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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밀어준 정당? 없애버려"...태국 군 정부가 야당 때려잡는 방법

입력 2024-08-11 08:00 수정 2024-08-11 16:19

전진당 '해산', 야당 유망주 피타 림짜른랏 '10년간 정치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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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당 '해산', 야당 유망주 피타 림짜른랏 '10년간 정치 금지'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태국에선 2014년 쿠데타를 일으킨 군 정부가 집권하고 있습니다. 2020~2021년에는 문란한 왕실과 군 독재를 비판하며 대대적인 군주제 폐지 시위가 일었습니다. 지난해 5월 총선에선 왕실에 대한 비판을 막는 왕실모독죄를 폐지하자는 공약을 내세운 전진당이 돌풍을 일으키며 제 1당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태국의 헌법재판소가 정당을 해산시켰습니다. 입헌군주제를 전복하려는 시도로 간주된다는 겁니다.
 

 


훤칠한 외모, 능숙한 언변, 하버드대 출신의 수재.

2019년 정치에 본격 입문한 피타 림짜른랏은 불과 몇 년만에 유력한 총리 후보로까지 성장했습니다.

[피타 림짜른랏/전진당 대표]
"시대의 정서가 변했고 무르익었습니다. 저는 당신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모두를 위한 총리가 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군주제 개혁, 징병제 폐지, 동성 결혼 합법화 등 파격적인 정책에 태국의 젊은 세대는 열광했습니다.

급기야 지난해 5월 총선에서는 왕실 모독죄 폐지 공약을 내세우며 돌풍을 일으켰고, 하원 의석 500석 중 151석을 얻으며 제 1당 당수로 등극합니다.

제 2당과는 연정에 합의하면서 정권 창출에 기대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위기감을 느낀 군부 정권과 보수 세력이 철저한 분쇄에 나섭니다.
 

◇보수 세력의 강력한 응징


총리가 되려면 상원 250명, 하원 500명 총 750명 중 과반수를 얻어야 하는데요,

상원은 2017년 이미 군부가 장악한 상황이었습니다.

상원이 꿈쩍도 않으면서 결국 1차 투표의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됩니다.

2차 투표 진행 여부를 두고 토론하던 중 갑자기 선관위 고발장을 받으며 6개월간 의원 활동까지 막힙니다.

림짜른랏이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방송사 지분을 문제 삼으며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 겁니다.
 

◇연대 세력의 갑작스러운 배신


당초 탁신 전 총리의 딸이 이끄는 프아타이당과 연정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프아타이당이 돌아서 군부와 손을 잡으며 결국 정권 창출에도 실패합니다.

군부의 탄압으로 15년간 망명해온 탁신 전 총리의 사면과 거래했을 거라는 추측이 나옵니다.

예상 밖으로 선거법 위반 혐의를 벗으며 6개월 후 의회에 복귀하지만, 이번엔 정당이 재기불능의 상태에 빠집니다.
 

◇시민이 뽑은 '거대 야당' 해산


[헌법재판소 판결 당시(현지시간 7일)]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만장일치로 피고인 전진당의 해산을 결정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전진당의 '왕실모독죄 폐지' 공약을 걸고넘어졌습니다.

올해 1월에는 공약이 위헌이라며 공약 자체를 철회시켰고, 이를 고리 삼아 3월에는 선관위가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합니다.

입헌군주제를 전복시키려는 불온한 시도라는 겁니다.

결국 개정하려던 '왕실모독죄'에 발목이 잡히며 오히려 정당이 해산됐습니다.

[피타 림짜른랏/전진당 대표]
"우리는 반역이나 반란을 일으킬 의도가 없으며, 어떤 경우에도 군주제와 국민 국가인 태국을 분리하려고 한 적이 없습니다."

향후 10년간 림짜른랏과 지도부 등 11명의 정치 활동도 금지됩니다.

총선 이후 불과 1년여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강제 해산된 민심'...부글부글


정치 활동이 막힌 림짜른랏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 함께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남은 의원 140여 명도 신당으로 옮겨 의원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힘을 실어준 정당이 산산조각나면서 민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들끓고 있습니다.

[떼라밋 자이야부드]
"헌법재판소가 이런 식의 판결을 내린 데 대해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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