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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20년 가게' 부수자 눈시울…자영업 위기의 현장 보니

입력 2024-09-04 20:32

업종 불문 줄폐업, 씁쓸한 '철거호황'
지난해 폐업 신고 역대 최대치 '98만여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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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불문 줄폐업, 씁쓸한 '철거호황'
지난해 폐업 신고 역대 최대치 '98만여 명'

[앵커]

"코로나 때보다 훨씬 더 어렵다" "손님은 없는데 인건비, 임대료는 다 올랐다" 저희 취재진이 만난 자영업자들 말입니다. 이 때문에 폐업하는 매장들 철거해 주는 업체는 거꾸로 손님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송우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른 아침 한 한복집에 들이닥친 사람들.

집기를 부순 뒤 떼어내고, 고운 한복 차림이었던 마네킹도 분해해 폐기합니다.

20년 동안 이 자리를 지킨 한복집이 문을 닫고 철거되는 현장, 주변을 서성이던 50대 사장은 결국 눈시울을 붉힙니다.

[폐업 한복집 주인 : 코로나 때 한 번 무너지고, 그 이후에 더 무너지고 그런 식이었어요. 지금 경기도 안 좋아졌고, 칠순, 팔순 잔치도 없어졌고…]

최악이라 생각했던 코로나 팬데믹 국면이 지났지만, 2024년 지금이 최악이라는 이 한복집 사장.

[폐업 한복집 주인 : 순이익 자체가 지금은 없다고 봐야죠. {마이너스?} 그렇죠. {그런 비용이 더 큰 상태는 몇 달 정도 유지가 되신 거예요?} {얼마나 버티셨던 거예요?} 지금 통장 잔고가 바닥날 때까지 갔던 거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폐업 매장 철거 전문 업체만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씁쓸한 상황입니다.

[이호영/드림철거연합 대표 : 폐업이 어느 정도 나오냐 했을 때 거의 쏟아져 나오는 수준. 거의 저희가 하루에 5건 이상. {하루에?} 하루에 5건, 하루에 5건 이상, 많게는 10건 이상씩 치니까(하니까.)]

업종 가릴 것 없이 모든 업종이 전멸하고 있다는 게 철거 업체 측 설명입니다.

[이호영/드림철거연합 대표 : 학원·카페·음식점·식당·요가·헬스장 다 나오는 것 같아요. 업종이 안 나오는 업종이 없어요. 기존에 잘 되던 곳들도 다 정리를 하시니까. {업종 불문하고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그렇죠. 대형 프랜차이즈들도 안전하지 못한 것 같아요. 저희한테 지금 (철거) 의뢰가 들어오는 거죠.]

한 철거업체의 협조를 받아서 최근 철거한 물품들을 임시로 보관하고 있는 사무실에 잠깐 들어가 보겠습니다.

카페를 폐업하고 남은 물건들이 보이는데요.

커피 머신도 있고요. 이쪽으로 와보시면 요새 인건비를 아끼는 데 쓰는 셀프 계산대 기기도 바닥에 이렇게 놓여 있습니다.

영업용 냉장고를 제가 잠시 밀고 안으로 들어가 보면요.

카페를 운영하는 데 드는 다양한 기계들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커피 그라인더도 있고요. 또 이쪽에는 뜨거운 물을 끓이는 데 쓰는 기기도 보입니다.

또 이쪽으로 와보시면 비교적 굉장히 깨끗해 보이는, 최근에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 커피 머신들도 그대로 방치가 돼 있습니다.

이곳 사무실 역시 폐업한 음식점들에서 나온 물품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업소용 냉장고들이 굉장히 많이 보이는데요.

원래는 가게를 새로 내고자 하는 사람도 있어서 사고팔기가 돼야 하지만, 지금은 폐업 속도가 워낙 빨라서 물품들이 이렇게 쌓여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영업자들이 자주 찾던 서울 황학동 주방 거리도 물건 사러 온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 상인 : 코로나 시대보다 더 힘들다라는 것만 생각하시면 돼요. {더 힘들다고. 그럼 물품도 많이 들어와요?} 들어와도 안 사죠. {사는 사람이 적어졌다?} 찾는 사람이 없으니까 들어와도 안 산다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에게 접근해 '매출 상승을 보장한다'며 사기성 광고 영업을 하는 업체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자영업자 : 연 매출 6000만원 상승을 약속을 하고 그게 이행되지 않을 시 저희가 계약했던 광고 비용, 결제했던 비용까지 다 전액 환불을 해주겠다고… (이행을 안 해서) 환불을 요구했더니 '환불을 약속한 적이 없다'라고, 고소를 하든 민원을 넣든 뭘 하든 알아서 해라…]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98만여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만 버티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겁니다.

흔히 추석이 대목이라고 하죠.

하지만 그 대목을 앞두고도 피땀 흘려 차린 가게를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의 절규, 정부와 우리 모두 귀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작가 강은혜 / VJ 김한결 / 취재지원 홍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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