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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그냥 가려했는데 한 자 적는다" 수원 세 모녀의 유서

입력 2022-08-23 20:19 수정 2022-08-23 21:30

엄마는 암, 딸은 희소병…빚 독촉에도 손 못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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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암, 딸은 희소병…빚 독촉에도 손 못 썼다

[앵커]

생활고와 질병에 시달리던 세 모녀의 죽음은 늦었지만, 취약 계층이 더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꼼꼼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숙제를 또 한 번 남겼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현장 관계자에게 이들이 남긴 마지막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요. 그 속엔, 복지행정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았던 삶이 담겨있었습니다.

이가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생을 마감한 수원 세 모녀 곁에 남겨진 공책 크기의 수첩.

40대인 둘째 딸이 먼저 그간의 고된 삶을 적었습니다.

"그냥 가려 했는데 한 자 적는다"로 시작한 글.

2년 전 그나마 경제활동을 하던 오빠가 병으로 숨지고, 몇 개월 후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난 슬픈 가족사가 적혀있습니다.

난소암에 걸린 어머니, 희귀병으로 아픈 언니를 대신해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해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토로도 적혀있습니다.

이어 몇 장을 더 넘기면 나오는, 60대 어머니가 적은 유서.

"딸들이 어릴 때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워 힘들었다", "빚 독촉을 피해 주소만 화성시에 두고 수원시로 이사를 왔지만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는 그간의 고생이 담겼습니다.

지자체나 복지 담당 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빚 독촉 같은 문제에 시달려 등록 주소지와 실제 사는 곳이 다른 취약 가구가 적지 않지만, 지금 가동 중인 위기가구 발굴체계는 이를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에서 사각지대를 잘 챙기겠다고 밝혔습니다.

[중앙정부에서는 이분들(사회적 약자)을 잘 찾아서 챙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자치단체와 협력해서 이런 일들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대통령으로서 어려운 국민들을 각별히 살피겠습니다.]

수원 세 모녀가 남긴 유서는, 우리 사회에 남긴 숙제이기도 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신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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