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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한은행, 해외 부동산펀드 '고객서명 위조' 정황…금감원 조사 착수

입력 2024-07-16 21:08 수정 2024-07-1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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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외 부동산 펀드, 한 때 잘 나가는 투자 상품이었지만, 세계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은 지금은 손실 규모가 막대합니다. 신한은행 같은 시중은행들은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가 입주한 건물에 투자하는 거라 "100% 안전하다"며 공격적으로 상품을 판매해왔는데요, JTBC 취재 결과 신한은행이 고객 서명을 위조하면서까지 가입자를 모집해온 정황이 드러나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선 걸로 확인됐습니다.

먼저 정해성 기자입니다.

[기자]

사업가 김 씨가 신한은행 자산관리 센터에서 50억 원짜리 해외 부동산 펀드에 가입한 건 지난 2017년입니다.

해외 국가기관이 세 들어 있어, 무조건 안전하다는 은행 직원 설득이 결정적이었다고 합니다.

[김모 씨/신한은행 펀드 투자자 :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나사나 EU(유럽연합)가 망하지 않는 이상 전혀 디폴트(채무불이행) 될 위기는 전혀 없다고요. 리스크는 전혀 없다 이렇게.]

때마다 금리를 웃도는 배당을 주고, 5년 후 건물의 증권을 팔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상품인데 당시엔 없어서 못 팔 정도였습니다.

신한은행이 판매한 두 펀드만 500억 원이 훌쩍 넘습니다.

하지만 2년 전부턴 배당은 10분의 1 토막 났고, 아예 끊긴 적도 있습니다.

[송태호/변호사 : 환매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돈을 실질적으로 못 받는 상황이고. (은행에서) 별 기대는 하지 마시라고…]

부동산 침체로 건물 가치도 급락하면서 김 씨는 사실상 투자금 전액을 잃을 처지가 됐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펀드 계약서 곳곳에 적힌 다른 사람의 글씨와 서명입니다.

[김모 씨/신한은행 펀드 투자자 : 여기, 여기, 여기는 제 글씨 아닙니다. {제일 중요한 부분인데?} '초고위험' 제 글씨 아닙니다. '100% 이내' 이것도 제 글씨 아니고.]

김 씨는 과거 투자 경험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100%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단 항목에도 누군가 대리 서명했습니다.

[김모 씨/신한은행 펀드 투자자 : 6번도. 제가 '3년 이상 투자 경험이 있냐' 이것도 거짓말이고요.]

실제 해당 글씨를 필적 감정해보니, 모두 위조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투자를 권유한 담당자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정모 씨/신한은행 직원 : {김OO 씨 기억나세요? 고객이셨는데.} 네네. {직접 서명을 하신 이유가 있나요?} 죄송합니다. {당시에 설명을 어떻게 하셨나요?} …]

신한은행은 "계약 당시 자필 기재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며 "투자 위험 등 설명 의무를 이행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금감원은 최근 신한은행에 소명을 요구하는 등 본격 조사에 착수한 거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신한은행이 100% 안전한 부동산이라고 했다는 미국 나사 건물은 어떤 곳일까요. 저희 취재진이 직접 가보니 나사 직원들이 쓰는 공간은 일부에 불과하고 빈자리가 많아 건물 가치는 반토막이 난 상태였습니다.

과연 신한은행이 펀드를 팔 때 이런 점을 제대로 설명했던 건지 계속해서 정해성 기자입니다.

[기자]

미국 워싱턴 나사 본사 1층이 텅 비었습니다.

기념품 가게와 세탁소 정도만 들어서 있습니다.

건물 관계자는 JTBC에 "건물 10~19%만 나사 직원들이 쓰고 있는 상태라 2028년 재계약할지 미지수"라고 했습니다.

원래 나사펀드 만기는 지난 2022년 3월.

수익 배분이 끝났어야 합니다.

하지만 건물을 사겠단 사람이 없어 만기가 5년 더 연장됐습니다.

7년 새 건물 가치는 반토막 났고 5년 후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현지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SPC가 중심입니다.

이 법인이 투자금과 현지 은행에서 받은 대출금으로 해당 건물에 투자하는 구조입니다.

나사펀드는 2600억원, 유럽의회 펀드는 1400억원을 현지 은행에서 대출받았습니다.

대출금리가 오를수록 배당도 줄었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로 상업 부동산이 침체하면서 건물 가치마저 급락했습니다.

현지 대출을 먼저 갚다 보면 투자자에게 돌려줄 몫은 사실상 없는 겁니다.

[A씨/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펀드 설계·운용사) 관계자 : (유럽의회가 임차한 건물) 매각을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비용과 나라별로 부과되는 세금을 차감하고 나면 {거의 남는 게 없나요?} 선순위 대출 원금을 갚고 나면 비용이, 돌려드릴 금액이 없었어요.]

하지만 수십 장에 달하는 상품 설명서를 봐도 이런 경고는 단 한 줄도 없습니다.

[김모 씨/신한은행 펀드 투자자 : 대출을 받는 것도 몰랐습니다. 레버리지를 이렇게 크게 만들어서 이렇게 조그만 돈으로 이렇게 큰 걸…]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은행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잘못된 행위"라며 점검 계획을 밝혔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는 57조 원.

곳곳에서 무너지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최석헌 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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