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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슬픈 장면"…고통에 눈 감은 거북이, 그리고 썩지 않을 그물

입력 2024-09-06 17:44 수정 2024-09-0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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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동안 바닷속을 누빈 한 스쿠버다이버가 "다이빙 시작하고 가장 슬픈 장면"이라며 공개한 영상이 있습니다. 깊은 바닷속, 그물에 걸려 질식한 거북이의 모습입니다. 이 영상을 본 전문가는 "멸종위기인 붉은바다거북이다. 더 무서운 건, 거북은 죽어 없어지겠지만 그물은 100년이 지나도 그대로일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오늘(6일) [지금 이 뉴스]는 무겁고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래도 지나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기사 말미에 담았습니다.


"가라앉은 폐그물, 바다의 지뢰밭...100년 지나야 없어져"


가는 그물은 물갈퀴 달린 발을 휘감았습니다.

발버둥쳐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좀 더 먼 바다로 나아가려던 자세 그대로 멈췄습니다.

지난 주 한 스쿠버다이버가 울진 앞바다에서 발견한 거북이입니다.

[이영건/다이빙 강사 : 사람 같은 형태가 딱 보이길래 저도 깜짝 놀라서 봤는데 거북이였어요.]

거북이는 폐로 호흡하는 파충류입니다.

일정 시간 마다 바다 위로 올라가 숨을 쉬어야 합니다.

물속에 오래 있으면 익사합니다.

다이버는 거북이를 살려 보려 했습니다.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영건/다이빙 강사 : 살아있는 물고기들은 풀어준 적은 종종 있거든요.]

가까이 다가 갔다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눈을 감은 거북이. 고통이 느껴졌습니다.

살면서 본 가장 슬픈 장면이었습니다.

[이영건/다이빙 강사 : 죽은 게 분명했고, 처음 바다 거북이를 동해에서 봤는데 마음이 많이 안 좋았죠.]

영상을 본 전문가는 이 거북이가 멸종위기인 붉은바다거북이라고 했습니다.

거북이의 숨을 끊어놓은 그물, 우리 바다엔 이런 죽음의 폐어구가 널려 있습니다.

[김병엽/제주대 해양과학대 교수 : 가라앉아 있어서 지뢰밭 같은 역할을 하거든요. 생물들이 연쇄적으로 계속 걸려서 죽고 사라지고 죽고 사라지고.....]

어선에서 버리거나 유실된 '유령 그물', 바다 쓰레기의 46%를 차지합니다.

[이영건/다이빙 강사 : 우리나라 다이빙 특성상 그물이 없는 바다가 거의 없어요. 칼을 무조건 차고 들어가야 할 만큼.]

이런 폐어구는 돌고래 몸통을 휘감아 익사하게 하고 물새 다리를 절단합니다.

이 모든 고통, 언젠가 우리에게도 돌아올 수 있습니다.


화면제공 : 시청자 이영건(인스타그램 'mute_younggun') , 다큐제주·제주대 돌고래 연구팀
영상취재 : 문석빈
영상편집 : 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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