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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에 '손배소 족쇄'…"800번 환생해야 갚을 돈"

입력 2022-08-18 20:35 수정 2022-08-1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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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런 손해배상청구는 파업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사측이 악용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평생 일해도 갚을 수 없을 만큼의 큰돈을 노동자들에게 직접 청구하는 겁니다.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하이트진로 고공농성, 그리고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공통적으로 따라붙은 건 손해배상 소송 문제입니다.

앞서 대우조선이 주장한 피해 액수는 8,000억 원이 넘습니다.

노동자들이 실제 갚을 수 있는 규모가 아닙니다.

[송영섭/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 : 40년 정도 노동한다면 800번 이상 환생해야 갚을 수 있는 돈입니다. 평생 일하고 한 푼도 쓰지 않고 갚아야만 갚을 수 있는…]

지난 2009년 '쌍용차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대규모 정리해고에 반발한 노동자들의 공장 점거 농성에 대해, 사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13년째 진행 중입니다.

100억 원의 청구액 가운데 33억 원이 2심까지 인정됐습니다.

[김득중/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2013년) : (소송을) 철회하지 않으면 쌍용자동차 누군가의 또 죽음을 예견할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에 놓이는 것 아니냐…]

특히 지금까지 이런 소송 95%가량은 노동자 개인에게 배상 책임을 묻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권리 행사를 넘어 사측이 파업 참여 노동자를 옥죄는 수단으로 악용해온 셈입니다.

국제노동기구 ILO는 이미 5년 전 이런 상황에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국제 기준에도 맞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제도 개선은 더디기만 합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며 노동자 개인에 대한 손배소를 금지하는 법안은 19대 국회부터 발의와 폐기를 반복했습니다.

이번 21대 국회에도 이미 4건이 나와 있습니다.

나아가 근본적으로 파업의 '합법성'을 더 넓게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조경배/순천향대 법학과 교수 : 다른 나라에서는 개인 노동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는 거예요. 그런 문화가 없다는 거예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조합원 42명의 고용 승계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다시 한번 단식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영상디자인 : 황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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