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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왕십리역 환승통로' 묻지마폭행 그 이후…국토부 환승통로 전수조사

입력 2024-06-25 13:12 수정 2024-06-2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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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승 통로라 CCTV가 없다"

지난 13일 85세 백 모씨가 서울 왕십리역 환승 통로에서 일면식도 없는 남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습니다.
(지난 21일 JTBC 보도 : [단독] 85세 할머니 폭행당했는데…5일 만에야 수사 착수)
백씨는 이날 저녁 8시 반쯤 수인분당선 열차에서 내려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왕십리역 환승 통로를 걸어가던 중이었습니다. 백씨는 "마주보며 걸어오던 남성이 아무 말도 없이 갑자기 때렸다"면서 "어깨를 먼저 때리고, 아파서 몸을 굽히자 허리 등도 때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행인의 신고로 병원에 실려 간 백씨는 어깨뼈가 부러지고 탈골됐다는 진단을 받고 어깨에 철심을 넣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백씨는 몸 곳곳에 피멍이 든 사진도 취재진에게 보내왔습니다. 백씨 가족은 CCTV부터 확보하고자 했습니다. 왕십리역은 지하철 4개 호선이 지나갑니다. 코레일이 관리하는 수인분당선과 경의중앙선 그리고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지하철 2호선과 5호선입니다. 백 씨 가족이 양 쪽에 CCTV를 요청했습니다. 돌아온 답은 같았습니다. "환승 통로라 CCTV가 없다"

# 관할 애매한 환승 통로

백씨가 사고가 난 '환승 통로' 는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이하 서교공)의 관할이 나뉘는 곳이자 CCTV 사각지대였습니다. 하필이면 몇 걸음 차이로 관할이 갈리는 애매한 지점에서 범죄를 당한 것입니다.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JTBC 취재진도 두 기관에 각각 당시 사건에 대해 물었습니다. 돌아온 답은 피해자 측이 들은 답과 유사했습니다. 코레일도 서울교통공사도 "해당 사건이 접수돼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그럼 해당 사건이 벌어진 지점은 어느 기관 관할인지 물었습니다. "사건 접수가 돼있지 않아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어 관할이 어느 쪽인지 불명확하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왕십리역에 있는 코레일과 서교공 역무실도 찾아갔습니다. 수십 대의 CCTV 화면들이 한 쪽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환승 통로를 비추는 화면은 두 역무실 벽면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코레일에 따르면 왕십리역에 설치된 CCTV는 84개에 이릅니다. 그 많은 CCTV 중 환승 통로를 비추는 CCTV는 없던 겁니다. 보도가 나간 뒤 국토부·코레일·철도경찰이 전화가 와서 왕십리역 환승 통로 관할은 방화벽을 기준으로 나뉘고 사건이 벌어진 지점은 코레일 관할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코레일 측은 "역무원이 사건 현장에 나갔었다"며 "관할 떠넘기기를 한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럼 사건 접수를 안 한 이유는 무엇인지 묻자 "다시 확인해보니 사고 접수가 이뤄졌는데 혼선이 있어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뼈가 부러져 수술을 받은 백씨의 어깨

뼈가 부러져 수술을 받은 백씨의 어깨

# 5일 만에 착수한 수사

피해자 가족이 답답함을 호소한 지점은 또 있습니다. 왕십리역에서 서교공 관할지는 경찰이, 코레일 관할지는 철도경찰이 수사해야 합니다. 사건을 목격한 행인은 경찰로 신고했고 파출소 경찰관이 출동했습니다. 성동경찰서는 다음날 철도경찰로 사건을 이첩했습니다. 그런데 철도경찰은 사건 발생 5일 뒤에야 수사에 착수할 수 있었습니다. 철도경찰 측은 "경찰에서 우편으로 사건 자료를 넘겨받기까지 주말을 포함해 5일이 걸렸고, 18일부터 수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같은 사건 이중신고..피해자는 '혼란'

5일 동안 백씨 아들은 수사가 어디서 진행되는지 알아보려고 경찰서와 철도경찰을 오갔습니다. 경찰은 사건 다음날 철도경찰로 사건을 이첩했다고 안내했습니다. 곧바로 철도경찰로 전화했습니다. 철도경찰은 우편을 받기 전이어서 그런지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철도경찰은 "2호선으로 환승하러 가던 길에 폭행을 당했다"는 백씨 아들 말을 듣고 "2호선은 경찰서 관할"이라고 안내했습니다. 백씨 아들은 "CCTV도 없는 곳에서 사람을 때리고 도망갔는데 즉각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사건 발생 5일째 되는 날, 피해자 측은 철도경찰로부터 수사에 착수했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같은 날 성동경찰서에도 사건이 배당됐다는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피해자 측은 5일째 되는 날까지 담당 수사기관이 정해지지 않고 혼선을 빚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알고 보니 같은 사건이 두 번 접수돼서 벌어진 오해였습니다. 백씨 아들은 행인이 신고한 사실을 몰랐고, 백씨가 입원한 서울 광진구의 병원에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광진경찰서가 사건을 접수했고 이 두 번째 신고 건이 5일째 되는 날 성동경찰서로 이첩됐다는 문자가 온 거였습니다.

지금은 철도경찰이 사건을 맡아 수사 중입니다. 다행히 용의자를 특정해서 추적하고 있습니다.

# 과실치상

철도경찰이 용의자에게 적용한 혐의는 실수로 사람을 다치게 한 '과실치상' 입니다. "남성이 할머니의 어깨를 치고 그냥 가버렸다"는 신고 내용만을 토대로 적용한 겁니다. 반면 백씨는 "어깨를 맞고 넘어진 상태에서 주먹으로 추가 폭행까지 있었다"며 '묻지마 폭행'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깨는 부러져서 수술한 상태이고 몸 곳곳엔 피멍이 들었습니다. 백씨는 "CCTV도 없는데 범인이 범행까지 부인할까 걱정된다"며 또다시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 환승 통로 CCTV 전수조사

국토부가 후속 조치에 나섰습니다. 우선 사고가 난 왕십리역 환승 통로에 CCTV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더 나아가 코레일이 관리하는 역사 환승 통로 등을 전수조사해서 CCTV 사각지대를 개선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백씨 폭행수사와 코레일의 후속 조치를 계속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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