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현직 총리가 '테라루나' 사태 핵심인물 권도형씨의 초기 개인 투자자였던 정황이 보도됐다. (화면출처: vijesti)
몬테네그로 현직 총리가 '테라·루나' 사태 핵심인물 권도형씨가 세운 회사 '테라폼랩스'의 초창기 개인 투자자 중 하나였던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는 현지시간 1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제출한 테라폼랩스 관련 문서를 바탕으로 밀로코 스파이치 총리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지난해 총선 직전 권도형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스파이치 총리는 본인과 당시 근무하던 펀드회사(다스 캐피털 SG)가 테라폼랩스에 7만 5000달러(약 1억원)을 투자해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해왔는데, 거짓 해명일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SEC가 법원에 제출한 엑셀 자료에는 테라폼랩스가 설립된 2018년 4월부터 2021년 여름까지 총 81명의 초기 투자자가 기재돼 있는데, 이 명단의 16번째에 스파이치 총리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이 자료엔 법인과 개인 투자자가 명확히 구분돼 있는데, 스파이치 총리는 2018년 4월 17일 개인 자격으로 75만개의 루나 코인을 1개당 10센트에 구매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SEC가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엑셀 자료에는 스파이치 총리가 근무한 회사 다스 캐피털 SG는 기재돼 있지 않습니다.
스파이치 총리가 10센트에 사들인 루나 코인은 2022년 4월 한때 개당 119달러(약 16만4500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폭락해 불과 한 달 사이에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습니다. 하지만 만약 루나 코인 75만개를 최고가에 팔았다면 이론상 9000만달러(약 1244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비예스티는 총리실에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 스파이치 총리가 루나 코인을 얼마나 보유했는지 질의했지만 답변받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몇몇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스파이치 총리가 당시 폭락 사태로 '엄청난 돈을 잃었다'고 불평했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비예스티는 그가 큰 손실을 봤다면 다른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권씨를 사기죄로 고소했텐데, 이와 관련해서도 역시 총리실에 질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적었습니다. 반대로 그전에 루나 코인을 팔아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면 '탈세 의혹'이 제기될 수 있고, 공직자 재산 신고에서 이를 누락한 것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한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습니다. 시민운동단체 URA는 "SEC의 자료를 통해 스파이치 총리의 거짓말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즉각 사임하고 관할 당국은 이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스파이치 총리와 권씨는 2022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따로 만난 사실이 확인되면서 다양한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당시는 권씨가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파이치 총리는 권씨가 수배받았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반박했고, 지난해 3월 23일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되자 자신이 당국에 정보를 흘린 덕분이라고도 주장해왔습니다. 권씨는 지난해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체포된 뒤 미국과 한국의 요청에 따른 범죄인 인도 재판을 이어가면서 계속 현지 감옥에 수감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