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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인터뷰] '엘비스' PD 스카일러 와이스 "K콘텐트, 글로벌 노림수 없어 흥행"

입력 2024-10-08 16:50 수정 2024-10-08 16:51

바즈마크 매니징 디렉터 및 영화 '엘비스' 책임 프로듀서 스카일러 와이스 인터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첫 방문…MPA 주최 '성공의 비밀: K-파워' 포럼 등 참석
K팝 K드라마 K영화 등 다방면 관심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 공식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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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즈마크 매니징 디렉터 및 영화 '엘비스' 책임 프로듀서 스카일러 와이스 인터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첫 방문…MPA 주최 '성공의 비밀: K-파워' 포럼 등 참석
K팝 K드라마 K영화 등 다방면 관심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 공식 역설

[BIFF 인터뷰] '엘비스' PD 스카일러 와이스 "K콘텐트, 글로벌 노림수 없어 흥행"

K콘텐트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은 현재 진행형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부산국제영화제(부국제·BIFF)에 해외 영화인들이 방문하는 건 크게 놀랍지 않은 일이지만, 이제는 마켓을 통해 단순히 좋은 영화를 사고 파는 것이 아닌, 그 너머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공부하고, 최종 '협업'을 목적으로 하는 방향성이 더 눈에 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 후보에 오른 할리우드 영화 '엘비스(Elvis)' 책임 프로듀서 스카일러 와이스(Schuyler Weiss) 역시 글로벌이 주목하는 K콘텐트의 시발점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실제 현장에서 뛰어 다니고 있는 이들에게 생생한 K콘텐트의 현주소를 전해 듣고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했다.

스카일러 와이스는 '댄싱 히어로'(1992) '로미오와 줄리엣'(1996) '물랑 루즈'(2001) '위대한 개츠비'(2013) 그리고 '엘비스'(2022)'까지 희대의 명작들을 연출한 바즈 루어만(Baz Luhrmann) 감독이 설립한 제작사 바즈마크(Bazmark) 소속 매니징 디렉터(Managing Director)이자 프로듀싱 파트너(Producing Partner)로 활약하고 있는 인물이다.

수 많은 독립 영화 제작으로 영화인의 밑거름을 다진 스카일러 와이스는 세계적인 가수 엘튼 존의 'The Drover's Ballad'를 공동 작사한 특이한 이력도 갖고 있기도. 현재 바즈마크 작업 외 폴 켈리의 상징적인 노래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그레이비 만드는 법(How To Make Gravy)' 제작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 방문 자체가 처음이라는 스카일러 와이스는 영화제의 뜨거운 환영 인사에 감사함을 표하면서도 오히려 "K콘텐트 산업을 배우고 싶어서 왔다"는 겸손함과 함께 반짝 반짝 빛나는 흥미로움을 내비쳐 진정한 제작자이자 프로듀서의 마인드를 엿보이게 했다.

K드라마, K영화 뿐만 아니라 K팝에 더 먼저 일가견이 있었던 만큼 누구보다 K콘텐트의 부흥을 기뻐하는 마음. 그는 "K콘텐트는 할리우드 혹은 타국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먼저 생각하지 않는 뚜렷한 오리지널리티로 글로벌 시장의 호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한국 크리에이터들의 활약이 앞으로도 너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BIFF 인터뷰] '엘비스' PD 스카일러 와이스 "K콘텐트, 글로벌 노림수 없어 흥행"


-부산국제영화제에 방문한 소감은.
"한국 방문이 처음이다. 서울보다 부산을 먼저 오게 됐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환영을 해주시더라. 영화인들과 관객들이 가득했던 화려한 개막식도 즐거웠다. 한국이 아시아 중심에서 어떻게 문화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짧지만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만나고 싶은 국내 감독 혹은 배우들이 있었나.
"개막작 '전,란'을 박찬욱 감독님께서 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나 뵙고 싶었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님처럼 할리우드에서 유명한 감독님들에 대한 관심은 당연히 높지만, 한국에 직접 온 만큼 아직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새로운 분들을 만나는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어떤 분들을 만나면 좋을지 역으로 추천 받고 싶다. 리스트를 작성해 줄 수 있나.(웃음)"

-국내에서는 '엘비스' 프로듀서로 대표 되는데, 더 구체적으로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한다면.
"기본적으로는 제작사 바즈마크 내에서 바즈 루어만 감독님과 함께 일하고 있다. 제작에 착수한 영화의 프로듀싱은 물론, 전 세계적인 콘텐트 흐름을 파악하면서 지금 관객들이 어떤 작품과 이야기를 원하는지 분석하고, 그 중에서 바즈 루어만 감독이 관심 있어 하는 소재, 가장 잘 할 수 있는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 전반을 논의한다. 조금 더 나아가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원하기 때문에 이렇게 해외 영화제에 직접 다니면서 영감을 얻고, 현지 영화인들과의 협업도 폭넓게 그리고 있다."

