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앞둔 부산 한 아파트 학부모들이 초등학교 교장을 아동방임과 직무유기 등 4개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1.4km 떨어진 아파트에서 오가는 자체 통학버스를 교문 안까지 들여보내달라고 요구했는데 거절당한 게 컸습니다.
이 버스를 이용하는 학생은 전교생 800명 중 100명.
교장은 모든 아이의 안전과 형평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학부모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제(26일) 부산교육청에 탄원서 1170장을 제출하며 교장을 엄벌하고 교육감이 나서 통학로 안전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취재를 비난하면서 기자를 공격하는 메일도 보냈습니다.
관련 기사 : [단독] '아파트 통학버스' 교내 진입 거절했다고…교장 고소한 학부모들 (구석찬 기자)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37/0000407136?sid=102
관련 기사 : [단독] 교장 고소한 학부모들…이번엔 교육청에 '1170장 탄원서' (구석찬 기자)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37/0000407788?sid=102
〈교육청 "45억 들여 승하차 구역 검토"〉
지난 21일부터 위 문제를 연속적으로 보도한 기자는 오늘(28일), 부산 동래교육지원청의 내부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제목은 해당 초등학교의 '통학버스 승하차장 관련 학생통학 안전 대책'.
교육청과 관할 지자체, 경찰이 회의한 내용인데 하루 전(27일) 작성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교육청의 제시안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승하차 구역 조성을 위해 45억 원을 들여 인근 유치원 폐원 부지 매입을 검토하겠다는 겁니다.
일선 학부모들은 '지정 승하차장'을 활용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있는데 왜 거액의 세금을 낭비하느냐는 반응입니다.
교육청 담당자는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장기 검토안일 뿐이라고 답했습니다.
일각에선 계속되는 고소와 민원으로 교육청이 압박을 받아 내놓은 고육지책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현실적 해법은 '지정 승하차장 확장'〉
교장을 고소한 아파트 측은 교문에서 240m 떨어진 지정 승하차장의 경우 구조적으로 위험한 불법지대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폭 1.5m 승하차 구역에 25인승 통학버스를 대면 통행 차선을 침범해 사고 위험이 커지는데 애초 법정 규격과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난 6월에는 지정 승하차장 위 어린이 보호구역에 주정차했다가 과태료 처분을 받아 통학버스 업체가 재계약을 미루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지정 승하차장'에 있다는 게 관계기관의 중론입니다.
경찰은 도로 반대편 인도 쪽 폭을 좁히는 대신 지정 승하차장의 폭을 넓히는 등 도로 선형을 변경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학부모 간 갈등 없이 모든 아이가 걸어서 등하교할 수 있는 최선책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9월 2일 등교 거부 사태는 막아야"〉
교장에 대한 고소는 아직 철회되지 않았습니다.
고소한 학부모들은 여전히 개학일인 다음 달 2일 아이를 등교시킬지 말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부산교육청은 아이들의 학습권은 지켜야 한다며 등교 거부 사태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읍니다.
당장 통학로에 사고 예방을 위한 노란색 페인트를 칠하고 제한 속도도 시속 50km에서 시속 30km로 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교통안전 지킴이와 녹색어머니회 등 현장 인력도 보강하기로 했습니다.
갈등은 숙제로 남았으나 뜻을 같이하는 고민도 시작됐습니다.
취재 : 구석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