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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기술자 가문'이 만든 휴대용 해시계…바다 건너 국내로 돌아온 '일영원구'

입력 2022-08-18 14:10 수정 2022-08-18 18:14

어느 기록에도 없던 희귀 유물…19일부터 일반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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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록에도 없던 희귀 유물…19일부터 일반 공개

어느 곳에서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해시계 '일영원구'가 공개됐습니다.

'일영원구'는 지난 3월 미국의 한 경매에서 출품돼 국내로 들어왔습니다. 낙찰 가격은 약 7천만 원입니다. 반출 경위는 알 수 없지만, 일본에 주둔하던 미군 장교가 갖고 있던 유물을 입수한 개인 소장가가 경매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까지 어느 기록에서도 일체 찾아볼 수 없던 희귀한 유물입니다.

 
휴대용 해시계 '일영원구'휴대용 해시계 '일영원구'

지구본 모양의 해시계는 높이가 23.8cm, 구의 지름은 11.2cm로 야구공보다 조금 더 큰 정도입니다. 한 곳에 고정해서 쓸 수밖에 없는 해시계 '앙부일구'와 달리 어디로 가져가도 위도와 수평을 맞춰 시간을 볼 수 있습니다.

 
자격루에도 사용됐던 '시보창'자격루에도 사용됐던 '시보창'

태양의 그림자를 구의 홈에 맞추면 T모양의 횡령이 시간을 가리킵니다. 공에 그려진 12지와 96칸의 세로 선은 하루를 12시 96각(1각은 15분)으로 보던 조선 후기의 시각법을 의미합니다. 그림자뿐만 아니라 동그란 모양의 '시보창'을 통해서도 시간을 알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자격루와 혼천시계에서도 사용했던 조선 과학기술의 집대성입니다.

유물의 받침판에는 항해 중인 선박 문양이 보입니다. 먼바다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물건으로, 개항하던 시기에 사용된 역사적 배경도 알 수 있습니다.

알려진 적 없던 '휴대용 해시계'는 누가 만들었을까. 일영원구에는 '상직현'이라는 제작자가 고종 27년 7월에 만들었다는 낙관이 새겨져 있습니다. '고종실록'과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상직현은 국왕의 호위를 담당한 무관입니다. 동시에 1881년 일본 통신사로 나가 근대 문물을 접한 엔지니어기도 했습니다. 상직현의 아들인 상운은 청나라로 파견돼 우리나라에 전화기를 최초로 들여온 인물이기도 합니다. 조선의 '기술자' 가문인 셈입니다.

이용삼 충북대학교 천문우주학과 명예교수는 “외래 문물에 밝은 가문에서 정교하게 만든 명품으로, 서양 문화에 숨겨져 있던 전통 과학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지정문화재로 등록될 가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화재청은 '일영원구'를 19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특별 전시를 통해 국민에게 공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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