.
[작가 강은혜 / VJ 김진형 / 영상편집 홍여울 / 취재지원 권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