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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과 쌍방울 그리고 기밀 유출...D-34 변호사비 대납 사건 결론은?

입력 2022-08-06 06:00 수정 2022-08-07 13:27

매머드 변호사단에 3억 줬다는 이재명...'대납 의혹'의 시작
쌍방울의 이상한 자금 흐름...누군가 받아간 50억 원
대납 의혹 변호사 사무실서 나온 쌍방울 수사 기밀...하나로 엮인 3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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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 변호사단에 3억 줬다는 이재명...'대납 의혹'의 시작
쌍방울의 이상한 자금 흐름...누군가 받아간 50억 원
대납 의혹 변호사 사무실서 나온 쌍방울 수사 기밀...하나로 엮인 3개 사건

"이재명 의원과 특별한 관계라는 보도는 사실무근입니다"

지난달 18일, 쌍방울 그룹이 2차례 압수 수색을 받은 뒤 낸 호소문입니다. 이재명 의원 '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사비를 쌍방울이 대신 내줬다는 의혹에 대한 반박 성격입니다. 쌍방울은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복잡하게 자금을 굴린 뒤, 이 의원 변호사에게 거액이 가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호소문을 낸 지 2주 뒤, 검찰은 또 한 번 쌍방울 압수 수색을 했습니다. 총 3번째 압수 수색. 왜 하필 쌍방울일까요. 쌍방울 호소문에 이재명은 왜 언급된 걸까요? 복잡하고 꼬여있는 사건입니다. JTBC가 취재한 내용을 친절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쌍방울그룹 전경 [JTBC 뉴스룸]쌍방울그룹 전경 [JTBC 뉴스룸]
■ '李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란?
사건 시작 지점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 의원은 변호사비 문제가 처음 제기된 건 지난해 8월입니다. 이 의원은 경기지사였던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총 4번 재판을 받았습니다. 대형 로펌 10여 곳에서 30여 명 변호사를 선임했습니다. 전직 대법관부터 검찰 고위 간부까지 이른바 전관과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다수 포함됐습니다.

한명 한명이 수억씩 수임료를 받아도 모자랄 만한 변호인단. 변호사비에 정가는 없지만 수십억에서 수백억까지 들었을 거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기간에 이 의원의 재산은 줄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변호사비를 대신 내줬을 거야'라는 의심이 시작된 순간이었습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제기되자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변호사비로 3억 원가량을 썼다'는 취지로 반박합니다. 한 시민 단체는 이 의원 해명이 허위사실 공표라며 지난해 10월 고발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윤창현 의원실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윤창현 의원실 제공]

이전까지는 의혹만 있었지만 사건 단초가 될 근거가 나왔습니다. 이 단체는 한 제보자의 녹취를 제출했습니다. 녹취엔 수원지검 전 차장 검사였던 전관 이태형 변호사가 수임료로 '현금 3억과 쌍방울 전환사채 20억 원을 받았다'는 걸로 유추할 수 있는 대화가 등장합니다. 여기서 최초로 쌍방울이 등장합니다.

■ 쌍방울과 이재명은 왜 엮이나
하필 이 의원 변호를 맡은 변호사 다수가 쌍방울 본사와 계열사 사외 이사나 감사직을 맡았습니다. 쌍방울 고위 임원들은 이 의원에게 고액을 후원했습니다. 쌍방울은 이미 이재명 수혜주라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 변호를 맡은 변호사에게 쌍방울 전환 사채가 수임료로 흘러갔다는 정황 녹취가 나온 겁니다.

수사는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정원두)가 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20억 원 전환사채 행방 찾기'입니다. 사건은 복잡하게 꼬여 있습니다. 먼저 전환사채의 흐름을 파악해야 합니다. 이후 이 전환 사채를 누가 주식으로 바꿨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 뒤 주식을 팔아 만든 현금이 어디로 갔는지 일일이 쫓아야 합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선거법 공소시효는 6개월. 대선일인 3월 9일에서 6개월 지난 시점인 9월 9일이 만료일입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한 달 남짓입니다.

■ 또 다른 실타래, 쌍방울 횡령·배임 의혹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합니다. 쌍방울의 '횡령 배임 의혹'을 풀어야 변호사비 대납 사건도 풀립니다. 이 사건은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가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 의원 의혹과 별개로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이상한 자금 흐름을 발견하고 수사 의뢰했습니다.

쌍방울은 지난 2020년 4월 전환사채(CB) 45억 원어치를 발행했습니다. 전환사채라고 하면 일단 어렵게 느껴집니다. 최대한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전환사채는 특정 기업이 당장 쓸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합니다. 이걸 산 사람에게 일정 기간 뒤 주식으로 바꿔주는 증서입니다. 기업이 이렇게 돈을 빌려서 사업을 잘 키우면 주식 가치가 올라갈 겁니다. 1만원 하던 주식이 2만원이 되면 45억 원어치 전환사채를 산 사람은 90억 원어치 주식으로 받아가게 됩니다.

즉 전환 사채를 발행하는 건 투자금을 모으는 일입니다. 그런데 45억 원 전환사채를 발행한 쌍방울. 이 돈으로 별다른 사업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고는 11개월 뒤 이렇게 조달한 돈을 그냥 갚아버리고 전환사채를 다시 가져옵니다. 아무 의미 없는 자금 흐름이 생겼습니다.

