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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환자 입안에 꿈틀꿈틀 벌레가?…잡고 보니 파리 구더기

입력 2023-06-13 15:06 수정 2023-06-1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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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환자 입안에 꿈틀꿈틀 벌레가?…잡고 보니 파리 구더기
지난달 요양병원에 입원한 84세의 아버지를 돌보던 김지선 씨(가명)는 깜짝 놀랐습니다. 의식이 없는 아버지 입 속에서 꿈틀거리는 하얀색 벌레를 발견한 겁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1~1.5cm 크기의 구더기가 여러 마리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입 속은 물론 목구멍 안쪽까지 들락날락 거리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놀란 마음에 다급히 고무장갑을 끼고 입속의 구더기를 잡기 시작했고 간호사에게도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손으로 잡기 어려워 지자 흡입기까지 동원해 목구멍 안쪽에 숨은 구더기들 까지 잡아냈습니다. 이렇게 정신없이 잡은 구더기가 4~5마리나 됐습니다.

놀란 김 씨는 다음날 아버지를 모시고 대학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구더기는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고 피검사에서도 염증수치가 정상범위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살아있는 사람 몸에서 어떻게 구더기가 있을 수 있던 걸까요?

전문가들을 통해 확인해 보니 김 씨의 아버지가 겪은 증상은 '구강 구더기증'이었습니다. 파리가 낳은 알이 부화한 구더기가 기생충 형태로 입안에서 발견되는 희귀질병입니다.

[단독] 환자 입안에 꿈틀꿈틀 벌레가?…잡고 보니 파리 구더기
인체 내 구더기증은 대부분 파리가 피부의 상처에 알을 낳으면서 발생하는데 이번 경우처럼 입속에서 발현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김 씨 아버지의 경우는 교통사고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장기간 입을 벌린 채 지내면서 파리가 입안으로 들어가 알을 낳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의식이 없다보니 구더기의 움직임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발견이 늦어졌습니다.

실제 이런 사례는 해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바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치매를 앓고 있던 82세의 할머니의 코 안에서 구더기 수십 마리가 발견됐고 2020년에도 교통사고로 혼수상태가 된 같은 나이의 할머니 입속에서도 구더기 28마리가 발견돼 학계에 보고됐습니다.

기생충 학자들은 이렇게 국내에서 구강 구더기증을 일으키는 파리가 대부분 검정파리과에 속하는 구리 금파리라고 추정합니다. 구리 금파리가 입 속과 같은 고온다습한 환경에 알을 낳으면 그 알이 유충인 구더기로 변하는 시간은 10~12시간 정도이고, 구더기는 2~3일이면 완전한 성숙 상태로 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구더기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인체에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인도에서 비강내 구더기증 사례를 분석한 결과 가장 흔한 합병증은 구더기로 인한 염증으로 비중격 천공과 구개천공이이 보고됐고 이 밖에 안면부 봉와직염, 편도 및 후인두 궤양 등도 발생했습니다.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구더기가 뇌 안으로 침투해 발생하는 기뇌증(pneumocephalus)의 경우 치사율이 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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