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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매일이 '역대급 더위'…끓는 지구를 대하는 세계인의 생각은?

입력 2024-08-05 08:01 수정 2024-08-05 11:14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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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47)

여전히 전 지구 평균기온은 쉽사리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8일, 17℃ 선을 넘은 이후 7월 말까지도 계속 17℃ 이상을 기록 중입니다. 지난해 7월, 7월 4~10일 총 7일간 17℃를 상회했던 것보다 더 오래, 더 뜨거운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매일이 '역대급 더위'…끓는 지구를 대하는 세계인의 생각은?
물론, 기준을 전 지구 차원에서 한반도로 좁혔을 땐 올해가 역대 최고로 무더운 수준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해마다 들쭉날쭉한 여름철 더위지만 장기적으론 뚜렷한 온난화의 모습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는 전국 폭염일수 추이로도 확인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매일이 '역대급 더위'…끓는 지구를 대하는 세계인의 생각은?
전국 단위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전국 평균 폭염일수의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폭염일의 기준은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로, 이는 지역별 폭염일수의 평균값을 의미합니다. 해마다 증감을 거듭하긴 했습니다만, 그래프를 선형으로 추세선을 그려보더라도 우상향하는 것이 나타납니다. 10년 단위로 살펴보면 평균 1973~1979년 평균 9.3일에서 1980년대 평균 7.9일, 1990년대 평균 10.2일, 2000년대 평균 9.1일, 2010년대 평균 14.5일, 2020~2023년 평균 11.1일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매일이 '역대급 더위'…끓는 지구를 대하는 세계인의 생각은?
또 다른 더위의 지표인 열대야일수를 살펴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열대야는 밤 최저기온(18:01~익일 09:00)이 25℃ 이상일 때를 일컫습니다. 같은 기간, 선형 그래프의 기울기는 도리어 열대야일수가 더 가파른 모습입니다. 10년 단위 평균으로 따져도, 1973~1979년 평균 4.7일, 1980년대 평균 3.4일, 1990년대 평균 6일, 2000년대 평균 4.4일, 2010년대 평균 9.4일, 2020~2023년 평균 8.6일로 마찬가지의 증가세를 보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매일이 '역대급 더위'…끓는 지구를 대하는 세계인의 생각은?
올해는 그럼 어떨까요. 평년(1991~2020년 평균), 그리고 지난해와 비교해봤습니다. 폭염도, 열대야도, 현재까지 과거 30년 평균은 물론, 2023년의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2024년 6월의 경우, 전국 평균 폭염일수가 2.8일로 평년의 4배, 직전 해의 3배에 달했습니다. 7월 폭염일수(2024년: 4.3일) 또한, 평년(4.1일)과 지난해(4.1일)의 수준을 넘어섰죠. 8월의 경우, 평년 기준으론 평균 5.9일의 폭염일수가 기록됐습니다. 2023년엔 이를 훌쩍 뛰어넘는 9일이 기록됐고요. 올해 8월은 어떻게 될지, 초순부터 전국적인 폭염특보가 발령되면서 걱정은 커지고 있습니다.

한낮을 달군 열기는 해가 지고 나서도 좀처럼 사라지지 못 하고 있습니다. 2023년과 2024년, 6월 전국 평균 열대야일수는 각각 0.1일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7월, 올해엔 무려 8.8일의 열대야일수가 기록됐습니다. 지난해(2.6일)는 물론, 평년(2.8일) 수준을 크게 넘어섰습니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만큼, 폭염일수 못지않게 열대야일수 또한 8월에도 증가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처럼 해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면서 시민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인이 공통으로 걱정하는 부분입니다. UNDP(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유엔개발계획)는 최근 〈Peoples' Climate Vote 2024〉의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전 세계 77개국 7만 3천명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것입니다. 지난 2021년, 첫 조사 이후 두 번째로, 2021년의 조사 결과는 과거 63, 64번째 연재 〈[박상욱의 기후 1.5] 지구촌 120만명의 선택은? (상)·(하)〉에서도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당시엔 조사를 실시한 나라가 50개국으로 한국은 빠졌었습니다만, 이번엔 국가 수가 77개국으로 늘어나면서 한국 또한 조사 대상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설문조사가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달리, UNDP의 Peoples' Climate Vote는 2021년에도, 2024년에도, 미성년자부터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연령대에 걸쳐 의견을 물었습니다. 또, 이번에도 역시나 UNDP와 옥스퍼드 대학교가 함께 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매일이 '역대급 더위'…끓는 지구를 대하는 세계인의 생각은?
올해의 극한 기상현상이 과거에 비해 어땠는지를 묻는 질문에 전 세계 응답자의 43%가 “더 심각해졌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어, 지난해보다 기후변화가 더 걱정되는지 묻는 질문엔 53%가 “더 걱정된다”고 답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땠을까요. 응답자의 62%가 “올해 극한 기상현상은 이전보다 더 심각했다”고 답했고, 76%가 “지난해보다 기후변화가 더 걱정된다”고 답했습니다. 2주 전, 〈[박상욱의 기후 1.5] 일상이 된 기상이변, 필수가 된 지표 개발〉에서 한국의 기후변화 양상이 전 세계 평균 대비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관측자료와 사회경제적 피해 규모 등의 숫자로 풀어드린 바 있습니다. 그만큼 호우, 가뭄, 이상한파 등 당장의 기상현상만 놓고 보더라도, 한국인의 우려는 세계 평균보다 더 큰 것으로 UNDP의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에 대해 얼마나 자주 생각하나?”, “기후변화가 당신의 중요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나?”, “기후변화로 미래 세대가 걱정되나?” 등의 질문에서 한국인의 답변은 전 세계 평균과 조금 차이를 보였습니다. “매일같이 기후변화를 생각한다”고 응답한 이는 전 세계적으로 32%에 달했습니다. 반면 한국의 경우, 그 비중이 22%로 더 적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여름철에 집중되는 '계절적 관심'에 가깝고, 덩달아 언론의 기후변화 관련 보도 또한 폭염이나 집중호우 등 극한 기상현상이 발생한 시점에만 부쩍 집중되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거주지나 직장을 결정하는 등 인생의 큰 결정을 하는 데에 있어 기후변화가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 또한 전 세계에서 33%가 “매우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반면, 그렇게 답한 한국인의 비중은 19%에 그쳤습니다. 기업의 재무적 지표뿐 아니라 기후변화 관련 정보(에너지 사용량, 온실가스 배출량, 용수 사용량 등)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기후공시도 국내에선 추진 속도가 더디고, 지방선거나 총선, 대선 등 주요 선거에서 '기후 선거'가 대중화한 것과 달리 국내에선 '정파성을 띤 표현'으로 치부되는 것도 이를 통해 설명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중요한 문제라는 데엔 공감하지만, 우리의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기후변화로 미래 세대가 걱정되는지를 묻는 질문엔 세계인의 13%가 “극도로 걱정된다”고, 29%가 “매우 걱정된다”고 답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8%가 “극도로 걱정된다”, 46%가 “매우 걱정된다”고 답했습니다. '한국인이 더 후손들을 걱정한다'고 해석될 수도 있겠으나, 이는 우리의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결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의 내가 내리는 의사 결정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미래 세대의 걱정은 되는, 기후변화를 '먼 미래'로만 바라보는 관점이 투영된 결과로 말이죠.

