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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같은 기후변화에도 다른 영향, 다른 입장

입력 2024-08-12 08:00 수정 2024-08-12 10:42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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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48)

좀처럼 우리의 지구는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7월은 2023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뜨거운 7월로 기록됐습니다. 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2024년 7월 전 지구 평균기온은 16.91℃로, '역대 최고 기온'인 2023년 7월에 비해 불과 0.04℃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30℃를 훌쩍 넘는 '뜨거운 맛'을 봤던 한국인에게는 너무도 낮아 보이는 기온이지만, 이는 북극부터 남극까지 '전 지구'의 평균기온이기에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기준으로 삼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과 비교해보면, 그 심각성은 바로 와 닿습니다.

'기후변화 마지노선'은 이제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 대비 1.5℃'입니다. 7월의 월 평균기온만 놓고 봤을 때, 2023년 7월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2℃ 높았습니다. 기준점을 넘은 것이죠. 2024년 7월의 경우엔 산업화 이전 대비 1.48℃ 높은 상태로, 그에 근접했습니다. 1979년부터 2024년까지의 7월 평균기온을 나타낸 막대 그래프를 보면, 불과 201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달궈져 봤자 산업화 이전 대비 1℃ 안팎에서 ±0.1℃ 수준을 기록했을 뿐입니다. 2023년과 2024년의 7월은 전에 본 적 없는 높은 기온이 기록된 것이죠.
 
[박상욱의 기후 1.5] 같은 기후변화에도 다른 영향, 다른 입장
7월만 유독 더웠던 것이냐. 결코 아닙니다. 1979년 1월부터 2024년 7월까지, 보다 촘촘하게 매월 평균기온의 추이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이는 7월 만의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꾸준히, 그리고 점차 급격하게 지구가 달궈진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80년대, 뜨거워져 봤자 산업화 이전 대비 0.75℃ 안팎으로 솟았던 기온은 1990년대 1℃ 선을 넘더니, 2000년대 1.25℃ 선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2010년대 이후부턴 1.5℃ 선을 넘는 일이 빈번해진 것이죠. x축의 길이에 한계가 있어 위의 그래프에선 1979년 1월부터의 그래프만 그려놨지만, 통계가 관리되기 시작한 1940년 1월 이래로 이러한 우상향의 추세는 계속됐습니다. 1940년대엔 산업화 이전과 같거나, 일시적으로 0.04℃ 낮은 달(1941년 9월)도 존재할 정도였으니까요.

우리가 이러한 변화를 '기후변화'라고 부르는 것은, 달라지는 것이 비단 '기온'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구가 달궈지면서 뒤죽박죽된 것은 대기의 온도뿐 아니라 땅과 바다의 온도도 마찬가지였고, 그 결과 지구의 '물 순환'을 부르는 강수에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갑작스런 폭우, 그로 인한 범람,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긴 장마, 그로 인한 산불 등의 변화 말입니다.
 
(왼쪽 앞부터) 펠릭스 라마 기니 농업축산부 장관, 임형준 UN WFP 기니 사무소장. (사진: UN WFP 한국사무소)

(왼쪽 앞부터) 펠릭스 라마 기니 농업축산부 장관, 임형준 UN WFP 기니 사무소장. (사진: UN WFP 한국사무소)

국가의 경제적, 기술적 수준이 낮은 경우, 이러한 변화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기니는 그런 취약 국가 중 하나입니다. 펠릭스 라마 기니 농업축산부 장관, 그리고 임형준 UN WFP(유엔 세계식량계획) 기니 사무소장을 만나 현장 상황을 들어봤습니다.


