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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시간 자리 비운 카페 손님, 돌아와서 "기지배가" 막말

입력 2024-06-18 11:15 수정 2024-06-18 11:15

<5년 차 카페 사장이 겪은 손님 이야기>
"2시간 비워진 자리 치우자 '왜 치우냐' 폭언"
"1인 1음료 안내하자 진동벨 집어던져"
"노시니어존·노키즈존 매일 고민"
"저가 커피 파니까 카페 직원도 저가로 보이나"
"그래도 인사 해주시는 손님에 힘 받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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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차 카페 사장이 겪은 손님 이야기>
"2시간 비워진 자리 치우자 '왜 치우냐' 폭언"
"1인 1음료 안내하자 진동벨 집어던져"
"노시니어존·노키즈존 매일 고민"
"저가 커피 파니까 카페 직원도 저가로 보이나"
"그래도 인사 해주시는 손님에 힘 받기도"

■ 방송 :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평일 오전 8시 JTBC News 유튜브)
■ 진행 : 이가혁 기자 / 연결 : 박준영 '부산 ㅂ카페' 사장
■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용 시: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 이가혁〉 요즘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들 소셜미디어에 '나는 이런 황당한 일을 겪었다', '손님의 이런 행동까지 참았다' 같은 사연을 공유하죠. 한 레스토랑에서는 어린아이를 포함한 가족이 식사하고 떠났는데 테이블 위에를 보니까 노란색 액체가 담긴 페트병이 있더라. 뜨뜻미지근한 액체. 오줌이었습니다. 또 다른 식당 주인은요. 아기의 대변 기저귀를 식사 공간에서 가는 가족이 있어서 아차 싶었는데, '화장실에 휴지통이 있으니까 거기다 버리세요'라고 말을 했더니 나중에 그 손님들이 '불친절하다는 후기를 남겼다'는 사연도 전해졌습니다. 오늘 인터뷰 할 분은 부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5년 차 사장님의 사연입니다. 영상 먼저 같이 보시죠.
 
지난 3월 부산의 한 카페에서 2시간 가량 자리를 비운 손님이 돌아와 '왜 내 컵을 치웠느냐'고 항의하는 장면 〈JTBC 뉴스들어가혁 캡쳐〉

지난 3월 부산의 한 카페에서 2시간 가량 자리를 비운 손님이 돌아와 '왜 내 컵을 치웠느냐'고 항의하는 장면 〈JTBC 뉴스들어가혁 캡쳐〉


◇ 이가혁〉 손님들이 커피를 먹고 자리를 비웁니다. 갑자기 카운터에 와서 뭔가를 따지네요. 이 사장님에 따르면,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고 2시간 동안 자리를 비웠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카페 직원 입장에서는 '가셨나 보다' 싶어서 커피잔을 다 치웠다고 하는데 나중에 2시간 가까이 지나서 돌아온 손님들이 “아니 커피가 남아 있는데 우리 컵 왜 치웠냐”라면서 사장님에게 따졌다는 거예요. 이렇게 장사를 하면서 어떤 일까지 겪는지 목소리를 좀 들어보고자 직접 이 카페 사장님을 좀 연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방금 CCTV 영상에 나온 박준영 사장님입니다. 안녕하세요?

◆ 박준영〉 안녕하세요.

◇ 이가혁〉 손님들이 2시간 가까이 지나서 돌아와서 한 요구는 정확히 뭐였나요? 커피를 다시 달라는 거였나요?

◆ 박준영〉 아니요. 정확하게 그런 요구를 하시지는 않았고요. '우리 컵 어디 갔어? 어디 갔어?'라고 하다가, 저희가 그때 너무 바빴어요. 그래서 좀 못 들은 척을 했는데, 그날 저희 여직원이 출근한 지 3일 딱 되는 날이었거든요. 근데 그 직원에게 “저 기지배, 저거 대답 안 하네”라고 하고 “야! 이리 와봐, 야 기집애 이리 와봐” 하더라고요. 제가 “고객님 너무 안 오셔서 치웠습니다”라고 하니까 그 손님들이 “내가 너한테 언제 나간다고 말하고 나갔냐. 다시 올 수도 있는 거 아니냐. 내 걸 치우면 어떡하냐. 내가 여기 아는 형님이랑 형수님이랑 여기 다 단골인데 나를 모르냐” 라고 하셨어요.

