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추운 날씨에도 누군가를 위해서 묵묵히 밖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얼어서 터진 수도 계량기를 고치는 대책반, 또 보금자리 없는 노숙인들을 돕는 활동가들의 하루를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따라가 봤습니다.
[기자]
어제(24일)와 오늘 서울에서만 수도계량기가 얼어서 터지는 사고가 250건 넘게 발생했습니다.
대책반이 처음 출동한 곳은 서울의 한 주택가입니다.
터진 계량기를 감싸던 젖은 헌 옷을 꺼냅니다.
강추위에 계량기 교체 작업은 쉽지 않습니다.
[김성배/서울시설공단 주임 : 꽉 조이긴 조이는데 얼었어, 얼었어.]
옆으로 치워둔 헌 옷은 금세 얼어붙었습니다.
이번엔 한 아파트에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깨진 계량기 유리 사이로 물이 새어 나옵니다.
[김준희/아파트 주민 : (어젯밤에) 물 한 번씩 틀었다가 잠가놨거든요. 그런데 오늘 아침에 쓰려고 하니까 이렇게 됐더라고요.]
계량기를 새로 바꿔주고 얼어버린 이음새는 드라이기로 데웁니다.
[박인석/서울시설공단 주임 : 교체한 다음에도 관이 얼어 있으면 물이 안 나오는 거거든요. {일일이 녹여야 하는 건가요?} 예.]
이곳에 설치돼 있던 수도 계량기가 완전히 깨졌습니다.
맺혀 있던 물은 얼음이 돼 버렸는데요.
안에다 솜을 채워서 보온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입김이 날 정도로 추운 날씨다 보니까 소용이 없었습니다.
[박인석/서울시설공단 주임 : 겨울에 추울 때는 물을 조금씩 틀어놓는 게 제일 중요해요. 밤에 주무실 때나 외출할 때 꼭 좀 물 좀 틀어주세요.]
출동은 밤낮을 가리지 않습니다.
[남동호/서울시설공단 주임 : 어려운 가정 같은 경우, 홀몸 노인이라든지 이런 데 저희가 일을 해줬을 경우에 그 성취감, 뿌듯한 마음. 그런 걸 보람되게 느끼고 있어요.]
살을 에는 바람을 뚫고 길을 나서는 사람들, 노숙인을 지원하는 활동가들입니다.
서울역 뒤편 얇은 텐트 입구엔 이불이 덧대어져 있습니다.
서울시 전체 노숙인은 약 570명으로 파악됩니다.
이 중 서울역 광장 주변에만 160여 명의 노숙인이 있습니다.
[문민수/노숙인 지원 담당자 : {아이고, 추워.} 많이 춥죠. 핫팩 좀 드릴게. 오늘은 빵이 없네요. 죄송해요.]
찬바람이 들어오는 지하도에는 이불 한 장, 침낭 하나로 긴 밤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60개 넘게 준비한 손난로는 금방 떨어졌습니다.
[7, 8개밖에 안 남은 것 같은데.]
활동가들이 매일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괜찮아요".
[문민수/노숙인 지원 담당자 : 엄청 추운데 여기서 주무실 수 있겠어요? {네, 괜찮아요.} 뭔가 필요하다고 해야 우리가 거기에 대해서 도와줄 수 있는데 아무런 욕구도 없고 그러시는 분들이 제일 힘들죠.]
그렇지만 묻고, 또 묻습니다.
[문민수/노숙인 지원 담당자 : 어디 아프신 데는 없어? {기침약 좀 있어요?} 제가 한 번 찾아볼게요, 사무실 가서. {네.}]
기온이 내려갈수록 걱정은 더 커집니다.
[허성윤/노숙인 지원 활동가 : 박OO 님이 중앙 지하도에서 혼잣말하시면서 겨울 잠바도 없이 계시는 걸 발견해서요. 일단 센터 와서 응급보호방 연계했고요.]
힘들지만, 꾸준히 다가가는 건 한 명이라도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 때문입니다.
[김윤석/노숙인 지원 활동가 : 거리의 선생님들과 일종의 약속입니다. 의외로 또 기다려주시는 분도 많이 계세요. 이런 날일수록 더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추운 날, 더 추운 곳으로 향하는 사람들. 추위를 견딜 온기가 남아 있을 수 있도록 혹한의 날씨에도 쉬지 않고 발로 뛴 이들이었습니다.
(VJ : 김대현 /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강석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