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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학교 230곳 '딥페이크' 공포…"어려서" "조악해서" 집행유예

입력 2024-08-26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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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하대 여학생들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 논란, 그런데 최근 비슷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교사, 여군까지 피해를 입었고, 이런 불법합성물을 돌려보는 대화방이 있는 학교가 전국 2백 곳이 넘는다는 추정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일 수 있다는 건데, 먼저 임예은 기자입니다.

[임예은 기자]

[딥페이크 피해 학생 아버지 : 계속 말은 못 하고 울어요. 'SNS상에서 문제가 돼서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겠다'고…]

지난 주말, 딸이 어렵게 말을 꺼냈습니다.

음란물에 딸의 얼굴을 합성한 사람, 한 동네 후배입니다.

[딥페이크 피해 학생 아버지 : 딸 아이의 친구의 동생의 친구라고 그랬잖아요. 저희 딸 아이의 친구도 거기에 피해자입니다. 친구의 누나까지 그런 거죠.]

딸과 친구들 5명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고소했고 수사가 시작됐지만, 당장 괴로운 건 피해자들입니다.

[딥페이크 피해 학생 아버지 : 딸은 일단 밖에 지금 안 나가고 있고요.]

주변 사람이 나를 가지고 불법합성물을 만들 수 있다는 공포, 기우가 아닙니다.

SNS에서 공유되고 있는 리스트입니다.

'딥페이크방'이 존재한다는 학교들인데 전국 230곳이 넘습니다.

중·고등학교가 수두룩해, 미성년 피해자들도 많을 걸로 보입니다.

충격에 빠진 학생들, 피해 사례를 주고받으며 SNS 계정을 지우고 있습니다.

[중학생 : 비공개로 돌려달라고 다 얘기를 하고 다니는… 옆 학교와 또다시 옆 학교가 계속 피해가 발생하니까…]

신상이 함께 노출돼 2차 범죄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왜 조심해야 하는 건 잠재적 피해자들인지 답답하고, 점점 흔해지는 딥페이크 성범죄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대학생 : 걱정되는데 바꿀 수 있는게 솔직히 없지 않나… {자연재해 같아요.}]

어쩌면 평범한 일상조차 마음 놓고 공유할 수 없는 사회일지 모릅니다.

[앵커]

보신 것처럼 딥페이크 범죄는 친구나 지인, 심지어 가족을 대상으로 이뤄집니다. 제대로 처벌받는 경우가 없다 보니 이렇게 대학교, 중학교 가리지 않고 급속도로 퍼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어서 신진 기자입니다.

[신진 기자]

사진을 올린 뒤 "가슴 부위를 최대한 크게 해달라"고 주문합니다.

5차례 성폭행당한 걸로 꾸며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합니다.

이 불법 합성을 의뢰한 중학생은 동급생을 목표물 삼았습니다.

[피해 중학생 : 당황스러웠어요. 얘가? 3년 동안 한마디 해 본 제 사진을…]

신고를 했지만, 둘은 여전히 같은 학교에 다닙니다.

[피해 중학생 : 저랑 눈이 마주쳤어요. 얘가 왜 당당히 고개 들고 학교 다니지…]

경찰은 의뢰만 했을 뿐 직접 만든 게 아니라서 처벌 대상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현행법 때문입니다.

애초에 해외 서버를 이용하기 때문에 잡기가 어렵습니다.

또 합성을 의뢰한 사람들은 받은 사진이나 영상을 돌리지 않는 한 제재를 안 받습니다.

아동을 대상으로 만든 게 아니라면, 불법합성물 시청만으로는 문제가 안 됩니다.

아동, 성인 가리지 않고 시청도 처벌하는 불법촬영물과 다른 점입니다.

수사도 어렵지만 붙잡아 법정에 세워도 대부분 집행유예에 그칩니다.

지난 2020년부터 아동·청소년을 포함해 2000개 넘는 불법합성물을 만들어 배포한 남성.

지난해 3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합성 수준이 낮아 한 눈에도 가짜라는 걸 눈치챌 수 있다"며 감형했습니다.

같은 학교 여학생 4명의 얼굴을 합성한 음란물을 유포한 19세 남성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감방살이를 피했습니다.

[이명진/변호사 : 인격을 훼손하는 굉장히 심각한 범죄임에도, 허위 영상물이다 보니까 실제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것과는 조금 다르다, 좀 더 처벌 수위가 낮다고 (재판부는)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인식과 법 공백 탓에 '딥페이크방'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딥페이크, 불법합성물을 돌려보는 가해자들이 20만 명이 넘을 거라고 합니다. 오원석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게 최근 대학생 피해자들이 먼저 알려졌는데, 지금 상황은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피해자까지 전국 2백 개 넘는 학교에서 문제가 되고 있고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거잖아요?

[오원석 기자]

네, 맞습니다. 피해자들은 SNS에 공개된 사진을 내리고 비공개하는 걸로 일단 최소한 방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해법이 될 수는 없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인데요.

그동안 혼자 상상하던 것을 구현할 수 있게 기술 발전이 됐고 단체방에 집단이 모이면서 도덕적인 제한이 풀린 걸로 보입니다.

[앵커]

이게 남녀 간의 갈등과도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면서요?

[오원석 기자]

남녀 갈등, 이른바 젠더 갈등은 최근 몇 년 동안 눈에 띄게 심해졌습니다.

특히 이른바 '이대남' 젊은 남성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해 왔는데요.

이런 공격성이 표출된 또 다른 사례가 이번에 확인된 현역 군인 딥페이크방이라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여군들을 벗겨서 망가뜨리겠다" "군복을 벗기면 우월감이 아닌 굴욕감만 남을 것" 등 글이 발견됐는데요.

전문가들은 상대보다 우월함을 확인하고 싶다는 심리가 깔려있는 걸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이게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한 목적으로 벌어지는 경우도 있죠?

[오원석 기자]

네, 실제로 같은 남성들 사이에서 또는 여성들 사이에서도 특정인을 조롱하고 비하하기 위한 딥페이크방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꼭 남성 대 여성이 아니라, 상대적 약자를 공격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 겁니다.

[앵커]

피해자들은 내 주변 누가 나에게 이러는 건가, 일상에서도 불안과 공포가 클 수밖에 없을 것 같군요?

[오원석 기자]

가상이 아니라 실제 범죄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두려움입니다.

능욕방은 서로 아는 사람들, 지인들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실명, 직업, 사는 곳까지 공개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언제든 위협과 실제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취재지원 송다영 임예영]
[영상디자인 홍빛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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