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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소년 우울증 '중2병'이라고 방치하면 안 됩니다"

입력 2024-09-03 15:52

10대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 매우 심각한 수준
우울 증상 땐 위로와 공감, 나아가 전문가 상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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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 매우 심각한 수준
우울 증상 땐 위로와 공감, 나아가 전문가 상담 필요

10대 청소년 우울증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 등에선 우울증을 호소하는 10대 청소년들의 글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자해나 자살 같은 위험한 키워드를 써가며 서로 의지하고 소통하기도 합니다.

위험한 상황은 통계로도 나타납니다. 현재 10대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입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10대 자살률은 10만 명당 7.2명입니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이들을 노린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JTBC는 소셜미디어에서 우울증을 호소하던 14살 여중생을 심리적 지배 후 가학적 성폭행을 저지른 30대 학원강사가 법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단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10대 청소년 우울증 문제는 매우 심각한 문제임에도 사회적으로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0대 청소년 우울증 문제는 매우 심각한 문제임에도 사회적으로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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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두 얼굴의 학원강사…"나도 우울증" 접근해 여중생 성폭행
→ 기사 바로가기 :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212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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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바로가기 :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212824

김미정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은 "10대 청소년 우울증 문제를 간과해선 안 된다"며 "성인들과 달리 10대 청소년들의 우울 증상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가정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엄마도 그 나이 땐 다 그랬어, 질풍노도의 시기 중2병일 뿐이야란 식으로 다그치면 오히려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 본부장은 20년 동안 청소년 약 1000명을 상담한 대표적 청소년 전문가입니다.

김 본부장은 "과거와 달리 소셜미디어 영향력이 막강해지는 등 사회적 문화적 변화가 큰 만큼, 10대 청소년들의 우울증을 대하는 자세와 대응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음은 김 본부장과의 일문일답입니다.

김미정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은 "10대 청소년 우울증 문제 해결을 위해선 1차적으로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미정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은 "10대 청소년 우울증 문제 해결을 위해선 1차적으로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Q. 10대 청소년 우울증 문제를 간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아동·청소년들 같은 경우 우울증 문제가 성장 중단, 더 나아가 자살·자해 문제까지도 이어지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고 간과해선 안 될 문제입니다. 그런데 부모님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모르기 때문에 더 심각하게 나아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Q. 부모들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닐까요.

"우리 아이가 우울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성인들의 우울함과 아동·청소년의 우울함이 드러내는 행동 양상이라든가 특이점이 다릅니다. 예를 들면 어른들은 우울할 때 '그냥 계속 자고 싶다', '늘어지고 싶다' 또는 '일도 하기 싫다' 얘기를 하는데요. 아이들은 대체로 보이는 반응이 짜증 내고 화내고, 갑자기 밥도 잘 안 먹고, 너무 과하게 먹기도 하고, 잠을 못 자거나 잠을 너무 많이 잔다거나, 게임에 너무 과하게 몰입하거나, 학교를 갑자기 가기 싫어한다거나 여러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거든요. 이게 우울증 증상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우울한 신호를 빨리 알아차리는 부분이 필요하고요. 알게 됐을 때 그 부분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게 우선 필요합니다."

Q. 애가 화내고 짜증 내고 투덜거리는 게 단순한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생각해야겠네요. 그런 일이 계속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 아이가 우울하다는 걸 인정하고 본인의 감정이 흔들리지 않게끔 부모님도 스스로 다스리는 부분이 필요하고요. 만약 그 부분이 힘들다면 부모님도 상담 같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아이를 이해하려고 애를 써야 합니다. 우울한 아이들이 더 깊은 우울증에 빠질 때는 고립될 때인데요.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특히 가장 기본적인 안정 기반인 내 부모한테도 공감받거나 지지받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받는다고 생각하면 아이들이 더 고립되고 문을 닫게 돼요. 그래서 부모님들이 무엇보다도 아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하는 것이 중요해요. 표현도 '엄마 아빠도 그랬어', '별거 아니야 다 지나가' 이런 표현이 아니라 '네가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네', '혼자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겠네', '지금이라도 이렇게 얘기해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는 따뜻한 표현과 공감을 보여줘야 합니다."

Q.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내 아이가 어느 정도 위기인지 어느 정도로 우울한지 알아야 하고요. 거기에 맞는 상담이라든가 병원 치료라든가 이런 것들을 같이 병합해서 받는 게 필요하겠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부모님이 아이의 안정 기반이 돼야 합니다. 우울한 청소년들은 '세상에 나만 혼자 있다', '나도 믿지 못하고 타인도 믿지 못하고, 세상을 믿을 수 없다' 그야말로 고립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엄마가 너의 편이야. 엄마 아빠가 너를 지켜줄게'라고 하는 그런 안정 기반이 필요하겠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10대 청소년 우울증 환자들을 노리는 범죄자들도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소셜미디어에서 10대 청소년 우울증 환자들을 노리는 범죄자들도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Q. 부모조차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비슷한 친구를 찾고 또 그걸 노리는 범죄자들이 나타나고,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네, 맞습니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자기 관리 능력, 자기 보호 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존감도 낮고, 우울함으로 계속 가다 보니까 자기를 어떻게 보호하면 될지, 그리고 상대가 위험한 사람인지 아닌지, 이 상황이 자기에게 해가 되는지 아닌지를 빠르게 판단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우울할 때는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범죄자들에게 표적이 될 수 있고요. 또 사이버 공간에서 유사한 문제를 가진 친구들하고 만나면서 오히려 그 우울함이 강화되기도 하고, 특히 우울한 경우 자살·자해 충동을 느끼게 되는데, 그게 더 자극되고, 활성화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Q. 우울증 청소년 자해나 자살 문제도 정말 심각한 것 같습니다.

"안타깝지만 자살·자해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보면 대다수가 아주 깊이 만성적인 우울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나보면 아이가 그 가족 안에서 많은 비난을 받거나, 애가 외면을 받거나,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될 때 더 심각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일수록 더 관심을 갖고 따뜻하게 지원하고 지지하는 게 필요합니다."

김 본부장은 "10대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10대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Q. 청소년들도 필요하면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여전히 우리 사회엔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아이들도 그 얘기를 해요. 상담 가는 걸 다른 친구들이 보게 되면 또는 다른 선생님이 보게 되면 '나를 이상한 아이로 보지 않을까?', '나를 문제 있는 아이로 보지 않을까?' 쉽게 말해서 '제 친구가 저한테 정신병자라고 얘기해요', '미쳤다고 얘기를 해요' 그런 피드백을 아이들이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상담받는 걸 애들이 염려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실제 상담을 진행했을 때 오히려 건강을 회복하고 일상적인 생활을 잘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 편견들 너무 염려하지 마시고, 마음을 여는 게 필요하겠고요. 치료에 대한 것도 부모님들은 '혹시 나중에 입시라든가 취업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이런 염려를 하는데 실제로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너무 염려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Q. 청소년 우울증은 어디서 상담을 받을 수 있나요.

"푸른나무재단 1588-9128 상담 전화, 그리고 1388 청소년 상담 전화 등이 있습니다. 대체로 365일 24시간 도움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긴급하게 필요할 경우 현장으로 위기 개입을 할 수 있는 긴급 지원 부분도 있으니까요. 언제든지 도움을 청하시면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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