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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발전적 해체? 아니, 그냥 해체해달라” 얘기 나오는 방통위

입력 2024-08-05 11:27 수정 2024-08-0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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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방송통신위원회 [사진 연합뉴스]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사진 연합뉴스]


“이럴 것 같으면 발전적 해체가 필요할 듯합니다.”
“아니요, 그냥 해체가 절실합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사태'를 겪으며 모 방통위 공무원이 한 말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위원장 부재 상태와 2인 체제, 직무대행 체제의 반복으로 사실상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불능 상태가 된 지 오래입니다.

지난해 말에는 141개 지상파 방송사의 재허가가 미뤄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인앱결제를 강제한 구글과 애플에 대해 과징금 680억원을 부과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낸 지도 10개월이 지났지만, 실제 과징금은 감감무소식입니다. 뉴스 알고리즘 조작 의혹과 관련한 네이버 사실조사, 급격하게 요금을 인상한 OTT들에 대한 사실조사, 인공지능 이용자 보호법 추진 등 한때 떠들썩했던 현안들도 갈 곳 잃은 지 오래입니다.

방통위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출입기자로서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방통위는 2008년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출범했습니다. 여론을 움직이는 '레거시' 미디어의 힘이 셌던 때였고, 이들의 허가·승인을 챙기는 기관이기에 여야 합의 하에 관리해야 한다는 논의의 결과였습니다.
 

'합의' 위원회 요원…어쩌다 이렇게 됐나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이진숙 방통위 후보자 지명 철회 촉구 기자회견 [사진 연합뉴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이진숙 방통위 후보자 지명 철회 촉구 기자회견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합의의 정신은 국회 추천 몫을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하면서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과방위원장이 된 최민희 전 의원은 민주당 몫으로 추천됐지만 대통령실은 가타부타 언급 없이 7개월간 임명을 하지 않았고, 결국 최 전 의원은 스스로 내정자의 지위를 내려놓았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자, 민주당은 더 이상 추천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최 전 의원이 통신사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정보산업연합회의 상근 부회장 출신이라 결격 사유에 대한 유권 해석이 필요하다는 당시 여권의 주장은 일견 일리가 있었지만, 7개월간 결론을 내지 않은 건 솔직히 말해 의도가 없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진솔한 소통과 해결 없이는 앞으로도 민주당은 쉽게 방통위원과 방심위원을 추천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영방송위원회 통해 공영방송 관리 필요성

공영방송위원회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간 차이가 사실상 없습니다. 공영방송을 자부하는 MBC나 대표 민영방송인 SBS나 시청 이용자들이 느끼는 방송의 내용은 매한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공영방송위원회를 설립해 공영방송의 정의부터 세우고, 공영방송은 공영방송위원회에서 공영답게 관리하고, 민영은 K콘텐츠 붐을 이끌어 글로벌 미디어 산업성을 강화할 수 있는 진흥 독임 부처로 넘겨 민영답게 관리해가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그래야 공영방송의 헤게모니를 두고 벌어지는 정치권 다툼이 다른 영역으로 번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늘 새 정부가 들어서면 희망에 찬 그림을 그리곤 합니다. 윤석열 정부도 2022년 4월 인수위원회 시절 미디어 분야에 대해 브리핑하며 첫 번째 과제로 “미디어 전반에 걸친 낡고 과도한 규제를 혁신하고, 디지털미디어·콘텐츠 산업의 혁신 성장을 이끌어 글로벌미디어 강국을 실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어느새 후순위로 밀린 미디어 혁신

방통위 전체회의 참석한 이진숙 신임 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방통위 전체회의 참석한 이진숙 신임 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취임사에선 순서가 뒤바뀌었습니다. 이 위원장은 우선 과제로 '미디어 공공성 회복'을 들었고, '글로벌 미디어 강국으로서의 혁신 성장'은 두 번째에 가서야 언급됐습니다. 언뜻 크지 않아 보이는 미미한 차이지만 미디어 산업 전반에서 느끼는 차이는 결코 작지가 않습니다.

공영방송의 리더십을 둔 반복되는 싸움 속에서, 누군가는 망가져 가는 K-미디어 산업을 바라보며 진흥과 미디어 공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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