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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잘나오게 비왔으면" 망언에 실종자 가족은 말을 잃었다

입력 2022-08-11 15:36 수정 2022-08-11 15:50

급류 휩쓸린 실종자 손녀 "잠 못자고 찾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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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 휩쓸린 실종자 손녀 "잠 못자고 찾고 있는데"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오늘 오전 수해 복구 봉사활동에서 한 발언.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오늘 오전 수해 복구 봉사활동에서 한 발언.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당 차원의 수해 봉사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오늘(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수해 복구현장에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의원 40여 명과 보좌진, 당직자 등 100여 명이 함께 피해 복구를 돕는 봉사 활동을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성원 의원이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발언했습니다.

곁에 있던 같은 당 임이자 의원이 김 의원의 팔을 치며 급히 제지하는 모습도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 실종 할머니 찾는 손녀 "3일 넘게 다들 잠 못 자고 있는데"

김성원 의원의 '농담'이 나온 그 시각, 경기도 광주시 목현천에서는 70대 여성과 60대 남성을 찾는 수색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지난 9일 0시 40분쯤 집 주변 하천이 넘치는지 확인하려 70대 여성이 외출했다 돌아오지 않자 남동생인 60대 남성도 따라나섰다가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장에서 JTBC 취재진을 만난 실종자의 손녀 A 씨는 김성원 의원의 발언에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가족, 소방관, 공무원, 군인까지 3일 넘도록 잠 못 자고 사람 찾고 있는데 비가 왔으면 좋겠다니 국회의원이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게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원 의원이 발언이 나온 그 시각, 경기도 광주시 목현천 인근에서는 수색견과 구조대원들이 급류에 실종된 70대 여성과 60대 남성을 찾는 수색을 사흘째 진행했다. 〈이승환 기자〉김성원 의원이 발언이 나온 그 시각, 경기도 광주시 목현천 인근에서는 수색견과 구조대원들이 급류에 실종된 70대 여성과 60대 남성을 찾는 수색을 사흘째 진행했다. 〈이승환 기자〉

◇ 산사태에 몸만 빠져나온 남한산성면 주민 "정치인 자격 없어"

산사태 피해가 컸던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주민들도 김성원 의원의 발언에 분노를 금치 못했습니다. 이틀간 고립됐다가 어제 구호 식량을 받았고, 오늘에야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곳입니다.

복구 작업이 한창인 남한산성면 검복리 주민 김 모 씨는 JTBC와의 통화에서 "지금 이 시국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느냐"며 "정치인들이 말을 함부로 하면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이곳에 찾아온 공무원이나 도의원들도 직접적인 잘못이 없어도 주민들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건넨다"며 "국회에 있는 사람이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길래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 사과했지만…'평소 인식의 문제' 지적

논란의 발언을 한 김성원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엄중한 시기에 경솔하고 사려 깊지 못했다. 깊이 반성하며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JTBC 취재진이 수해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한순간의 실수'가 아니라 '평소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긴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주민은 "(국회의원이) 평소에 수해현장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몰라도 사람이 죽어 나간 현장에서 이벤트 사진이나 찍으려는 생각 자체가 틀렸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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