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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한국은 왜 결혼 후 남편 성을 안 따를까?

입력 2015-12-1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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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은 여성이 결혼을 하면 보통 남편 성을 따르게 돼 있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도 그런 곳이 많이 있죠, 미국도 그렇고. 그런데 이게 위헌 아니냐는 문제제기에 어제(16일) 일본 최고재판소에서는 합헌, 그러니까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부부가 서로 다른 성을 써온 우리 입장에서는 이게 좀 낯선 이야기이기도 한데 좀 많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많은 나라들이 이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있어 논란이 되는지, 또 우리나라는 어떤 배경으로 이와 다른 문화를 가지게 된 건지, 오늘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일본에서 그런 소송이 나온 건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은 19세기까진 특별한 규정이 없었는데 1898년 메이지 시대 민법에서 '호주 및 가족은 그 집의 성을 쓴다'고 규정하면서 부부가 같은 성을 쓰도록 했습니다.

이후 남편 성을 따라도 되고 부인을 따라도 되게 했는데 사실상 지금 거의 대부분 남편 성을 따르고 있죠.

그동안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이 법을 개정해 차별을 없애라고 여러 차례 권고하기도 했고요.

최근 도쿄 시민 몇 명이 '성을 바꾸도록 강제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며 위헌소송을 냈는데, 최고법원에선 "사회적으로 이미 정착이 된 제도"라면서 이번에 합헌 결정을 내린 겁니다.

[앵커]

그런데 다른 나라들도 많이들 이렇게 하고 있는데 왜 UN은 유독 일본에 대해서 이렇게 권고를 했을까요?

[기자]

맞습니다. 서양뿐 아니라 동서양 많은 나라들이 이렇게 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결혼 후에 남편 성을 따르거나 아니면 자기 성에 남편 성을 덧붙이는 식으로 개명하고 있는데, 일본처럼 법으로까지 딱 정해놓은 곳은 거의 없습니다. 특별한 경우인 거고요.

미국에서는 자신이 원할 경우 결혼 전 쓰던 성을 그대로 쓸 수 있는데, 그래도 여전히 남편 성을 따라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지금 민주당 대선주자인 힐러리의 경우, 결혼 직후에도 '로댐'이라는 결혼 전 성을 유지하다가 상원의원 때는 '힐러리 로댐 클린턴'으로 둘 다 표기했고, 이번 대선 캠페인에선 '힐러리 클린턴'이란 이름으로 나섰습니다.

보수적 유권자의 시선을 의식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남편의 성을 따르는 것이 여성의 권리와 관련된 문제라면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문제제기는 있을 수 있겠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호주의 한 여교수가 최근 기고한 글이 있는데 그런 고민 잘 드러납니다.

원래 안드레아 그랭(Geurin)이란 이름이었는데 워낙 읽기가 어려워 불만이 많던 차에 이글맨이라는 남편을 만나 성을 바꿔 '안드레아 이글맨'이 됐습니다.

그러고 8년 후 이혼했는데 다시 '그랭'으로 바꾸자니 그동안 발표한 논문 통해 쌓아 온 명성이 사라지는 거라, 고민 끝에 '안드레아 그랭-이글맨'이라는 긴 이름을 택하게 됐다는 거죠.

이런 문제들 때문에 원래 자기 성을 고수하는 여성들이 미국에선 점점 많아지는 추세인데요.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자인 셰릴 샌드버그, 재닛 옐런 연준 의장 등이 그 대표적 인물입니다.

이런 여성들을 19세기 여성인권 운동가 루시 스톤의 이름을 따서 '루시 스토너'라고 부릅니다.

[앵커]

그렇습니까? 오늘 새로운 걸 많이 배우네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다고 해서 옛날부터 여권이 굉장히 잘 보장됐다거나 그렇지 않은데… 요즘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마는. 애초에 이런 문화나 법이 없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상당히 이례적인 거라 어떻게 된 걸까 많이 찾아봤는데요.

'여성을 존중해서 그런 거다' '아니다 여자를 가족의 일원을 봐주지도 않아서 그런 거다', 또 '유교문화권의 특징이다'… 다양한 분석이 있었는데요.

[앵커]

우리 집안의 성을 너에게 줄 수 없다, 이런 얘기였단 말인가요?

[기자]

그런데 여러 전문가들, 인류학자에게도 물어보고 또 역사학자에게 물어봤는데, 이 부분에 대해 아주 뾰족한 답은 없었습니다.

다만 유교문화권의 특징이라고 보긴 힘든 게 일본 사례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 역시 가부장적 문화 때문에 20세기 초에는 아예 '부인 성 앞에 남편 성을 붙여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러다 공산당이 집권하면서 평등을 강조하는 사회주의 원리에 따라 법적으로 '부부는 각자 자신의 성을 쓸 권리가 있다'고 명시를 한 거죠.

[앵커]

한국에도 그런 법이 있습니까?

[기자]

민법상 그런 내용은 전혀 없고, 역사적으로 그냥 당연히 그렇게 여겨 온 겁니다.

기록에 따르면 신라시대 때부터 일반 백성 가운데 부부가 동성인 경우는 거의 없었고 고려시대도 마찬가지, 조선시대에 들어선 부부가 다른 성을 쓰는 원칙이 더 확고해졌습니다.

'한국은 혈통을 워낙 중시하다 보니 시집간 딸에게도 집안 성을 유지하게 하자는 의도가 강했다'고 분석한 논문도 있는데요.

밖에서 보기에도 신기했는지 지난 6월 미국 주간지 타임에선 '한국은 법규정이 없는데도 여성들이 결혼 전 성을 유지하는 관습이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따지고 보면, 같은 문화권인데도 한국과 중국, 일본이 다 다르군요?

[기자]

그래서 유교문화권의 특징이 아니라면, 앞서 나온 의견대로 여성을 유독 존중해서 그런 거냐, 아니면 오히려 그 반대인 거냐 하는 의문이 남는데요.

최근 여성의 사회진출 수준을 나타내는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OECD 28개국 가운데 28위, 꼴찌였고 일본이 바로 다음 27위였습니다.

왜 부부가 따로 성을 쓰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그 이유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여성의 지위와는 큰 상관이 없는 이야기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앵커]

팩트체크는 여기에서 마치는데요. 사실은 또 한 가지 소식을 전해드릴 내용이 있습니다. 요즘 저희가 상 받는 소식을 많이 전해 드리고 있는데, 조금 아까 스포트라이트도 그랬습니다마는.

팩트체크를 진행한 지 이제 1년 3개월이 돼가는데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올해의 좋은 방송보도'로 JTBC 뉴스룸의 팩트체크를 선정했습니다. 시상식이 내일인데 가서 잘 받고 오기를 바라겠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팩트체크를 만들어주기 바랍니다. 축하합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앵커]

그나저나 팩트체크 책은 잘 나가고 있습니까?

[기자]

네, 계속 잘 팔리고 있는 것으로, 많이들 관심을 가져주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초판은 다 나갔다면서요? (네, 그리고 3쇄 진행…) 벌써 3쇄입니까? (네) 얘기를 좀 더 진행하면 방송심의위원회에서 야단맞을 수도 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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