“기니는 주로 농업과 목축에 중점을 둔 나라입니다.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 농업, 어업, 목축업에 종사하고 있고, 약 300억ha의 경작 가능한 토지가 있죠. 문제는, 이 분야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크게 받는다는 점입니다. 기니의 연간 쌀 수요는 약 3백만톤에 달합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쌀 생산성이 크게 떨어져 연간 70~80만톤의 쌀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목축업 또한 국내 생산으로 수요를 충족하지 못 해 많은 양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평균 9개월 동안 비가 내리던 지역에 이젠 6개월 정도 밖에 비가 내리지 않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강수량이 줄어들면서 가뭄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홍수도 더 잦아져 농작물 피해는 갈수록 커지게 됐습니다. 당장의 가뭄과 홍수로 인한 피해도 있지만,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토지 비옥도가 떨어져 이젠 비료 사용이 필수인 상황입니다.”
펠릭스 라마 기니 농업축산부 장관
 
펠릭스 라마 기니 농업축산부 장관이 자국 내 기후변화 현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UN WFP 한국사무소)

펠릭스 라마 기니 농업축산부 장관이 자국 내 기후변화 현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UN WFP 한국사무소)

“우리가 현장에 나가보면, '하루에 몇 끼씩 먹느냐' 물었을 때, WFP가 지원해주는 지역의 85%가 '하루에 한 끼를 먹는다'고 답합니다. 세 끼를 다 챙겨 먹는다고 답한 이들은 3% 뿐이고요. 특히, '린 시즌'이라고 해서, 5~10월 기근기가 있습니다. 기니는 12월에 추수를 하는데, 그럼 3~4월쯤이면 쌀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럼 보릿고개처럼 5~10월까지는 먹을 게 없는 것이죠. 전쟁이나 테러와 같은, 기후변화 외에도 안 좋은 일이 많은 옆 나라들에 비해 기니에선 그런 안보 문제는 없지만, 사람들이 항상 배고픔에 고통을 겪는 상황입니다.



특히, 기니의 이런 식량 상황은 최근 5~6년 사이 더욱 악화하고 있습니다. 기근기에 고통받는 이들의 수가 80~90만명이 더 늘어난 상황입니다. 지난해 WFP 기니 사무소가 IMF에서 긴급 구호 펀딩을 받았는데, 당시 지원을 받은 이들의 수만도 120만명에 달합니다. WFP가 기니에 들어온 것이 1964년의 일입니다. 들어온 시점은 한국과도 비슷한 셈이죠. 그땐, 한국도 가난했고, 기니도 가난했는데, 한국은 20년 만에 원조 졸업을 했고, 이제는 글로벌 Top 10에 들어가는 공여국이 됐습니다. 하지만 기니는 그때부터 60년 동안 여전히 배고픔 속에 있는 것이죠.”
임형준 UN WFP 기니 사무소장
 
임형준 UN WFP 기니 사무소장이 역내 식량안보 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UN WFP 한국사무)

임형준 UN WFP 기니 사무소장이 역내 식량안보 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UN WFP 한국사무)

기니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 기준 1,100만톤 가량에 불과합니다. 그 해 우리나라가 뿜어낸 양(6억 7,660만톤)의 1.6% 수준이죠. 실질적으로 기후변화에 기여한 정도는 매우 적은데 그로 인한 피해는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 셈입니다. 국제사회 차원의 기후변화 논의에서 핵심 의제로 떠오른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에 기니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두 가지 유형의 피해와 손실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으로 인해 농업 생산이 손실되는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수확 후 저장 및 가공 인프라가 부족하여 발생하는 손실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의 경우, 인간의 행동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책임 있는 행동이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기니에서 많은 농민들이 홍수로 인해 농작물을 잃은 경험을 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지원은 실질적이어야 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겪는 국가들에게 적절히 전달되어야 합니다. 환경 보호에 대한 투자가 인류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펠릭스 라마 기니 농업축산부 장관

라마 장관은 투자와 지원이 필요한 분야 중 하나로 에너지를 꼽았습니다. 그는 “농업은 물과 에너지를 잘 관리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며 “태양광이나 풍력 에너지와 같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환경에 더 유익하고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물 관리와 관개를 위해서도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실질적 지원'으로는, 수원국 스스로가 자립할 수 있는 농법이나 종자 지원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통일벼가 대표적입니다. WFP가 통일벼를 지원해 실제 경작에 나선 결과, 통일벼는 기존 현지에서 재배하던 벼와 달리 이모작이 가능하고, 열악한 기후 조건에서의 생산성 또한 더 높았습니다. 지원을 받은 지역의 경우, 자체적인 쌀 수급을 넘어 '남는 쌀'이 나올 정도였죠. 그렇게 남은 쌀은 다시 WFP가 구매해 다시 현지의 다른 지원 사업에 사용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졌습니다.

