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기상청 소속 공무원이 지하철에서 상습적으로 불법 촬영을 해오다 현행범으로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도 4개월여 동안 아무 일 없다는 듯 정상 근무하며 월급을 받았고 해임 처분을 받으면서 퇴직급여도 거의 다 챙겼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심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지하철역 2호선 홍대입구역입니다.
최씨는 지난해 4월, 이곳에서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을 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최씨의 불법 촬영은 경찰이 확인한 것만 11차례에 달합니다.
2022년부터 경기도와 광주 등에서 범행을 이어오다가 덜미를 잡힌 겁니다.
체포 당일, 다른 역에서도 두 번 더 범행을 저지른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최씨는 지난해 8월, 벌금 1천만원 약식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붙잡히기 한 달 전에 임용된 기상청 소속 공무원이었습니다.
경찰은 최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두 달 뒤인 지난해 6월, 기상청에 수사 개시 사실을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기상청은 직위해제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흘렀고 최 씨는 퇴직할 때까지 4개월 동안 정상 근무를 하며 월급도 모두 받았습니다.
특히 기상청은 최씨에 대해 파면보다 낮은 해임 처분을 내렸습니다.
상습범이지만 고의가 아니라 부주의로 일어난 일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파면은 해임에 비해 퇴직급여도 훨씬 덜 받고, 공무원 재임용 제한 기간도 더 깁니다.
[강득구/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 11번이나 지하철에서 여성들을 상대로 해서 몰카(불법촬영)를 찍었는데, 당연히 고의성이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누가 봐도 '제 식구 감싸기'다.]
기상청은 최씨가 혐의를 부인해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 것이며 인사혁신처 의결대로 처분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불법 촬영을 하다 적발된 대구 지역 공무원과 전남의 교사는 파면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강아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