-'엘비스'도 그 일환이었나.
"나는 관객들이 '엘비스'를 봤을 때, 이 작품이 이 사람에 대한 단순 역사 이야기라고 생각할지, 새로운 해석으로 볼지 궁금했다. 물론 어떤 인물의 역사 자체에 관심을 두는 것도 좋겠지만, 관점을 더 넓히고 싶었고, '엘비스가 태어나 스타가 되고 배우가 되고 죽었다. 끝' 보다는 유명해진 이후 팬들과의 관계까지 다루고자 했다. 최근 K팝의 글로벌 부흥으로 한국 K팝 스타들과 팬들의 조금은 독특한 관계가 조명 되고 있는데, '엘비스' 역시 다르지만 비슷한 부분들이 있었고 놓치면 안 될 포인트로 봤다."

-해외에서 바라보는 K팝 스타와 팬들의 관계는 어떤가.
"K팝 아이돌들을 보면 리스펙트, 어떤 존경심이 많이 느껴진다. 자신의 일에 대해, 음악에 대해 쏟아 붓는 열정이 굉장히 멋진데 그 중심에는 '팬'이라는 존재가 있다. 팬들에게, 어쩌면 팬들만을 위해 가장 큰 기쁨을 주려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기도 했다. 팬들도 그런 아이돌에게 열광적 환호를 보내며 그들을 살아가게 하는데, 이것이 너무 너무 좋아 보이지만 동시에 위험한 지점들도 있는 것 같다. 영화적으로도 좋은 스토리라, K팝 시장, K팝 아이돌들과 협업해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염두하고 있다."

-통찰력이 대단하다. 언젠가 가시화가 된다면, 그 리스트 역시 전달해도 될까.(웃음)
"OF COURSE! 하하하. 그 전에 바즈 루어만 감독부터 먼저 만나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눠야 하지 않을까 싶다."

-K콘텐트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
"사실 나는 이 직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K콘텐트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서태지', '핑클' 노래를 들어서 K팝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이렇게 폭발적으로 터질 줄은 나도 몰랐다. 현 상황으로만 보면 제일 유명한 가수도 한국 사람, 드라마도 한국 드라마, 영화계에서 알아주고 영화인들이 모이면 가장 많이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한국 영화인들이다. 아주 놀라운 현상이다."

-음악과 작품은 또 다른 경계에 있는 것 같은데, 영화 '기생충',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비슷한 시기 극단적으로 관심 받으면서 '새로운 길이 열렸다'는 반응과 함께 '잠깐 아닐까. 이례적인 일 아닐까. K콘텐트의 글로벌화가 지속 가능할까'에 대한 물음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현재 해외에서 K콘텐트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가.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K콘텐트의 미래는 한국 크리에이터들에게 달려 있다고 본다. 어떤 특정 시장, 혹은 분위기를 떠나 크리에이터들의 활약에 따라 K콘텐트는 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터질 수도 있고, 반대로 사향 산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장, 발전을 보면 앞으로도 전자의 힘이 더 강하지 않을까.

제가 봐도 음악과 영상은 다르다. 그러나 영상 업계는 특히 더 상당히 오리지널리티하고, 다른 나라에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들을 0순위로 두고 그들을 위해 제작되는 것 같다. 그래서 진정성이 느껴지고, 다른 나라에서 봤을 때도 '아, 이건 K콘텐트!'라고 별개의 카테고리로 인식 되기 쉽다. 그 지점이 유명세에 큰 몫을 했다고 본다.

사실 일부 국가에서는 '우리가 이걸 만들면 미국에서 먹힐까?'를 노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게 그 나라 사람들 눈에는 아무래도 보인다.(웃음) 한국은 그러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통하는 것 같다."

[BIFF 인터뷰] '엘비스' PD 스카일러 와이스 "K콘텐트, 글로벌 노림수 없어 흥행"

-그런 지점이 특별히 더 잘 느껴진 작품이 혹시 있다면.

