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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명예교수 "가습기살균제, 쥐 실험만으론 위험성 판단 못해"…SK·애경 무죄 비판

입력 2022-08-11 14:30 수정 2022-08-1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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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탐사보도팀은 끝나지 않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연속보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기업 관계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지만 처벌은 허무하게 끝났습니다. 특히 SK케미칼과 애경산업 관계자들은 지난해 1월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두 기업이 살균제에 사용한 CMIT, MIT 성분의 위험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단 이유였습니다. 특히 쥐를 사용한 동물실험 결과 폐 질환 징후가 명확하게 발견되지 않았단 게 결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취재팀은 관련 분야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쥐 실험 결과로 인체 독성 확인하겠단 건 아주 불성실한 접근"이라고 말합니다. 동물실험이 화학물질의 독성을 확인하기 위해 행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만능일 순 없다는 설명입니다. 쥐와 인간은 면역체계와 생리 구조가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교수는 "제품을 썼던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는 피해가 있었단 것 자체가 위험성을 입증한 것"이라며 "이제와서 피해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라고 할 순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이덕환 교수와의 일문일답입니다.


Q.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물질은 어떤 건가요?

A.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논란이 된 건 살균 성분들입니다. 대표적으로 PHMG, PGH, MIT, CMIT, BKC 등 종류가 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사용했던 이 성분들은, 일반적으로 생활화학용품이나 일상생활에서 굉장히 널리 사용하는 범용 살균 성분들입니다.

그런데 이 '살균 성분'이라고 하는 건 박테리아를 죽이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살균 성분들은 예외 없이, 어떤 방법으로 인체에 노출되느냐에 따라서 독성이 아주 극명하게 달라집니다. 가장 위험한 게, 호흡을 통해서 흡입하는 방식이에요. 폐는 면역 기능이 전혀 없는 기관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가장 피해가 심각합니다. 눈도 마찬가지입니다. 호흡이나 눈을 통해서 살균 물질에 노출이 되면 가장 위험하고요. 두 번째로 심각한 게 이제 섭취죠, 음식물을 통해서 먹는 경우입니다. 그다음이 피부에 접촉을 통한 노출 순입니다. 그런데 살균성분의 흡입독성은 보통 잘 조사를 안 합니다.


Q. 왜 조사가 안 되는 건가요?

A. 애초에 흡입 가능성이 있는 생활용품에는 거의 사용을 안 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 이런 물질이 소량 피부에 닿는 것과 폐로 들어가는 것의 위험성이 다르니까요.

또 뱀독, 복어 독, 청산가리같이 섭취 즉시 모두에게 치명적인 위험이 나타나는 '급성 독성 물질'의 독성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이 PHMG PGH 등 가습기살균제에 사용했던 살균 성분들은 '만성 독성 물질'입니다. 독성이 굉장히 강하지는 않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지나치게 많이 노출되면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흡입의 가능성이 있는 생활용품에는 거의 사용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흡입독성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죠.

가습기살균제라는 제품은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흡입독성이 확인되지 않은 살균성분을 밀폐된 실내에다 분무하고 그 안에서 사람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생활하도록 한 제품이었어요.


Q. 흡입했을 때 피해 정도도 사람에 따라 다르고, 일관적으로 보고된 피해가 없으니 인과관계를 주장하기도 어렵겠네요.

A. 그렇죠. 그 사람의 체질이라고 그럴까요?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생리기능이 똑같은 게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서 술을 잘 먹는 사람도 있고 못 먹는 사람도 있잖아요? 술도 1군 발암물질입니다. 인체 발암성이 확인된 발암물질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흔히 마시잖아요? 그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다 암에 걸리는 거 아니거든요. 그중에 일부가 암에 걸리는 거죠. 담배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알려진 발암물질이지만 모두에게 같은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에요.

이게 만성 독성 물질의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한두 번 노출되는 거로는 독성이 나타나지 않으면서도 장기간에 걸쳐서 지속적,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그중 일부의 사람들한테 독성이 나타나는 겁니다.


Q. 나타날 수 있는 피해 증상으론 어떤 게 확인된 건가요?

A. 쥐 시험을 해봤더니 쥐한테서도 폐섬유증이라고 하는 증상이 나타나더라, 하는 걸 쥐 실험을 통해서 2018년 겨울에 알게 된 거죠. 문제는 (SK케미칼, 애경 등 제품에 사용된) MIT, CMIT 물질은 쥐를 통해서 폐섬유증이 직접 확인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Q. 그게 SK와 애경이 1심에서 무죄를 받은 핵심 근거였죠?

