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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판 워터게이트' 도청 스캔들에도…총리 "사퇴 않겠다"

입력 2022-08-09 15:40 수정 2022-08-0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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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재임 이후 최대 정치적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리스 정보기관이 야당 대표와 언론인들의 휴대전화를 도청한 의혹이 제기되면서입니다. 이른바 '그리스판 워터게이트' 의혹입니다.

■ 그리스 정보기관이 야당 대표·언론인 사찰…"어두운 관행"

이번 사건은 지난 5일 그리스 제2야당인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의 대표이자 유럽의회 의원인 니코스 안드룰라키스의 폭로로 시작됐습니다.

안드룰라키스 대표는 지난해 9월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의 신임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출마한 뒤 석 달 간 그리스의 정보기관인 국가정보국(EYP)이 자신을 도청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의 휴대전화에 '프레데터'라는 감시 소프트웨어를 깔아 통화 내용을 엿들었다는 겁니다. 유럽 의회에서 이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는데, 자신이 왜 도청을 당했는지 누가 지시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안드룰라키스 대표는 같은 날 검찰에도 고발하며 법적 대응에도 나섰습니다. "그리스 정부가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어두운 관행으로 나를 감시할 줄은 몰랐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또 의회에 수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책임자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리스 국가정보국(EYP)은 언론인들의 휴대전화를 도청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었습니다. 지난 4월 CNN 그리스 지국에서 일하는 타나시스 코카시스 기자는 시민단체로부터 자신이 도청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감시 당시 돈세탁과 부패 문제를 취재하고 있었는데요. 지난달 비공개 의회 청문회에서 정보국 요원은 기자를 사찰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 총리 측근 두 명 사임 '후폭풍'

안드룰라키스 대표의 폭로 당일 파나기오티스 콘톨레온 그리스 국가정보국 국장은 사의를 표했습니다. 또 국가정보국에서 보고를 받던 총리실의 그리고리스 드미트리아디스 비서실장 역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총리실은 도청이 "잘못된 행동"이었지만 "합법적인 절차"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정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와 아르메니아 정보기관의 요청을 받아서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매체 폴리티코는 이같은 주장이 안드룰라키스 대표가 러시아와 터키, 또는 중국과 가까워서라는 걸 암시한다고 분석했는데요. 정작 주그리스 우크라이나와 아르메니아 대사관 측은 이 주장을 부인했습니다.

■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나는 몰랐다"…야당서는 "사임하라"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현지시간 8일 도청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캡쳐〉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현지시간 8일 도청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캡쳐〉

현지시간 8일, 미초타키스 총리는 측근 두명이 사임한 뒤 처음으로 대국민 연설에 나섰습니다. 이번 도청이 "합법적으로 진행됐지만 잘못된 것"이었고, 다만 자신은 "알지 못했고 알았다면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총리의 해명에도 야당에선 사퇴 압박이 거셉니다. 제1야당인 '시리자' 측에선 국가정보국이 총리실에 직보하기 때문에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는 "위선적인 사과와 거짓말 대신, 총리는 또 다른 정치인과 언론인이 피해를 봤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48년 전 비슷한 사건으로 사임한 것처럼 미초타키스 총리 역시 물러나야 한다고 몰아붙였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 닉슨 전 대통령의 비밀공작반이 워싱턴DC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입니다. 닉슨 대통령은 이후 탄핵 위기에 몰렸고, 1974년 미국 대통령 최초로 대통령직에서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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