이처럼 같은 기후변화라 할지라도 각국이 마주하는 현상은 조금씩 다르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도 다릅니다.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관점, 대응하는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는 77개국 7만 3천명에게 기후변화에 대해 물은 UNDP(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유엔개발계획)의 〈Peoples' Climate Vote 2024〉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지난 주, 연재에서 세계인의 생각과 한국인의 생각 차이를 살펴봤습니다. 이번 주엔 지역에 따른 차이를 알아보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같은 기후변화에도 다른 영향, 다른 입장
자국 정부나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시민들의 생각이나 평가는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대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을 묻는 질문에 “잘 하고 있다”고 답한 세계인은 39%였습니다. 지역별로 살펴봤을 때, 아시아 태평양 지역만 48%로 세계 평균을 상회했습니다. 그 외 지역은 대부분 기업의 대응에 그리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은 것이죠. 특히,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유럽 및 북미 지역의 경우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에 박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북미에선 21%, 서유럽 및 북유럽에선 18%의 응답자만이 “대기업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잘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기후 공시의 의무화가 추진 중인 이들 지역에서 기업들은 일찍이 자사의 에너지 소비량, 용수 사용량,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공개해왔습니다. 선진적인 조치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기업의 기후 행동을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눈높이'가 높아지기도 했죠. 이에 유럽과 북미에서의 박한 평가는 '이제 공시는 당연한 일이고, 실질적인 감축과 같은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판단이 녹아든 결과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지속가능경영, ESG 경영 등에 대한 인식이 뒤늦게 확산된 아태 지역에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자체만으로도 기업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등 일부 시차가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기후재난 방재와 기후변화 교육 강화 여부를 묻는 질문엔 특히 중남미와 아프리카, 중동 국가에서 강한 동의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북미와 서유럽 및 북유럽 등 선진국 그룹의 “강화해야 한다”는 답변 비율은 세계 평균에 미치지 못 했습니다. 반면, 탈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질문에선 “시급하다”는 세계 평균 응답률(72%) 대비 서유럽 및 북유럽(77%)에서 높은 응답률을 보였습니다. 중남미 지역 국가에서 또한 77%로 매우 높았고요. 북미 지역의 경우, 55%로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54%)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습니다.

열악한 경제적, 기술적 조건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더욱 취약한 중남미와 아프리카, 중동이기에, 정부의 방재 및 교육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게 나타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미 교육 과정에 기후변화에 관한 내용을 충분히 다루고 있고, 우주 및 지상의 관측 설비, AI와 수퍼컴퓨팅 등으로 방재 역량을 강화한 서구 선진국들의 경우, '방재 및 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탈 화석연료 및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의 경우,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현재 유럽의 강력한 에너지전환 정책이 꾸준히 힘을 받을 수 있는 배경을 설명해 줍니다. 정부의 의지와 시민사회의 요구가 맞물려 신속한 전환이 가능한 것이죠. 중남미의 경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경제 부흥의 기회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결과, 브라질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무려 87.6%(IEA, 2022년 기준)에 달하고, 칠레(55.1%), 아르헨티나(29.2%) 또한 주요 선진국보다 나은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북미와 중동 등 산유국 지역과 더불어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처럼 여전히 석탄 의존도가 높은 지역에선 상대적으로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아직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북미와 중동에선 탈 화석연료 시대에서도 에너지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대대적인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와 R&D가 진행중이라는 점 또한 유념해야 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같은 기후변화에도 다른 영향, 다른 입장
이번엔 “자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해야 하는가?”, “자국의 탈화석연료 및 재생에너지 전환을 신속히 해야 하는가?”라는 동일한 질문에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나 화석연료 생산 국가들은 어떻게 답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상위 20개 국가의 국민들은 대체로 자국의 기후변화 대응 강화를 주장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캐나다 3개국에선 그 응답률이 66%로 가장 낮았습니다.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고 있는, 그 덕에 '온실가스 원흉'으로 지목되곤 하는 중국과 인도에선 각각 73%와 77%의 시민이 자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위의 20개 나라 가운데 가장 큰 폭의 감축 성과를 내고 있는 독일과 영국의 설문조사 결과는 상반됐습니다. 대응 강화를 주장한 응답자 비율은 독일의 경우 67%로 최하위권 수준이었던 반면, 영국은 84%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연방 정부와 각 지방 정부, 그리고 EU 차원에서 강도 높은 감축과 에너지전환이 이어온 것에 대해 상대적으로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독일에서 그 피로도가 누적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숫자입니다.

