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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앞두고 논 갈아엎은 농민들 "쌀값 보장하고 수입 중단"

입력 2024-09-12 18:46 수정 2024-09-1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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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지역 농민단체가 추석을 코앞에 두고 멀쩡한 논을 갈아엎었습니다. 농민들은 이삭이 여물기 시작한 벼들이 트랙터 바퀴에 짓이겨지고 쓰러지는 걸 보며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농민들이 스스로 논을 갈아엎는 투쟁이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습니다. 최근 쌀값이 10개월 넘게 폭락해 17만 원 선까지 내려앉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부가 말하는 '수요 감소'보다 '쌀 수입'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남는 쌀을 모두 사들이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거부한 채 뒷짐만 지고 있는 정부를 비판하면서, 쌀값을 보장하고 수입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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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빗줄기 속에서 트랙터 두 대가 움직입니다.

이삭이 여물며 고개 숙이기 시작한 벼가 힘없이 쓰러집니다.

전농 강원도연맹과 춘천농민회는 오늘(12일) 춘천에서 논 갈아엎기 투쟁을 벌였습니다.

아무리 투쟁 때문이라지만, 피땀으로 일군 땅을 망가뜨리는 농민은 참담한 심정입니다.

[김용빈/ 강원 철원군 철원읍]
"트랙터를 끌고 논에 들어가는 처음에 많이 망설여졌고 들어가기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농민들이 논을 갈아엎는 건 쌀값 폭락 때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쌀값은 80㎏에 20만 원 선이 무너졌습니다.

이후로도 계속 떨어져, 지난 5일 기준 쌀값은 17만 5000원 선까지 주저앉았습니다.

12년 전과 비슷한 가격입니다.

40년 넘게 벼농사 지은 70대 농민은 땅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이승열/ 강원 춘천시 사북면]
"저도 빚이 2~3억 정도 되는데 도저히 농사지어서 갚을 수 없어서 이번에 땅을 한자리 팔아서 일부분 좀 갚았습니다."

농민들은 정부가 제 역할을 안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게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이후 정부는 사후 시장 격리보다 사전에 수급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농민들은 시장 격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오용석/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의장]
"소비 감소라든지 유통상인들이 나서지 않는 문제들, 이런 것들이 정부의 신호가 가야 움직이는 거거든요. 그래서 일단 20만 톤 이상의 시장 격리를…"

여기에 해마다 40만 8700톤씩 들어오는 쌀 수입도 당장 그만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쌀 수입을 중단하고 쌀값이 안정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취재기자 조승현, 영상취재 박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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