무역 갈등이나 지정학적인 분쟁에도 불구하고, 국가 간 기후변화 협력을 해야 하느냐 묻는 질문엔절대 다수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세계인의 86%는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러한 협력은 실제 현실 세계에서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 장기화되면서 마치 '국제 정세상의 디폴트 값'으로 여겨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한 순간마다 두 나라는 서로 대화를 하고, 협력을 증진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91%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라면 소위 '원수와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했지만,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나 '편 가르기'는 더욱 심해지는 모습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매일이 '역대급 더위'…끓는 지구를 대하는 세계인의 생각은?
이번 UNDP의 설문조사에선 각자의 나라가 진행 중인 정책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중지를 모으는 결과도 담겼습니다. 한국 시민사회는 국가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평가가 세계 평균 대비 박했습니다. “당신의 나라는 기후변화 대응을 잘하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매우 잘하고 있다”고 답한 한국 응답자는 1%에 그쳤습니다. 반면, 43%가 부정적(못함 30%, 매우 못함 13%)으로 평가했죠. 긍정적 평가가 48%(매우 잘함 17%, 잘함 31%)에 달하는 세계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였습니다.

한편,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엔 세계인의 80%, 한국인의 88%가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응의 강화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입니다. UNDP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항목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습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환경보전 및 복구, 극한 기상현상에 대한 방재, 학교에서의 기후변화 교육 등등 말이죠. 환경보전이나 방재, 교육에 있어선 한국의 설문조사 결과와 세계 평균 결과가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유독 에너지전환에 있어선 다른 결과를 보였습니다.

“당신의 나라는 얼마나 신속하게 석탄, 석유 및 가스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세계인의 41%가 “매우 신속하게 대체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같은 질문에 매우 신속한 대체를 강조한 한국인 응답자는 26%에 그쳤습니다. 이는 다른 선진국뿐 아니라 주요 신흥 개도국보다도 더딘 한국의 에너지전환 속도를 설명해주는 결과입니다.

기업의 기민한 대응이 시장의 요구에 좌우된다면, 정부의 기민한 대응은 시민사회의 요구에 좌우됩니다. 제아무리 무관심한 어젠다라 할지라도, 시민사회가 중요하고도 시급하다 여기면, 정부는 관심을 둘 수밖에 없습니다. 그간 기후변화 대응에, 온실가스 감축에 무관심했던 기업이 아직 국내법상 의무화도 안 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에너지 사용량과 같은 정보를 공개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사업장별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 요구 때문인 것처럼 말이죠.

한국 시민사회의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커졌다고는 하지만, 이는 아직 '현실'이라는 수면 위로 드러날 정도는 아닙니다. 신속한 에너지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시민단체나 전문가 집단의 목소리를 넘어, 유권자의 표심으로 등장하지 못한 상황이니까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각종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좀처럼 넘지 못한, 세계에서 가장 비정상적인 전기요금 체계를 좀처럼 정상화하지 못 하는 오늘날 한국의 모습은 바로 이러한 '부족한 관심'의 산물입니다.

77개국 7만 3천명이 응답한 이 설문조사의 결과를 이처럼 세계 평균으로나 한국만을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지역별, 국가 성격별로 구분해 살펴보면, 기후변화 대응의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나 유럽, 중동 등 지역별로는 어떤 특징을 보이는지, 주요 산유국이나 온실가스 배출국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다음 주 연재에서 이어 살펴보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매일이 '역대급 더위'…끓는 지구를 대하는 세계인의 생각은?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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