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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교수만 확보하면 반도체 학과 확대"…현장에선 "클린룸도, 연구비도 부족"

입력 2022-08-17 13:20 수정 2022-08-17 15:41

규제 풀어 첨단학과 신설도, 정원 확대도 쉽게
문 닫는 지방대 첨단학과…"수도권 교수 쏠림 심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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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풀어 첨단학과 신설도, 정원 확대도 쉽게
문 닫는 지방대 첨단학과…"수도권 교수 쏠림 심해질 것"

교육부가 대학 규제를 일부 풀기로 했습니다. 반도체 등 첨단 분야의 인재를 키우기 위해섭니다. 대학은 교수만 확보하면 첨단 분야의 학과를 새로 만들거나 정원을 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학생뿐 아니라 교수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당장 먼지, 세균 등이 없는 클린룸이나 장비가 부족한 현실도 지적합니다.

교육부 "교수 확보하면 정원 확대"…대통령 "반도체 인재 15만명 육성"

오는 2024년부터 대학은 교원 확보율만 충족하면 첨단 학과(학부)를 신설하거나 정원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달 19일 발표했던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의 후속 조치로 대학의 규제 완화를 내놓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오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인재 양성을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인재공급 정책을 중시해서 관련 대학과 대학원 정원을 확대하고 민관 협력을 강화해서 반도체 핵심 전문 인재 15만명을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대학원은 교원만 확보하면 첨단학과를 만들거나 늘릴 수 있습니다. 이번엔 대학의 학부까지 확대한 겁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현장 시찰을 위해 지난달 경기도 안양시 대림대학교를 방문, 반도체기술교육센터에서 반도체 관련 실습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현장 시찰을 위해 지난달 경기도 안양시 대림대학교를 방문, 반도체기술교육센터에서 반도체 관련 실습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존에는 대학이 정원을 늘리려면 교지(땅)ㆍ교사(건물)ㆍ교원ㆍ수익용 기본재산 등 4대 교육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가능합니다. 규제가 풀리면 학부의 교원 확보율만 충족하면 됩니다. 국립대학에서는 전임 교원 확보율이 완화 됩니다. 기존 80%에서 70%로 낮아집니다.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오는 19일 입법 예고합니다. 교육부는 “이번 제도개선으로 대학은 보다 자율적으로 학과 간 자체 정원 조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습니다.

현장에선 "장비ㆍ클린룸도 없는데…교수도 수도권 쏠림"

원광대는 2023학년도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학부를 없애기로 했습니다. 매년 신입생 정원을 채우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7년 '산학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에 선정돼 3년간 정부 지원을 받았습니다. 지원이 끊긴 이후엔 학과를 유지하기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최근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 분야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대학 규제를 풀고 있지만, 이미 첨단학과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대학도 있는 겁니다.

박맹수 원광대 총장은 “해외에서 석ㆍ박사를 마쳤거나 실력 있는 교수들을 모셔왔지만 수도권 다른 대학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교원만 확보하면 첨단학과 정원을 늘릴 수 있다는 발표에는 “학생뿐 아니라 교수의 수도권 쏠림도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수도권 대학에서 교원 충원율을 높이려고 교수를 찾다 보면 이미 교단에 있는 지방대 교수들을 데려갈 것”이라는 얘깁니다.

박맹수 전북지역 대학총장협의회 회장(원광대 총장) 등이 참여한 '7개 권역 대학 총장협의회 연합'은 지난달 7일 교육부 장관과 간담회를 열고 수도권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사진=연합뉴스〉박맹수 전북지역 대학총장협의회 회장(원광대 총장) 등이 참여한 '7개 권역 대학 총장협의회 연합'은 지난달 7일 교육부 장관과 간담회를 열고 수도권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사진=연합뉴스〉

대학의 낡은 장비와 열악한 연구실 문제도 남아있습니다. 박 총장은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십억의 장비가 필요한데 대학이 자체적으로 감당하기는 어렵다”라고 토로합니다. 반도체 관련 실습을 할 수 있는 클린룸을 갖춘 곳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기존 장비도 부족하거나 낡았습니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조차도 대부분의 장비가 10~20년을 넘겼습니다. 앞서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교수를 뽑더라도 연구비가 없으면 연구를 제대로 못 하긴 마찬가지고 악순환"이라며 "연구비를 늘리고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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