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9일 범행 직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가해자 백모씨
서울 은평구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본도 살해 사건' 가해자 백모 씨의 아버지가 2차 가해성 댓글을 남겨 논란인 가운데, 살인 방조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원은 지난 11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가해자의 아버지 백모 씨가 아들의 범행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방치한 것은 아닌지 수사해야 한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의원은 진정서에서 "가해자 아버지가 쓴 댓글 내용을 보면, 아들이 언제든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해석할 여지가 크다"고 적었습니다.
또 언론 보도와 댓글 내용에 적힌 아버지 백씨의 주장을 종합하면, 아들이 지난 1월 일본도를 구매한 사실을 당시 이미 알았다는 게 확인되고, 범죄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방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앞서 이 사건 피해자 유족 측은 지난 4일 가해자 아버지가 온라인 기사에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취지의 댓글을 지속적으로 달고 있다며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아버지 백 씨를 서울서부경찰서에 고소했습니다. 아들 백 씨는 지난 7월 29일 밤 아파트 근처에서 길이 102cm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아파트 주민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입니다.
실제 백 씨는 아들이 재판에 넘겨진 뒤인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일본도 살인사건 관련 뉴스 기사에 아들을 옹호하는 취지의 댓글 60여개를 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댓글 내용에는 "범행 동기가 국가 안위라면 상생 차원에서 역지사지 해보자", "범행 동기가 공익이라면 국가는 양자에게 그에 상응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살신성인으로 한반도 전쟁을 막은", "국가위태론이 나오자 자신을 희생하고 이를 세상에 알리는 충정" 등의 표현이 담겼습니다.
앞서 가해자 백 씨는 자신을 미행해온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고, 한반도 전쟁 발발을 막기 위해 범행을 벌였다고 밝혔는데, 이같은 아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 아버지 백 씨는 해당 댓글들의 경우, '살인을 미화하거나 아들을 옹호하는 취지의 댓글이 아니고 일방적인 언론 보도에 대해 가족으로서 정보를 제공하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아들의 범행 계획이나 의도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김 의원은 "범행 자체의 잔혹함은 말할 것 없이, 가해자의 아버지가 지속적으로 가해자를 옹호하는 취지의 댓글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졌다고 본다"며 "피해자 유족과의 통화를 통해 얼마나 큰 고통과 충격 속에 빠져있는지 확인하고 진정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아버지 백모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