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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요즘 세상에 이런 곳이?…물도 전기도 안 들어오는 마을

입력 2022-10-21 20:49 수정 2022-10-21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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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직도 이런 데가 있나 싶으실 마을들을 오늘(21일)도 밀착카메라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남들은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을 작고 외진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그러지 못하고 있는데요. 오늘 보실 두 곳은, 물 마시는 게 참 쉽지 않은 마을과 또 전기가 안 들어오는 아주 캄캄한 마을입니다.

이희령 기자가 담아왔습니다.

[기자]

'오지마을' 표지판을 지나 구불구불 들어가면 작은 마을이 나타납니다.

23가구가 사는 충북 상노리, 주민들의 속을 썩이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물입니다.

마을에서 조금만 걸어들어오면 육지 속의 바다라고도 불리는 큰 호수, 충주호가 나옵니다.

수도권, 그리고 충북 일부 지역의 식수원인데 정작 이 마을엔 상수도가 연결돼 있지 않아서 주민들은 마시는 물을 사먹고 있습니다.

수돗물 대신 지하수를 끌어와 생활용수로 사용하지만 이마저도 식수로 쓰기 어렵습니다.

[황상달/충북 제천시 상노리 : 찜찜한 정도가 아니지. 뿌예지잖아, 이 물이. 이게 나온다고 이렇게.]

이 마을의 각 가정에선 이렇게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물을 한 번 받아 볼까요?

컵 안을 보니 물과 함께 검은 알갱이가 나왔습니다.

마을 물탱크 바닥에도 이물질이 있습니다.

결국 주민들은 틈날 때마다 생수를 사옵니다.

[황상달/충북 제천시 상노리 : 한 번 가면 이런 걸 한 열 몇 개씩 사 오지. 돈도 돈이지만 성가셔.]

주변에 마트나 편의점도 없어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가야 합니다.

몸이 불편한 주민은 이웃이 대신 사다줍니다.

[홍순함/충북 제천시 상노리 : 차도 없고 나는, 그래서 나갈 수가 없잖아. (무거워서) 차에 실을 수도 없고.]

[환경부 관계자 : 상수관로를 설치하려면 예산 투입이 돼야 하고, 예산이 투입되려면 지자체의 의지가 있어야 하고요.]

지자체는 매년 상수도 설치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예산이 부족해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주민들은 답답합니다.

[신정철/충북 제천시 상노리 : 서울시민까지도 이 물로 식수원이 다 충당된다는 건데, (여기 주민들은) 사 먹어야 하는 형편이다 보니까 그건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

다음으로 향한 곳은 전북 완주군에 있는 밤목마을입니다.

가로등 하나 없는 험한 산길을 올라가야 집이 나옵니다.

비포장 산길을 10분 정도 달려 어렵게 밤목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주변이 상당히 어두운데요, 이 마을에 아직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제 앞에 있는 카메라 조명을 끄면 바로 앞에 있는 상대도 분간되지 않을 정도로 캄캄합니다.

말 그대로 산간 오지마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민 국승구 씨는 태양광 발전기로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전량이 얼마 되지 않아 전등을 켜는 정도로 쓰고 있습니다.

[국승구/전북 완주군 밤목마을 : 전자제품은 일절 쓸 수가 없습니다. 화목보일러, 안 켜져요. 전기가 부족하니까 이것이 싹 나가버려.]

부엌에 냉장고가 있기는 하지만 쓰지를 못하다 보니까 아예 코드를 뽑아 뒀습니다.

냉동실 안에는 생수가 있는데 얼지 않은 상태 그대로입니다.

겨울을 앞두고 난방장치를 사용하려고 태양광 발전시설을 또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국승구/전북 완주군 밤목마을 : 워낙 불편해서 3㎾h를 지금 계약했거든요? 1천만원 주고 하면 3년밖에 못 써요.]

이웃집 상황도 비슷합니다.

[김동언/전북 완주군 밤목마을 : 관청에 계시는 분들이 진짜 여기 와서 하루 저녁만 지내봤으면 좋겠어. 그 정도로 답답해요.]

발전기를 사서 쓰는데 기름값이 부담입니다.

[김동언/전북 완주군 밤목마을 : 한 통에 5만원 가까이…한 통 가지고 이틀을 못 때요.]

밤목마을처럼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벽지 마을은 전국에 29곳입니다.

[국승구/전북 완주군 밤목마을 : 세금 안 내는 사람도 없고. 주민이 최소한의 불편은 없이 살도록 그렇게 해줬으면…]

불편하면 떠나라는 쉬운 말이 마을을 하나둘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내 터전에서 다른 사람들만큼만 살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 더 이상 외면되어선 안 될 겁니다. 

(VJ : 김원섭 / 인턴기자 : 박도원·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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