김경율 회계사는 “돈이 필요하면 설비 투자나 인력을 늘리거나 할 텐데 그런 게 없었다. 자금 흐름을 복잡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쌍방울 횡령·배임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경율 회계사 [JTBC 뉴스룸]쌍방울 횡령·배임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경율 회계사 [JTBC 뉴스룸]

지난해 6월 10일 오전, 이름을 알 수 없는 개인 5명이 쌍방울의 이 전환 사채 45억 원어치를 삽니다. 이날 오후 이 5명은 한나절 만에 전환 사채를 쌍방울 주식으로 전환 청구합니다. 이날 주식 가치는 100억 원 정도. 몇 시간 만에 약 50억 원 차익을 남겼습니다. 쌍방울은 이 즈음 호재가 나오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5명은 즉시 주식을 팔아 현금화했습니다.

쌍방울 입장에선 가만히 주식을 가지고 있거나 내다 팔면 큰 이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굳이 전환사채로 개인 5명에게 넘긴 뒤 다시 주식으로 바꿔줬습니다. 상대는 50억 원을 벌었고 쌍방울은 앉아서 50억 원을 날린 셈입니다. 배임입니다. 개인 5명이 차명을 쓴 쌍방울 내부인이라면 횡령입니다.

쌍방울 횡령·배임 의혹 그래픽 [JTBC 뉴스룸]쌍방울 횡령·배임 의혹 그래픽 [JTBC 뉴스룸]

FIU는 자금 흐름이 수상하다고 보고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검찰은 신원 불상 5명이 현금화한 50억 원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추적하고 있습니다.

■'쌍방울 횡령·배임' 사건인데 왜 또 '이재명'이 나오나
이 이상한 자금 흐름 사건이 이재명 의원과 직접 관련은 없습니다. 쌍방울이 호소문에서 “이 의원과 관련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일종의 퍼즐입니다. 이 의원을 변호한 이태형 변호사는 쌍방울 전환사채 20억 원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습니다. 만약 쌍방울이 실제로 이 변호사에게 이렇게 돈을 건네려고 했다면 자금 출처가 드러나지 않아야 합니다. 정상적인 입출금은 안 된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하필 쌍방울은 이 변호사가 이 의원 변호를 맡은 비슷한 시기에 50억 원을 만드는 이상한 자금 거래를 했습니다. 이 변호사가 쌍방울에 20억 원을 받았다면 이 50억 원 가운데 일부 아니겠냐는 퍼즐 조각이 생긴 겁니다.

별개 사건인데 실은 동전의 양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사건입니다. 형사 6부가 쌍방울 횡령·배임 의혹을 수사하다가 20억 원 행방이 이 변호사 쪽으로 튀어나오면, 자연스레 공공수사부의 변호사비 대납 사건이 해결되는 구조입니다.

■ '수사기밀 유출' 돌발 악재…세쌍둥이처럼 엮인 사건
'쌍방울 수사자료 유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쌍방울 관련 계좌 압수수색 영장 초본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JTBC 뉴스룸] '쌍방울 수사자료 유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쌍방울 관련 계좌 압수수색 영장 초본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JTBC 뉴스룸]

이렇게 진행되던 수사. 변곡점을 만났습니다. 지난달 7일 공공수사부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 당사자 이태형 변호사 법무법인 사무실을 압수 수색을 했습니다. 그런데 형사 6부가 수사하는 쌍방울 수사 기밀이 이 사무실에서 튀어나왔습니다.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사건'과 '쌍방울 횡령·배임 사건', 이 두 사건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또 다른 방증이기도 합니다. 퍼즐은 자꾸만 서로 엮여서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발견 자료는 쌍방울 압수수색영장 초안 등 중요한 수사 기밀이었습니다. 유출 직후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은 해외로 출국했습니다. 관련 임원들과 가족들도 모두 잠적했습니다. 돌발 악재입니다. 앞에서 봤듯이 쌍방울 사건이 안 풀리면 변호사비 대납 사건도 안 풀립니다.

검찰은 '수사 기밀 유출' 정황을 발견한 뒤 감찰에 나섰고 곧 본 수사로 전환했습니다. 이 사건은 수원지검 형사 1부(부장 손진욱)가 수사합니다.

세쌍둥이처럼 엮인 사건을 수원지검 3개 부서(형사1부·형사6부·공공수사부)가 각자 맡게 됐습니다. 어쩌면 서로 각자 다른 사건이고, 어쩌면 하나의 사건일 수도 있습니다.

■ D-34,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풀릴까
D-34, 만 한 달 하고도 사흘.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사건 공소시효 만료까지 남은 기간입니다. 공공수사부 수사 시계가 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제(5일) 수사 기밀 유출을 수사하는 형사 1부는 정보를 건넨 수사관과 전달받은 쌍방울 임원을 긴급 체포한 뒤 구속 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형사6부는 수사 기밀 유출로 잠적해버린 관련자들을 쫓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증거가 인멸된 것인지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 사건이 안 풀리면 나머지 사건도 안 풀립니다. 대신 한 사건이라도 풀리면 나머지 사건도 자동으로 풀립니다. 지난해 대선 국면부터 시작된 이 의원 '변호사비 대납 의혹', 어떤 결론이 나올까요. 앞으로 JTBC가 가장 먼저, 가장 정확하게, 가장 쉽게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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