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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결승선 앞 가위바위보? 두 선수는 왜 경쟁을 멈췄나

입력 2022-06-20 16:11 수정 2022-07-26 18:22

결승선 위에서 1등도, 2등도 모두 행복한 피날레...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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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 위에서 1등도, 2등도 모두 행복한 피날레...그 이유는?

4시간 가까이 페달만 밟았습니다. 그렇게 152.5km를 달렸고 결승선은 저 앞에 있습니다. 선두엔 두 명의 선수만 남았습니다. 이 순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생각할 겨를도 없습니다. 마지막 힘을 쏟아내며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야겠죠. 옆에서 달리는 선수보다 어떻게든 앞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도로 사이클 '슬로베니아 투어' 4구간 레이스는 두 선수의 웃음으로 마무리됐습니다. 1위 마이카(왼쪽)와 2위 포가차르가 어깨동무를 한 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사진=유로스포트 영상 캡처)도로 사이클 '슬로베니아 투어' 4구간 레이스는 두 선수의 웃음으로 마무리됐습니다. 1위 마이카(왼쪽)와 2위 포가차르가 어깨동무를 한 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사진=유로스포트 영상 캡처)
그러나 여기, 두 선수는 너무 다정합니다. 속력을 늦춘 채 나란히 달리며 여유도 부립니다. 서로를 바라보고 미소 짓다 꺼내 든 건 “가위, 바위, 보”. 한 선수는 바위를, 또 다른 선수는 보를 냈습니다. 그리고 장난하듯,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선수가 결승선을 먼저 들어왔습니다. 2위를 한 선수와 어깨를 마주 잡은 채.

결승선 앞에서 두 선수가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습니다. 마이카(오른쪽)는 가위바위보에서 이겨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습니다. (사진=유로스포트 영상 캡처)결승선 앞에서 두 선수가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습니다. 마이카(오른쪽)는 가위바위보에서 이겨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습니다. (사진=유로스포트 영상 캡처)
도로 사이클 대회 '슬로베니아 투어' 4구간에선 이렇게 승자가 결정됐습니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겨 우승자가 된 폴란드의 라팔 마이카(32), 그리고 2위로 들어온 슬로베니아의 타데이 포가차르(23)는 소셜 미디어에 결승선 통과 순간을 찍은 사진을 같이 올렸습니다.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돌아봤습니다.

험난한 152.5km 코스를 정말 죽어라 달렸던 두 선수는 가장 중요한 마지막 순간, 왜 이렇게 우승을 결정했을까요.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누가 진짜 강한지 겨루지 않았을까요. 왜 경쟁을 포기했을까요.

'슬로베니아 투어' 4구간 우승 결정 순간, 위에서 찍은 영상에도 두 선수의 따뜻한 경쟁이 포착됐습니다. (사진=유로스포트 영상 캡처)'슬로베니아 투어' 4구간 우승 결정 순간, 위에서 찍은 영상에도 두 선수의 따뜻한 경쟁이 포착됐습니다. (사진=유로스포트 영상 캡처)
결승선 앞에서 비정한 대결을 해야 했던 두 선수는 한 팀의 동료입니다. UAE의 팀 에미리티 소속입니다. 도로 사이클은 개인이 우월한 경기력을 겨루는 장이라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팀 스포츠이기도 합니다. 팀 차원에서 서로를 도와주는 '팀워크'가 기나긴 레이스를 지배합니다. 서로가 힘을 배분하면서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는 거죠. 마이카와 포가차르도 그렇게 함께하며 결승선 앞에 섰습니다. 산악구간에서 실력을 뽐낸 마이카의 헌신이 아니었다면 포가차르의 질주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4구간 우승자 마이카의 트위터. 우승 순간을 담은 사진을 내걸었습니다. (사진=마이카 트위터 캡처)4구간 우승자 마이카의 트위터. 우승 순간을 담은 사진을 내걸었습니다. (사진=마이카 트위터 캡처)

선두에 있다는 건 개인의 능력만으로 이뤄낸 성과가 아니죠. 누군가의 희생과 누군가의 헌신이 만들어낸 결실이었습니다. 결승선 앞에서 막판 스퍼트를 해야 할 순간, 두 선수가 주저한 이유입니다. 이 순간 어찌 보면 '가위바위보'가 가장 공정한 승부 결정 방식일 수 있었겠죠.


4구간 2위 포가차는 우승을 한 동료 마이카를 향한 축하메시지를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사진=포가차 트위터 캡처)4구간 2위 포가차는 우승을 한 동료 마이카를 향한 축하메시지를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사진=포가차 트위터 캡처)
##4구간에서 우승 스포트라이트를 동료에게 내줬던 포가차르는 그 다음날 마지막 5구간에선 가장 먼저 결승선에 들어왔습니다. 2년 연속 '슬로베니아 투어' 종합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스물셋의 포가차르는 이미 두 번의 '투르 드 프랑스'를 제패했으며 도로 사이클 세계 1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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