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가 국가대표팀 합숙에서 선배들의 청소와 빨래를 대신 해왔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죠.
그런데 저희가 내부를 취재해보니, 국가대표 선수촌 안에선 야간에 개인 훈련을 할 때도 선배들에게 보고해야 하는 문화가 있었던 걸로 파악됐습니다.
홍지용 기자입니다.
[기자]
배드민턴 대표팀의 어린 선수들이 선수촌에서 지는 의무는 청소와 빨래 같은 허드렛일만이 아니었습니다.
감독과 선수, 그리고 선배와 후배로 이어지는 수직적 관계 속에서 과거에 이어졌던 그릇된 관행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잡았습니다.
배드민턴협회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속에서 나왔던 안세영과 협회의 면담 자료 이후 JTBC가 추가 취재를 해보니, 진천 선수촌 안에서 대표 선수들이 합숙하게 되면 선수들의 생활을 옥죄는 불합리한 시스템이 가동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규 훈련 외에 야간에 개인 훈련을 하려고 하면 우선 대표팀 선배들에게 일일이 보고를 해야 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합숙이다 보니 선수 관리 측면에선 일정한 규칙이 필요하지만 어린 선수들에게는 군대식 문화처럼 비칠 수 있었습니다.
배드민턴협회는 올해 초 이런 문제를 지적받자 적극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배드민턴계 관계자는 "특히 국제대회 같은 경우 선수의 위치는 알아야 하는 상황이라 '보고 문화'는 최소화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랜 기간 경기력 향상을 위해 대표 선수들이 머무는 선수촌이지만 통제 중심의 관리 문화는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세영/배드민턴 대표팀 (지난 7일) : 저는 정말 싸우려고 한 의도가 아니라, 정말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고 싶어서…]
다른 배드민턴계 관계자는 "군대도 10년 동안 많이 바뀌었는데, 배드민턴 대표팀은 이용대 선수 이후로도 바뀌지 않았다"며 어린 선수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남아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