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무리 더운 날씨여도 소방관들은 온몸을 두껍게 감싸고 20kg 넘는 장비들을 짊어진 채 현장에 뛰어듭니다. 이 때문에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 속에 소방관 세 명이 숨지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소방관들의 더위 상황, 상상을 뛰어넘는다고 하는데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보여드립니다.
[기자]
벌집을 제거해달라는 119 신고가 들어옵니다.
더울수록 극성을 부리는 말벌.
늦여름까지도 소방관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이 현장.
저도 따라가 봤습니다.
건물 3층 높이에 있는 말벌 집이 보입니다.
벌집 제거 복장이 보시다시피 밀폐돼 있고 벌이 뚫지 못하도록 굉장히 두껍게 제작됐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바람이 전혀 안 통해서 굉장히 습하고 시야 확보도 어렵습니다.
[최을/순천소방서 화재진압대원 : {방금처럼 비가 갑자기 쏟아지면 더 힘드시겠어요.} (옷에) 습기가 안 차라고 구멍을 미세하게 뚫어놨어요. 그런데 일이 거세면 (밖으로) 나가는 습기보다도 안에 차는 게 더 빨라요. 그래서 시야가 굉장히 흐려요.]
벌집 제거 출동만 연달아 두 번.
복귀 후에도 쉴 틈 없이 곧장 장비부터 정리합니다.
또 신고가 들어오면 달려 나가기 위해서입니다.
때마침 들어온 구조 신고.
땀을 말릴 새도 없습니다.
[이승환/순천소방서 화재진압대원 : {출동을 세 건이나 연속으로 다녀오셨는데…} 휴식 시간이 따로 보장돼 있지는 않고요. 현실적으로는 (맞춰서 쉬는 게) 불가능하죠.]
뜨거운 불길로부터 소방관을 보호해 주는 이 두터운 방화복도 여름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한여름에 이렇게 패딩을 입으세요?]
산소통까지 매니 비로소 체감되는 무게.
[아, 이게 관건이네요.]
연기를 막아주는 마스크까지 착용하니 훈련상황인데도 숨이 턱 막혀옵니다.
[김세진/순천소방서 구조대원 : 괜찮으세요? {원래 이렇게 숨쉬기 힘든 거 맞죠?} 네, 좀 그렇습니다.]
방화복과 보호 장구, 그리고 진압 장비까지 필수장비만 합쳐도 최소 23kg입니다.
5층짜리 훈련탑에 올랐습니다.
주변 대원들과 소통부터가 쉽지 않습니다.
[자세 낮추고…]
실제 화재 현장에선 두꺼운 마스크에다 여러 소음까지 더해져 무전기 소리를 놓치는 경우가 잦습니다.
'위험하니 빠져나오라'는 신호를 놓쳐 소방관 2차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자세를 낮추고 물을 쏩니다.
이 수관은 물이 차 있으면 성인 남성도 혼자 끌 수 없을 정도로 무겁습니다.
이어서, 맨홀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훈련.
[조성준/순천소방서 구조대원 : 임무 부여하겠습니다. 1번 구조대원. {1번 구조대원.} 2번 구조대원. {2번 구조대원.}]
훈련용 맨홀이지만, 내려오니 숨이 막히는 건 마찬가집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으십니까?]
요구조자의 의식을 확인하고 몸통에 벨트를 채운 뒤 먼저 올려보냅니다.
구조하는데까지 5분이 채 안 걸렸습니다.
[김의연/순천소방서 구조대원 : (땀이) 그냥 줄줄줄 흐르죠. 현장 한 번 갔다 오면 그냥 물에 들어갔다 온 것처럼…]
[실제 상황하고는 정말 차원이 다르게 짧은 훈련이었지만 이 내피 보이세요? 다 젖었습니다. 제 땀으로…]
이들에게 가장 힘든 게 무엇이냐고 물어봤습니다.
[김도형/순천소방서 구조대원 : 심적으로 힘들 때가 더 많아가지고…몸이 힘든 건 그냥 열심히 운동하면 체력 키우면 되는 건데 모든 순직 사고 관련해서는 다 마음이 아프죠.]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이 흐르는 이 날씨에 소방관들은 신고가 들어오면 바로 벌떼 속으로, 불길 속으로 뛰어갑니다.
오늘(30일)도 우리가 안전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건 이들의 묵묵함 덕분일 겁니다.
[작가 강은혜 / VJ 김한결 / 영상디자인 신재훈 / 취재지원 황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