러시아는 국가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강화해야 한다” 66%)뿐 아니라 탈화석연료 및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시급하다” 16%)에서도 시민사회의 인식이 가장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러시아의 지정학적 특징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는 자국의 주요 수출 상품인 PNG(Pipeline Natural Gas, 파이프라인 천연가스)의 대EU 수출이 막힌 상황입니다. 물론, 파이프라인을 걸어 잠근 것은 러시아의 결정이었지만, 그로 인해 러시아의 무역수지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방을 중심으로 한 재생생에너지확산세에 대한 거부감과 자국산 PNG의 수출 악화는 탈화석연료에 대한 시민사회의 공감대 형성을 막는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한, 지리적 특성 상 러시아는 IMF의 기후변화 영향 평가에서도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했을 때 도리어 GDP가 증가하는 '예외적인 지역'에 속했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땅에 온기가 찾아옴으로써 노동 환경이 개선되고, 난방을 위한 에너지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평균기온 1℃ 상승이 1인당 실질 GDP를 2% 안팎 높이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죠. 탈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그리고 국가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 모두에 시민사회의 큰 요구가 없는 이유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같은 기후변화에도 다른 영향, 다른 입장
끝으로 이번 〈Peoples' Climate Vote〉에서 2021년 첫 조사에 이어 다시금 그 중요성이 나타난 부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바로, 교육입니다. 2021년 조사에선 교육 수준에 따라 기후위기 인식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교육에 따른 답변의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의무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 가운데 16%였던 반면, 고등교육 이수자에선 8%로 크게 줄었습니다. “탈화석연료 및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매우) 신속히 해야 한다”는 응답의 경우에도, 교육 정도에 따라 69~74%로 차이를 보였습니다. 비단 위의 두 질문 이외에도 “기후변화로 미래 세대가 얼마나 걱정되는가?”, “기후변화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가?”, “갈등 요소가 있는 국가와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협력을 해야 하는가?”, “자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해야 하는가?” 등 질문 전반에 있어서도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그만큼 지금의 교육 과정이 기후변화를 제대로 다루지 못 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당장 우리의 경우에도, 학부 또는 대학원에 이르러서야 기후변화에 대한 공부를 비로소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공식적으로는 고등학교 교과목으로도 환경 과목이 존재하지만, 이를 채택한 학교의 수가 극히 드물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는 나이를 가리지 않고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도리어 청년이나 청소년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동들이 더 취약하죠. 어린 세대일수록 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겪게 될 기후변화의 현실은 더욱 열악할 것이고요. 그럼에도 우리는 기후변화 교육에 소홀합니다. 기후와 관련한 모든 기록이 해마다 '역대급 행진'을 이어가는 오늘의 상황에서, '충분한 교육'은 환경 과목을 선택한 고등학교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을 정도입니다. 해외 주요 선진국들이 각 교과목에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개발목표)와 기후변화 관련 내용을 내재화시킨 이유일 것입니다. 기후변화의 대응은 기후변화 그 자체를 인식하고, 제대로 아는 데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같은 기후변화에도 다른 영향, 다른 입장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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