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폭염 속에서 장시간 밖에서 일하던 택배 노동자들이 숨지는 일이 잇따랐죠, 그런데도 이런 배달 노동자들은 쉬면서 하라는 말이 통하지 않을 만큼 하루가 너무 바쁘다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직접 배달을 하며 취재했습니다.
[기자]
배달 콜이 가장 몰리는 점심시간.
마트 물건 배달부터 점심식사 배달까지 다양합니다.
시간이 돈.
힘들어도 가급적 계단으로 갑니다.
[김종헌/배달 라이더 :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에 걸어가는 게 차라리 빠르죠.]
배달 시작 30분도 안됐는데 옷 다 젖었습니다.
[김종헌/배달 라이더 : 점심 먹고 집에 가서 옷 다시 갈아입고 저녁에 나와야 돼요. 오후에 그때는 이제 탈진 상태가 올 때도 있죠.]
'가장 더운 오후 2시쯤엔 가급적 쉬라'는 게 정부의 폭염 대비 가이드 라인이지만, 그저 먼 이야기입니다.
[김종헌/배달 라이더 : {2시가 제일 더운 시간이라고 하던데…} 근데 그때 피할 수가 없습니다. 평소보다 1천원이라는 요금이 더 붙어있기 때문에 그 시간대는 해야 합니다.]
오후 2시 반, 저도 직접 배달에 나섰습니다.
강한 햇빛만 힘들 줄 알았는데, 푹푹찌는 열기가 사방에서 괴롭힙니다.
[앞에서 나오는 오토바이 열기나 차 열기가 너무 뜨거워요.]
헬멧 속 머리는 이미 다 젖었습니다.
[지금 땀이 너무 많이 나서 헬멧이 자꾸 눈을 가리거든요.]
배달할 물건도 무거운데, 더위 때문에 몸은 더 무거워집니다.
'신속 배달' 이란 말, 함부로 쓰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듭니다.
[촬영 전에는 엘리베이터 없어야 그게 그림이 된다 이랬는데 막상 진짜 없으니까 말이 안 나오네…말이 안 나와.]
배달노동 경력 6년 차, 김종헌 씨에게 '관두고 싶을 때는 없었는지' 물었습니다.
[김종헌/배달 라이더 : 하루에 열두 번도 그런 생각을 하죠. 그러나 먹고 살아야 하니까…]
오후 3시 반, 이번엔 택배 배달입니다.
체감온도는 34도.
끝없는 언덕이 펼쳐지는 동네.
[이거 어떻게 들고 다니세요 진짜…]
물건 하나 배달하고, 다시 차로 다음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건 단 30초.
에어컨은 사치입니다.
[정하석/택배 기사 : 배달 시간이 길고 이동 시간이 상당히 짧다 보니까 (에어컨) 틀어도 금방 꺼야 하니까 다시…]
그나마 얼음물이 위안이 됩니다.
[{(물) 더 드세요.} 와 진짜 너무 맛있어.]
잠깐 숨을 돌렸으니 다시 시작입니다.
이번 배달 상품은 고양이 모래.
한 상자당 18kg입니다.
[잠깐 기사님 그거 혹시 계단 올라가야 돼요? 잠깐만…]
유일하게 숨돌릴 만한 곳은 동네 작은 교회.
화장실 갔다가 물 마시는 시간, 딱 10분입니다.
고객이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정하석/택배 기사 : {이동 노동자분들 쉬는 쉼터 같은 것도 서울에 좀 있잖아요.} 거기까지 가기에는 글쎄요. 뭐, 한 20분 정도 소요가 돼서… 고객이 시킨 이런 배달량에 좀 시간을 맞추려다 보니까…]
종종 뉴스로 접하는 배달 노동자 사망 소식은 남일 같지 않습니다.
[정하석/택배 기사 : 마음 아프죠. 제 일 같기도 하고. 저도 배달하다 보면 현기증이 나고 이 더위에 진짜. 나에게 주어진 일이라고 하는데…]
배달 노동자에겐 폭염경보 문자보다 배달 콜 알림이, 쌓여있는 택배 상자가 눈에 더 들어올 수 밖에 없습니다.
돈 더 벌려는 욕심에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이렇게라도 돈을 더 벌어야 하는 녹록치 않은 현실에 귀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작가 강은혜 / VJ 김한결 박태용 / 취재지원 황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