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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中 AI진영, 급소를 맞았다

입력 2022-09-03 12:57 수정 2022-09-03 21:11

美정부, AI용 반도체
대중 수출 금지 명령

인공위성 영상 분석
데이터 필터링 타격

中반도체 고립작전 가속
"거래금지보다 더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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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 AI용 반도체
대중 수출 금지 명령

인공위성 영상 분석
데이터 필터링 타격

中반도체 고립작전 가속
"거래금지보다 더 파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주 미국의 대중 반도체 견제 정책에 획을 긋는, 비중 있는 뉴스가 터졌습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NVIDIA)와 AMD에 인공지능(AI)이나 수퍼컴퓨터에 쓰이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칩을 중국과 러시아에 팔지 못하도록 수출금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동안 미 행정부의 중국 수출 규제는 주로 특정 기업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중국 기업 화웨이 또는 하이크비전을 거래금지 대상 기업에 포함시키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번 엔비디아와 AMD에 적용된 수출규제 조치는 일정한 성능을 넘는 제품에 포괄적으로 적용해 파장이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습니다.

먼저 GPU칩(반도체)이 뭐 길래 이러는지, 이유는 뭔지 살펴보겠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GPU(Graphic Processing Unit)는 말 그대로 '그래픽 처리를 위한 장치'입니다. 게임이나 영상편집 등 멀티미디어 작업에서 CPU를 보조하기 위한 부품으로 등장했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AI의 핵심 부품으로 각광 받으면서 CPU의 위상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2010년 AI 분야 석학인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는 12개의 GPU가 무려 2000개의 CPU에 맞먹는 딥러닝(머신러닝의 일종으로 컴퓨터가 스스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기술)성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한경경제용어 사전을 함께 보실까요.

“GPU가 CPU에 비해 딥러닝에 강한 것은 연산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딥러닝을 구현하려면 방대한 양의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CPU는 직렬처리 방식(한 가지 작업을 마친 뒤 다음 작업을 처리)에 최적화된 1~8개의 코어로 구성돼 있다. 명령어가 입력된 순서대로 순차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한다. 구조상 수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오면 병목현상이 생겨 비효율적이다. 반면 GPU는 수 백에서 수 천 개의 코어가 들어가 있어 대량의 데이터를 너끈히 처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점묘법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치면 CPU는 처리 속도가 빠릅니다. 하지만 한 개씩 점을 찍어 그림을 완성해야 합니다. 반면 GPU는 속도는 CPU보다 느리지만 한 손에 수 천 개의 붓을 들고 있어 붓질 한번에 그림을 완성시킵니다. 한마디로 GPU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GPU 없이는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데이터센터가 'GPU에 의해 구동되는 AI 공장이 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시장 점유율 1,2위인 엔비디아와 AMD의 GPU는 알고리즘, 영상분석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필수불가결한 핵심부품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금수명령 대상이 된 엔비디아의 A100, H100 반도체와 AMD의 MI250 반도체는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의 데이터센터에서 주력 반도체로 쓰이는 제품입니다.

엔비디아와 AMD의 AI칩(GPU)이 없으면 중국 빅테크들은 이미지ㆍ음성 인식 등의 작업에서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로이터는 전망했습니다. 이미지ㆍ음성 인식과 자연어 처리 기술은 민간뿐 아니라 위성영상 이미지 정밀조사, 정보 당국이 감청한 채팅ㆍ이메일 등의 방대한 데이터 필터링 등 군사적 목적으로도 쓰입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중국 군 부대의 활용 위험, 무역 기밀 누설 등의 이유로 반도체와 핵심 장비의 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AMD와 엔비디아 등 미국의 반도체를 조달하지 못하면 중국의 기업과 연구소 등은 영상과 자연어 처리, 음성 인식에서 실효성 높은 성과를 내기 어려워집니다.

엔비디아와 AMD의 고성능 AI칩은 중국의 슈퍼컴퓨팅 분야에서도 필수재로 쓰입니다. 슈퍼컴퓨팅은 핵무기, 암호화, 미사일 방어 등 방위 시스템 개발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대중국 기술 견제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계승되고 있습니다. 발단이 안보적 위협 인식인 이상 어떤 행정부로 바뀌든 이 정책은 빈틈을 메워가며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인도 기술 전문지 AIM은 올 2월 21일 '중국은 AI를 어떻게 군비에 활용하고 있나'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사진=어낼리틱스 인디아 매거진 캡처]인도 기술 전문지 AIM은 올 2월 21일 '중국은 AI를 어떻게 군비에 활용하고 있나'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사진=어낼리틱스 인디아 매거진 캡처]
중국은 앞으로 AI용 반도체 고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까요. 따로 방법이 없습니다. 자력갱생입니다. 중국공산당이 콘트롤타워를 이뤄 정부ㆍ기업ㆍ연구,정보기관이 총력전을 펼쳐 핵심 기술을 개발하거나 안 되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전방위 공세를 펼칠 겁니다.

수율(收率ㆍ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이 떨어져서 그렇지 필수불가결한 분야에는 비용이 얼마가 되든 물량전을 펼쳐 엇비슷하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중국이 그간 얼마나 AI산업 진흥에 '진심'이었는지는 아래 그래픽을 보면 확연히 드러납니다.

스탠드드대의 AI 지표 리포트. AI 성능에서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사진= 스탠포드대 홈페이지 캡처]스탠드드대의 AI 지표 리포트. AI 성능에서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사진= 스탠포드대 홈페이지 캡처]
2016~2022년 중국의 AI 시장 규모. [사진=스타티스타닷컴 캡처] 2016~2022년 중국의 AI 시장 규모. [사진=스타티스타닷컴 캡처]
다만 지금 같은 맹렬한 속도로 AI산업을 융성시키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4차산업혁명 분야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올해 초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 18개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이 중국에 0.3년 뒤지는 것으로 진단됐습니다. 모두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중국이 핵심 부품 수급에 애를 먹고 주춤하는 사이, 그 틈새가 한국의 시간입니다.

특히 4차산업혁명 분야는 1,2등이 나눠먹는 분업 공생의 세계가 아닙니다. 철저히 1등이 다 먹는 세상입니다. 한번 표준이 정해지면 옴짝달싹 못하고 그 생태계 아래로 들어가 부가가치 사슬의 하위에 위치하게 됩니다.

중국의 AI산업이 포식자 위치에 서는 순간, 우리 시장은 힘 한번 제대로 못 쓰고 유린당하게 됩니다. 천금 같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우리의 미래가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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