"특정 작품을 이야기 하기에는 어차피 다들 언급하는 작품은 나도 똑같이 다 봤다.(웃음) 다만 박찬욱 감독님, 봉준호 감독님, 그리고 바즈 루어만 감독님 등 세계적인 감독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한 장르만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어떨 땐 스릴러, 어떨 땐 코미디, 어떨 땐 모든 것을 담은 복합 장르로 풀어낸다. 넷플릭스 '마스크 걸'도 재미있게 봤는데, 모든 장르가 다 있으면서 사회적인 이야기도 하고 보기에도 즐겁다. 그런 크리에이티브가 K콘텐트에서 더 돋보이고 있고, 한국적인 특색이 된 것 같다."


-팬데믹 이후 전세계 콘텐트 흐름이 한 번 크게 바뀌었다. 한국도 OTT의 급격한 성장으로 변화의 바람을 직격탄으로 맞았는데, 앞으로 또 달라지겠지만 현업에서 바라보는 글로벌 콘텐트 시장은 어떤 것 같나.
"옛날에는 사람들이 '영화관에 가자!' 하면 일단 가서 그 시간에 맞는 영화를 보고는 했는데, 지금은 아예 하나의 어떤 영화를 지목해 두고 '이 영화를 보러 가자!'로 바뀌었다. 굉장히 큰 변화라고 본다. 관객을 영화관으로 부르려면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좋아할 수 있는 특정 작품이 필요하다. 제작자들은 '그 작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OTT도 마찬가지다. 각자 원하는 콘텐트를 감상하겠지만 다음 날 동시다발적으로 '이거 봤니?' 할 수 있는, 아니면 혼자 봤어도 적극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콘텐트가 필요하다. 알고 있는 이론이지만 만들기는 힘들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 있는 시선을 한 곳으로 뭉치게 해야 하지 않나.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숙제이고, 앞으로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창작자이자 제작자로서 나에게도 지금 제일 큰 고민이다.

물론 '빅 아이디어'가 있다면 가능하다. 산업 초창기에 '알고리즘에 성공하려면 하나의 작품에 사회적 이슈도 넣어야 하고, 게임 쇼도 넣어야 하고, 다 죽어야 해!'라고 했는데 그걸 결국 누군가는 만들어내지 않았나. 옛날엔 아예 생각도 하지 않은 방식이었고, 당시에는 통하지 않았을 콘텐트일 수 있다. 하지 않았지만 할 수 있는 것. 그런 빅 아이디어에 꾸준히 투자를 한다면 성공의 길은 의외로 쉬울 수도 있다."

-말처럼 취향과 별개로 '공통적으로 통하는 콘텐트'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콘텐트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솔직한 오리지널'은 언제든 통하는 키워드라고 본다. 만듦새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진정성을 담아 솔직하게 잘 만들고, 그 작품의 아이덴티와 오리지널리티를 뚜렷하게 살려낸다면 관객은 어떻게든 반응 할 것이다. 전작이 성공했다고 속편이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제일 큰 요소가 됐고, 그래서 조금 더 다른 생각, 아이디어, 작품들을 찾고 있다. 이제는 알고리즘에 매달리지 않고 알고리즘을 이끌 수 있는 빅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대다. 많은 사람들이 그 과도기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도 감당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포럼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을 전할 예정인가.
"주제가 변화하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환경이다. 일단 저를 뜻 깊은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굉장히 감사하다. 한국 엔터테인먼트에 상당히 오래 계셨던 분들이 패널로 참석하기 때문에, 저는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일단 많이 듣고 배우려고 한다. 그게 부산국제영화제에 방문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제가 조금 더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미국과 호주의 제작 환경, 직접 작업하면서 느낀 로컬 제작과 국내외 협업 등이 되지 않을까 싶다. 릴레이션십이 굉장히 중요한데 우리가 나가는 해외 로케이션과 밖에서 들어오는 로케이션의 차이는 크다. 또 로컬 작품들이 해외에 나가 성공하면 자국에 얼마나 좋은 배경이 될 수 있는지, 반대로 해외에서 성공한 포맷을 들여왔을 때 국내 크리에이터들에게 어떤 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전하고 싶다. 특히 이제 막 시작하는, 저예산 및 독립 영화 등을 만들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콘텐트를 제작하는 프로듀서로서 목표가 있다면.
"먼저 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좋다. 프로듀서는 감독이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도록 환경과 공간을 만들어주는 일이 중요한데, 바즈 루어만 감독이 펼쳐낼 세계관을 함께 준비하고 다져 나가는 과정이 매우 뿌듯하고 행복하다.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감독과 아티스트를 발굴해 콘텐트의 지속과 확장을 일궈나가고 싶다. 그것이 내 목표이자 꿈이다."

부산=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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