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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 그림 속 말 이야기④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입력 2012-02-0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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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 그림 속 말 이야기④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화가 이지은

그림의 제목은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캔버스·유채·크기·259x221cm)이며 신고전주의의 대표적 화가인 자크 루이 다비드가 나폴레옹의 주문을 받아 1804~1805년에 그렸다. 이 그림은 1800년 5월 이탈리아 원정 당시 프랑스군이 포위되어 있던 제노아로 가기 위해 알프스의 가장 험한 협곡인 생 베르나르를 넘는 나폴레옹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나폴레옹은 자신이 타고 있는 말이 언덕의 경사 때문에 몸의 균형이 뒤로 넘어가 공포에 질린 눈을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영웅적인 시선으로 완벽하게 균형 잡힌 포즈로 군림하고 있다.

다비드는 영웅의 모습을 드라마틱한 구도·치밀한 디테일·진짜 공기가 있는 듯 한 배경 등, 기술적으로는 완벽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긴박한 전쟁의 상황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너무 완벽한 포즈·시선·복장 등은 오히려 현실감을 떨어뜨려 마치 알프스 풍경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은 듯 한 느낌을 준다. 당시 나폴레옹은 스스로를 신화의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 신고전주의 화가인 다비드를 궁정화가로 삼고 이상화된 영웅의 이미지를 생산해 이를 정치선전에 적극 활용했다.

이 그림을 보고 매우 흡족해한 나폴레옹은 세 점을 더 주문하여 유럽 각지에 그림을 보냈다. 다비드도 자신이 소장하기 위한 한 점을 포함한 총 5점의 그림을 제작했다. 이토록 영웅적으로 미화했지만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원정 첫 전투에서 패했다는 사실은 이 그림의 진정한 아이러니다. 정치권력에 편승해 그려진 이 그림은 사실과 교차하며 영웅으로 포장된 나폴레옹의 허구를 스스로 드러낸다.

루브르 미술관의 수많은 그림 중에서도 가장 큰, 다비드의 '나폴레옹 황제와 조세핀 황후의 대관식'(1804)도 정치선전을 위해 그려진 것으로 610x931cm의 엄청난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압도하지 못한다. 심지어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항해 움직이는 관중들은 다비드의 그림에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만약 그 그림을 본다고 해도, 나폴레옹과 다비드의 의도와는 달리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게 될 것이다.

◇양희원 KRA교관

나폴레옹의 마렝고는 수말이라고 알고 있으나 그림으로는 성별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품종은 순종 아랍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랍 특유의 작지만 다부지고 균형 잡힌 체형 등 아랍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마렝고는 나폴레옹이 가장 사랑한 말이다. 후대의 역사가들은 나폴레옹이 마렝고를 사랑한 이유는 뛰어난 말의 외모·성품과 함께 나폴레옹처럼 덩치가 작아 나폴레옹의 단신 콤플렉스를 상쇄(말에 올랐을 때 말과 나폴레옹의 비율이 맞아 작아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당시 정확한 말의 나이를 알 수는 없으나 그림 상으로는 9~10세 전후로 보인다. 이유는 말의 무릎 엉덩이가 아직 검정색을 띠고 있어 백색의 털로 변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말은 태어나면서부터 백마는 없다. 검정색과 회색이 섞인 일명 청해마로 태어나서 털이 흰색으로 변한다. 최근 북한의 1인자에 등극한 김정은의 홍보 동영상에 나온 말도 시간이 흐르면 백마가 될 청해마다.

그림에서 보면 말이 앞발을 들고 기립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말이 구보로 언덕을 오르고 있는 장면으로 봐야 한다.

말은 보편적으로 기립을 할 때 머리를 앞으로 숙인다. 말은 머리와 목으로 균형을 잡는데 만약 그림의 말처럼 머리가 뒤로 넘어가면서 기립을 하면 말과 기승자는 전복될 가능성이 크다.

그림에서는 승마의 상식을 벗어난 표현이 있다. 나폴레옹의 복장이다. 그림에서 나폴레옹은 치렁치렁한 망토를 걸치고 있고 게다가 망토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이 상태라면 말에 승마 하거나 하마 할 때 큰 어려움이 있다. 또 휘날리는 망토로 인해 말이 놀랄 수도 있다. 백마의 갈기가 진한 황금빛과 갈색이라는 점도 현실적이지 않다. 일반적으로 청해마의 경우 갈기는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변한다. 백마중 카마라그 조랑말의 경우 햇빛을 받으면 갈기가 연한 황금빛을 띄는 경우도 있지만 황금빛과 갈색이 섞이는 경우는 없다. 특히 그림속 처럼 날씨가 흐리면 백마의 갈기는 흰색으로 보인다.

정리=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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