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통화하러 나온 그 순간.." '전투기 오폭' 민가 내부 최초 취재[앵커]
우리 군 전투기가 폭탄을 잘못 떨어뜨리는 초유의 사고로 경기도 포천의 마을은 말 그대로 전쟁터처럼 변했습니다. 저희가 마을 내부를 취재해 봤더니 폭탄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입니다.
[기자]
실제 전쟁터에서 쓰이는 폭탄 8발이 평화롭던 마을을 덮쳤던 날.
1발은 이 집 내부를 그대로 때렸습니다.
폭탄이 헤집어 놓은 집안.
무너진 천장과 벽에서 나온 나무와 콘크리트 조각들이 눈앞을 가로막습니다.
취재진이 한 발 들어가기도 힘들 정도.
소파와 운동 기구만이 이곳이 평범한 삶의 터전이었음을 알게 해줍니다.
이번 사고로 가장 심하게 파손된 민가입니다.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는데요.
이쪽을 보시면 유리창은 전부 깨져서 바닥에는 파편만 남아 있고 또 이쪽을 보시면 문 하나가 완전히 날아간 상태입니다.
전쟁 관련 해외 언론 보도의 한 장면 같기도 한 이곳, 2차 붕괴 우려 때문에 더 깊숙이 들어가진 않았습니다.
어렵게 집 내부를 공개한 집주인은 불과 몇 초 차이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완파 민가 주인 : 염소 밥도 줄 겸 신 신고 나오고서 전화벨이 울려서 전화 받으려고 나와서 받으려고 했는데 여기 문 앞에 오자마자 (폭탄이) 터진 거예요.]
그리고 지금까지 집으로 다시 들어가지 못하게 된 겁니다.
[완파 민가 주인 : {아무것도 못 갖고 나오신 거예요?} 네, 그래서 지금 사갖고 온 거잖아요. {그럼 혹시 옷도 그냥 그때(사고났을 때) 입으신 옷 그대로…} 이대로 그냥 나왔어요.]
다행히 한 기업이 무상 제공한 리조트에 머물고 있지만, 몸 곳곳은 여전히 폭격의 충격을 머금고 있습니다.
[완파 민가 주인 : 귀가 이쪽 귀가 왜 비행기 탈 때 귀 엄청 아프잖아요. {먹먹한 느낌이요? 빵빵한 느낌?} 찡한 아픔 그런 것 같은데…]
집주인에겐 시간의 흐름도 한없이 느리게만 느껴집니다.
[완파 민가 주인 : {군인 분들이 신경 많이 써주시네요.} 네. 자기네들이 했으니까 해야지 어떡해. 그래도 빨리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시간이 거의 1년 걸린다니까…]
8발의 폭탄은 이 집 말고도 군부대, 도로, 성당을 무너뜨렸습니다.
폭탄이 떨어진 곳에서 200미터 가량 떨어진 한 여관의 옥상입니다.
이곳에 폭탄 파편들이 많이 남았다는 주민분들의 제보를 받고 올라왔는데요.
실제로 이곳을 보시면 제 손바닥만 한 파편들이 남아있습니다.
폭탄뿐만 아니라 온갖 것들의 파편이 사방으로 퍼졌습니다.
[마을 주민 : 어머, (무언가) 떨어져 가지고 놀랐는데 순간 이렇게 만졌어. 엄청 뜨거운 거예요, 이게…]
오폭 후유증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외관상 문제가 없던 집도 하나둘씩 고장 나기 시작했습니다.
[박인규/마을 주민 : 지나고 나니까 또 피해가 많이 있더라고요. (창문) 틈도 다 벌어지고…]
어떤 주민은 식당 장사를 접었습니다.
[정영애/마을 주민 : 아 이제 여기 살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 (장사) 접으려고 그래. 접으려고…]
사고 지점에서 6km 떨어진 사설 캠핑장.
날이 따뜻해지면서 손님이 몰릴 시기인데, 오폭 사고 직후 예약이 급감했다고 합니다.
[캠핑장 사장 : 이런 일이 딱 터지니까 '저기 안전한 지역은 아니지 않나' 이런 생각들이 많이 들 거 아니에요. 이렇게 예약률이 줄어들 줄은 저희도 몰랐죠.]
공군 조종사 실수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상황.
그래도 평소 군인들의 노고를 지켜봐 왔던 피해 마을 주민들은 '조금이나마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이재진/마을 주민 : 사고라고 생각을 해요. 화는 나지만 훈련은 안 할 수는 없고요. 이슈, 이슈…참 중요한 말인데요. 나라가 어려운데 또 이런 문제로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하면 안 되잖아요.]
