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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해방의 날…바다는 안녕할까

입력 2022-08-03 21:10 수정 2022-08-03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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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보시는 제주 앞바다에는 12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 남방큰돌고래들이 살고 있습니다. 무려 17년 동안 돌고래 쇼에 동원돼 온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고향이기도 한데요. 좁은 수족관에 갇혀 살던 8마리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비봉이도 드디어 내일(4일) 바다로 돌아갑니다.

앞으로 어떤 여정을 펼쳐나갈지, 백희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백희연 기자]

제주 퍼시픽리솜 수족관 돌고래쇼에서 묘기가 펼쳐집니다.

그런데 이번엔 돌고래가 조련사 지시를 무시하는 듯합니다.

물 밖으로 올라오라고 몇 번을 손 저어도 꿈쩍을 않고 버팁니다.

다섯 살 되던 2005년 제주 비양도에서 불법포획당한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입니다.

이후 좁은 수조에 갇혀 살며 지난해 말까지 돌고래쇼 무대를 장식해왔습니다.

지난 2012년 돌고래 불법 포획에 대한 수사를 통해 재판이 시작됐고, 법원 판결로 쇼에 동원됐던 제주의 남방큰돌고래들은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비슷한 시기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서울대공원에 있었던 금등이와 대포 등 7마리가 모두 바다로 돌아갔지만, 비봉이는 예외였습니다.

[조약골/핫핑크돌핀스 대표 : (시효 때문에) 2009년 이후에 잡힌 돌고래들만 재판에 넘겼고요. 비봉이는 너무 오래전에 잡혔다는 이유로…]

그렇게 잊혀졌던 비봉이도 드디어 내일 고향인 제주 바다로 가게 됐습니다.

[조승환/해양수산부 장관 : 비봉이는 현재 수족관에 남아 있는 마지막 남방큰돌고래입니다. 비봉이 해양방류를 위해 여러 차례 협의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이번 방류 계획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바다엔 야생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비봉이를 위한 가두리 시설이 만들어졌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한 달 정도 적응 훈련을 거칩니다.

CCTV 두 대를 설치해 야생 돌고래들과의 접촉과 교감 과정을 24시간 모니터링합니다.

다섯 단계의 훈련을 거친 후 비봉이는 GPS 위치추적 장치를 달고 가두리를 나갑니다.

1년 정도 전문가들이 추적 관찰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절차를 성공적으로 해내면 비봉이는 야생의 삶을 완전히 되찾게 됩니다.

하지만 보호종으로 지정받지 않은 21마리 돌고래들은 아직도 수족관에 갇혀 돌고래쇼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앵커]

바다에 돌려보내기만 하면 다 끝나는 건 아닙니다.

바다에서 헤엄치는 돌고래들을 어떻게든 가까이에서 보는 것 대신 우리가 정작 마주 봐야 하는 모습들을 임지수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임지수 기자]

보석처럼 빛나는 바닷물 위로 남방큰돌고래들이 무리를 지어 뛰놉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떠다니는 스티로폼 쓰레기를 만나자, 방향을 틀어 물 속으로 흩어집니다.

지난 3월 서귀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인도태평양상괭이 배 속에서도 바다 쓰레기가 쏟아져나왔습니다.

5cm 바늘 4개와 2m 길이 낚싯줄 뭉치가 몸을 망가뜨렸습니다.

[이성빈/서울대 수생생물의학연구실 수의사 : 낚싯바늘을 섭취한 상태여서 위벽을 찌르고 하다 보니 먹이를 잘 못 먹게 돼서…]

지난해 12월 발견된 상괭이는 배 속에 35cm 아기 돌고래를 품은 채 숨졌습니다.

다른 어종을 잡으려 쳐놓은 그물에 끼어 질식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병엽/제주대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장 : (새끼가) 한 6개월 정도 성장한 상태에서 죽은 것 같습니다. 많이 안타까웠죠.]

남방큰돌고래 '단이'는 지난해 낚싯줄이 몸에 감겨 지느러미를 파고드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최근 찍힌 영상을 보면, 낚싯줄 수가 세 배로 늘었습니다.

몸에 휘감긴 낚싯줄에 해조류를 매달고 다니거나, 꼬리에 낚싯바늘이 박히는 일도 많습니다.

[조약골/핫핑크돌핀스 대표 : 염증이 생겨서 치유가 안 되고 악화되는 모습이죠. 잘려나가고.]

제주 대정읍 앞바다에는 이렇게 많은 관광객들이 매일같이 찾아와서 돌고래를 구경하는데요.

조금 더 가까이 가려는 욕심 때문에 돌고래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관광객들을 실은 선박도 돌고래들을 위협합니다.

해양수산부 관찰가이드에 따르면 배들은 돌고래들로부터 최소 50m 거리를 확보해야 하지만 정작 처벌 규정은 없습니다.

선박에서 내뿜는 소음도 치명적입니다.

[조약골/핫핑크돌핀스 대표 : 돌고래들은 초음파로 모든 것들을 다 하거든요. (소음이 들리면) 사람으로 치면 보지도 못하고 서로 소통도 못 하는 거죠.]

바다 최상위 포식자인 고래가 마르면 해양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김병엽/제주대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장 : 선박만 가까이 오면 굉장히 스트레스로 돼가지고 해녀들이 조업하는 데 가서 행동이 막 거칠어지고.]

고래 한 마리는 평생 33톤 분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입합니다.

해외에선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바다쉼터를 만들어 자연으로 돌아오는 돌고래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화면제공 : 해양수산부·서울대 수생생물의학실·핫핑크돌핀스·이정준 감독)
(영상디자인 : 최석헌 / 영상그래픽 :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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