A. 네, 그게 문제입니다. 사실 쥐 실험으론 인체에 위험이 있다 없다를 판단할 수 없어요.

인체에 대한 실험은 확실하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윤리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 살균 물질을 사람이 흡입했을 때 어떤 독성이 나타나는가, 라는 걸 확인하기 위한 과학적인 실험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 기껏 할 수 있는 게 쥐를 통한 실험인 건데, 쥐와 사람은 생리 구조가 전혀 달라요. 쥐는 시궁창에서도 삽니다. 호흡기가 우리보다 훨씬 더 튼튼해요. 시궁창이라는 데는 온갖 유해 물질들이 가득 차 있는 곳 아닌가요? 거기서도 쥐들은 멀쩡하게 살아요. 그런데 사람은 시궁창 같은 대기 환경에서는 못 살죠. 그렇다고 해서 시궁창 대기 환경에 사람이 노출되면 어떤 위험이 있냐, 그걸 명확히 말할 순 없죠, 확인해 본 사람이 없으니까.


Q.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할 수 없으니까요.

A. 그러니까 지금 일부 기업에서 주장하는 '인체 독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라는 주장은 면피용입니다. 이런 물질(가습기 살균제 물질)의 인체 독성은 아무도 확인할 수가 없어요. 그럼 인체 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뭐냐,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예요. 유해성이 의심되는 성분을 사용한 사실을 가지고 '아 이 물질이 사람한테도 독성을 나타내겠구나' 하는 거를 추정하게 되는 겁니다.


Q. 쥐 실험을 가지고 '쥐한테서 이 물질이 어떤 위험성을 보이지 않았으니 사람한테도 그럴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리는 건 잘못된 거죠?

A. 어처구니없는 억지입니다. 쥐 실험의 결과를 가지고 인체 독성을 확인하겠다는 주장은 아주 불성실한 이야기고요. 법정에서 피해 사실을 판정하는 데는 아무 의미가 없는 주장이에요. 거기에 지금, 2011년부터 지금까지 10년을 매달려 있었던 거예요.


Q. 그럼 이 물질이 위험하다는 가장 유력한 증거는 이거 썼던 사람들이 아프다, 이렇게 역학적으로 추정을 하는 것이 가장 옳은 방법인 건가요?

A. 그렇죠. 그 확실한 예가 1980년대에 미국에서 있었던 석면 파동입니다. 석면은 수천 년 동안 사용해 온 물질이고 20세기에 들어와서 더 널리 사용이 됐죠. 그러다가 1980년대 일부 사람들이 '석면 소재를 사용한 방에서 오래 생활해 병에 걸렸다'라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고, 미국 정부가 그 석면의 발암성을 인정하고 보상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 석면의 발암성을 인정하게 된 과정은 쥐 실험이 아니에요.


Q. 그런데 재판부를 포함한 비전문가들은 '어쨌든 이게 위험한 물질이라는 게 어떤 실험을 통해서 입증되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버리기가 힘든 거 같아요.

A. 과학적 팩트는 뭔가 하면, 살균 기능이 있는 물질은 살균이라는 건 박테리아를 죽이는 능력이에요. 사람도 박테리아와 같은 세포들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세포에 독성을 나타낼 수 있으면 우리 몸에 세포에도 독성을 나타낼 수 있는 겁니다. 그런 물질을, 이 면역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피부나 이 소화기관에 노출시키는 게 아니라 면역기능이 극도로 취약한 호흡기를 통해서 노출되도록 만든 사용법이 문제인 거예요.

그런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 살인적인 아이디어였던 겁니다. 그 자체가 문제였는데, 그러고 그 제품이 20년 가까이 사용이 되면서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는 피해가 발생을 했는데. 이제 와서 피해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라는 건 정부가 해서는 안 되는 주장이죠.'


Q. 지금 CMIT, MIT를 쓴 기업들에 대해서 2심 지금 진행 중이잖아요. 2심 재판부는 이런 부분 제대로 봐야 된다, 하는 게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A. 1심 재판부가 실수했던 게 그거예요. 사람을 쥐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그러니까 2심 재판부는 사람하고 쥐가 동일하지 않다는 걸, 생리적인 측면에서 또는 유해물질에 대한 유해성 측면에서 사람하고 쥐는 명백하게 구분되는 생물 종이다, 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고요. 인체 실험을 통해서 인체 독성을 확인하는 건 윤리적인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고요.

지금 명백하게 임상적으로 의학적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실험에서 사용하는 정도의 노출 수준으로는 쥐한테서는 확인이 안 되지만 사람한테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그 결론이 아주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입니다. 그 경계가 어딘가를 열심히 확인해봐야 아무한테도 도움이 안 되는 그 무의미한 투자이고 노력일 뿐이에요. 그걸 지금 법원이 강요하고 있는 겁니다. 그게 문제인 거죠.“

인턴기자 나한아
촬영·편집 장지훈V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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