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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택시비 인상의 나비효과…달라진 '밤 11시 풍경'

입력 2023-02-14 20:53 수정 2023-02-1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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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택시 요금이 오른 지 2주가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택시기사들뿐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도 달라졌다고 하는데요.

기사도, 승객도 웃을 수 없게 된 상황을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보여드립니다.

[기자]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 서울 강남역 앞 택시 승강장에 택시 줄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깁니다.

옆으로 지나가는 택시들도 모두 빨간 '빈 차' 표시등을 켰습니다.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엄은영/택시기사 : 잠실에서 여기까지 빈 차로 왔어요. 이 시간이 콜(호출)이 많이 떨어질 시간인데 지금 안 떨어지고 있잖아.]

이곳 택시승강장엔 손님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저 뒤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최근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크게 인상된 뒤로 택시 손님들이 줄었고, '빈 차'들을 더 쉽게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지하철 막차가 끊긴 시간인데요.

제가 있는 곳에서 1.8km 떨어진 곳으로 택시를 불러보겠습니다.

요금 오르기 전 기준으로 기본 거리, 단거리 호출인데도 금방 잡혔습니다.

[한덕구/택시기사 : {단거리 콜을 잡으셨네요, 기사님.} 아주 손님이 없어요. 제가 지금 어디서부터 왔냐면, 보라매병원.]

타자마자 기본요금 6700원이 찍혀 있습니다.

[한덕구/택시기사 : 오르기 전이랑 (수입은) 별 차이가 없어요.]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광화문역까지 요금 8100원이 나왔습니다.

종종 택시를 타던 시민들도 이젠 버스를 기다립니다.

[김지수/서울 고척동 : (택시 호출 앱) VIP인데 요즘에 잘 안 타고 있어요. (막차 놓치면) 찜질방을 이용하거나.]

[배소정/서울 사당동 : 원래 1만5천원 나오던 게 거의 2만원. 첫차 타고 가야 해요. 아니면 따릉이 타고 가요.]

택시비 인상이 불러온 효과, 또 있습니다.

손님이 많은 토요일 저녁, 술집 한 곳을 관찰해 봤습니다.

밤 11시가 되어가자 손님들이 하나둘 짐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김가영/서울 공릉동 : 저는 11시 반이 막차여서 지금 나왔고요. 할증이 너무 많이 붙어서…]

다른 사람들도 일찍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지언/서울 마곡동 : 물가 인상률도 높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올린 건 이해가 되는데, 단계적으로 올리면 좋지 않았을까.]

[박재오/술집 점장 : 막차 시간이 다가오면 손님들이 갑자기 우르르 빠져나가는… 매출에 영향이 없을 수 없죠.]

서울시가 4년 만에 요금을 인상한 건 택시 기사들의 실질 소득을 높이고, 이를 통해 택시 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만들기 위해섭니다.

[이병수/택시기사 : 기사식당에서 식대가 6천원이었는데 지금 9천원, 1만원 가거든요. 보편적인 게. (밥값은) 50% 이상 올랐는데, 택시비 오른 건 4년 만에 20% 오른 거거든요.]

그런데 과거 택시비가 올랐을 땐 택시기사들 모두가 환영했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신윤준/택시기사 :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오래 갈 것 같은데.]

매일 회사에 일정 금액을 넣어야 하는 법인 택시 기사들은 더 힘듭니다.

[손호득/택시기사 : 택시 요금 올랐으니까 (사납금을) 당연히 올리겠죠. 법인 차는 힘들죠, 더. 손님 없죠. (회사) 입금도 올리죠. 우리 뭐 남는 거 없잖아요.]

시민들이 바라는 건 더 나아진 택시입니다.

[유동휘/경기 군포시 산본동 : 어느 정도 올라도 괜찮을 것 같아요. 오른 만큼의 (서비스) 개선이 되면.]

[한덕구/택시기사 : 손님이 없으니까 더 친절해질 수밖에 없겠지. 더 잘해야 하겠죠.]

모두를 위해 올린 요금. 효과는 반대였습니다.

승객은 떠나고, 택시 노동자들의 한숨은 늘었습니다.

누구도 웃지 못하는 이 상황, 결국 질 좋은 서비스만이 떠난 승객들을 돌아오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영상디자인 : 허성운 / 인턴기자 : 강석찬 / VJ : 황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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