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다음은 저희가 집중 보도해 드리고 있는 해외 부동산 펀드 소식입니다. 5년 전 국내 증권사들은 수수료 수익을 위해 해외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렸는데 그중 하나가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 스퀘어가 내려다 보인다는 호텔입니다. 여기에 투자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천억원 가까이 모았는데, 전액 손실이 났습니다.
저희가 입수한 내부자료에는 이런 위험성이 언급돼 있었지만, 고객용 상품 설명서에는 단 한 줄의 경고도 없었는데 먼저 정해성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약 5년 전, 국내 금융사들이 사모펀드를 만들어 투자한 미국 뉴욕 맨해튼의 마가리타빌 호텔입니다.
라임자산운용이 설계한 이 상품엔 하나은행과 하나증권 등 620억원, KB증권 370억원까지 총 천억원 가까이 모였습니다.
투자자들은 연 7.5% 수익률에 정기 배당을 준단 말에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이모 씨/KB증권 펀드 투자자 : 뉴욕 타임스퀘어를 계속 말하면서 타임스퀘어, 타임스퀘어 그러니까. 이제 호텔을 지으면 영업하는 데는 전혀 문제없다고…]
그런데 만기 시점인 2021년 4월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코로나로 공실이 늘며 현지 개발사가 부도났고, 경매에 넘겨진 호텔은 3분의 1가격에 팔렸습니다.
특히 이 상품은 이탈리아어로 1층과 2층의 사이라는 뜻의 '메자닌'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순서도 선순위에 밀리며 투자금이 모두 사라진 겁니다.
문제는 금융사가 이런 위험을 경고했는지 여부입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KB증권 내부자료엔 위험 요인 중 하나로 '리파이낸싱'이 언급됩니다.
건물 가치가 하락할 때 현지 은행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 빚을 갚기 어려워질 수 있단 내용입니다.
[이성우/변호사 : 감정가격이 확 떨어지게 되면 대출 인수 확약서를 써준 유니언뱅크(현지 은행)가 대출 인수 확약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투자 당시부터 그런 위험성이 있었는데도 그런 부분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하지만 고객 대상 상품 설명서엔 이런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메자닌 상품을 오히려 안정적인 구조라고 설명합니다.
[정모 씨/KB증권 펀드 투자자 : 타임스퀘어는 관광객이 많은 곳이고 호텔이 비어 있는 곳이 없고. 준공만 되면 당연히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조건이 되기 때문에…]
KB증권이 보낸 메시지에서도 "안정성을 확보했다"며 "수익률이 높은 건 위험이 커서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이에 대해 KB증권은 "위험성 고지 안내 등 절차를 밟아 판매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불완전판매 여부뿐 아니라 상품 자체에 문제는 없었는지 등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화면출처 유튜브 'Jonathan Browne Menzies']
[영상디자인 강아람 송민지 신하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