오폭 사고 일주일째, 혼란스러운 탄핵 정국 때문인지 바깥 사람들은 벌써 이 사고를 잊은 듯합니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은 전쟁터 같았던 그날의 폭발음과 진동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합니다.
꾸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작가 강은혜 / VJ 김수빈 / 영상편집 홍여울 / 취재지원 권현서]
'총체적 인재'로 드러난 공군 오폭 사고에 국방부도 수사 착수...좌표 확인 안한 조종사들, 지휘·감독도 미흡지난 6일 경기도 포천시에서 일어난 공군의 전투기 오폭 사고는 조종사의 좌표입력 실수와 미흡했던 지휘 감독체계 등으로 인한 '총체적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오늘 오전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공군이 국민의 안전에 위해를 가했다"며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였고, 다시 일어나서도 안 될 사고"라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영수 공군 참모총장이 10일 오전 국방부에서 열린 '공군 KF-16 전투기 오폭사건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좌표 입력 잘못하고, 바로 잡을 세 번의 기회 모두 놓쳐
이번 사고의 중간조사 결과, 조종사들은 비행임무계획장비 컴퓨터에 좌표를 잘못 입력한 뒤 이걸 바로잡을 수 있는 세 번의 기회를 모두 놓쳤습니다.
사고 전날, 1번기 조종사가 좌표를 불러줬고, 2번기 조종사는 이걸 비행임무계획장비 컴퓨터에 입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위도 부분에 05라고 입력됐어야 할 표적 좌표가 00으로 잘못 입력됐습니다. 다만 1번기 조종사가 잘 못 부른 것인지, 2번기 조종사가 잘못 받아친 것인지에 대해서는 진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공군 관계자는 "서로 진술이 달라 더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좌표를 입력한 뒤 이걸 프린트해 바르게 입력됐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프린트 오류로 출력이 되지 않았고, 이들은 좌표가 제대로 입력됐는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사고 당일 1번기 조종사는 잘못된 좌표가 입력된 데이터를 비행자료전송장치에 담아 조종석 내 슬롯에 꽂았습니다. 이때 전투기에서도 좌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번기 조종사는 임무라인업카드에 담긴 올바른 좌표와 조종석에서 본 좌표가 일치하는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2번기의 경우 비행자료전송장치 오류로 좌표를 조종석에서 수동으로 다시 입력했는데, 이 떄는 바른 좌표를 입력한 걸로 조사됐습니다.
마지막으로 폭탄을 투하하기 직전, 조종사는 맨눈으로 표적을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1번기 조종사는 표적 지역 지형이 이전 훈련 때와 약간 다르다고 느꼈으면서도 저장된 비행 정보를 믿고 그대로 폭탄을 투하했습니다. 2번기 역시 1번기의 "표적 확인" 통보에 따라 같은 곳에 폭탄을 떨어트렸습니다. 공군 관계자는 "사고 당일 날씨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고, 눈으로 표적이 확인 가능한 정도였다"며 "최종적으로 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 가장 안타까운 측면"이라고 했습니다.
◇부대 지휘도 미흡...오폭 지상에서 바로 인지 못 해
조종사들의 부대 지휘관인 전대장과 대대장의 지휘도 미흡했습니다. 부대 지휘관은 안전 관련 사항에 대해 대대장에게 위임했습니다. 대대장은 일반적인 안전 사항만 강조했고, 표적을 보지 못했을 경우 어떻게 임무를 포기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세세히 설명하지는 않은 걸로 파악됐습니다.
공군작전사령부는 사고가 일어나고 3분 후인 10시 7분, 조종사와 교신을 통해 좌표가 잘못 입력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민가에 떨어진 탄이 전투기에서 떨어진게 맞는지 등을 확인하느라 시간을 끌었습니다. 결국, 공작사령관은 10시 21분, 김선호 국방부 장관 대행은 10시 43분에야 첫 보고를 받았습니다. 공군은 사고 100여 분이 지난 후에야 언론에 상황을 공지했습니다. 사고 이후 전반적으로 즉각적인 대처가 이뤄지지 않은 겁니다.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대목입니다.
◇공군 뒤늦게 '좌표 상호 확인 절차' 도입, 국방부는 수사 착수
좌표를 입력하고 확인하는 과정 모두 오로지 조종사 개인에게 맡겨진 것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공군은 사고 이후 뒤늦게 "최종공격단계 진입 전에 표적 좌표를 전투기끼리 서로 확인하는 절차를 추가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중앙방공통제소(MCRC)에 실무장 전담 통제사를 지정해 표적 좌표를 확인하는 절차도 도입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방부는 오늘부터 국방부 조사본부를 통해 이번 사고를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종사 임무 수행, 훈련 통제 및 관리, 보고체계까지 국방부 차원에서 전반적으로 검증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