◇ 이가혁〉 그렇군요. 제가 지금 간접적으로 듣기만 해도 약간 좀 머리가 쭈뼛 서면서 열받는 상황이긴 한데요.

◆ 박준영〉 그러고 “너희는 부모가 없냐. 내가 너희 부모 나이는 되지 않냐” 그러시길래 저도 많이 이제 화가 많이 났죠.

◇ 이가혁〉 사장님이 인스타그램에 올리신 글을 보면 “그래서 뭐해줄 건데?”라고 그쪽에서 말하니까 “뭘 해드려야 되냐?”라고 하시면서 손님 요구를 다 받아주지 않으셨어요. 그런 이유도 있다면서요?

◆ 박준영〉 제가 “네 알겠습니다. 고객님. 저희가 마음대로 버렸으니까 새로 해드릴게요”라고 해버리면, 제가 자리를 비우는 날도 있어요. 그럴 때 이런 분이 또 오셔가지고 똑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저희 직원들에게 “너희 사장은 해주던데 왜 너는 안 해주냐”라고 하거나, 근처 다른 가게에 가서 “야 저기 커피숍 사장은 해주던데 너희들은 왜 안 해주냐” 이럴 수 있기 때문에 차마 제가 그거는 들어줄 수가 없었습니다.

◇ 이가혁〉 직원을 보호하고 또 주변 상권에도 피해가 안 가게 하기 위해서 무조건 이 손님의 요구를 받아주기보다는 약간 선을 그으셨군요. 방금 같은 그런 상황 박준영 사장님 입장에서 굉장히 드문 사례인가요? 아니면 꽤 자주 있는 일인가요?

◆ 박준영〉 거의 일주일에 한두 번 있는 사례고요. 더 심한 일이 있으면 있지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 이가혁〉 그럼 더 심한 일. 우리가 흔히 '진상 손님'이라고 표현하는데, 더 심한 일이라면 어떤 사례가 있었습니까?

◆ 박준영〉 저희는 아메리카노가 1500원인 매장이거든요. 1인 1음료를 저희는 원칙으로 하고 있고 실제로 “1인 1음료 하셔야 합니다”라고 했을 때 막 욕설을 하시면서 “동네 커피숍 이거 하나냐. 딴 데 가자”라고 진동벨 집어던지고 가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분들은 사실은 뭐 그냥 꽤 자주 있는 편이고요. 최근에 제가 정말로 많이 화가 났었던 일은 손님이 네 분이 오셨는데 호떡을 2개를 들고 오셨거든요. 몰래 드시면 저희도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고 하는데 손님 4명이 호떡 2개를 들고 오셨는데 커피 2잔을 주문하셨어요. CCTV 영상 속 일이 있고 난 다음 날이었거든요. 저도 손님들한테 지치다 보니까 그냥 두 잔만 드리자고 생각하고 그냥 드렸는데, 조금 이따가 컵 두 개를 달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고객님 죄송한데 저희가 1인 1음료 매장이라서 컵 제공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드리니까 호떡 2개를 드시고 그 호떡 담은 컵에다가 음료를 나눠 드신 분들도 있어요.

◇ 이가혁〉 지금 웃으시면서 전화 연결해 주셨지만 사실은 아메리카노가 1500원이라고 하셨으니까 굉장히 많이 팔아야 그나마 수익을 가져가시는 부분이잖아요. 박리다매 전략인데, 1인 1음료 주문해달라는 건 안내문도 매장에 붙어 있죠?

◆ 박준영〉 네, 붙어 있습니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그때 당시에는 진짜 정말로 이게 알게 모르게 많이 울었어요.

◇ 이가혁〉 게다가 아까 2시간 동안 자리 비운 손님에게 폭언을 들은 바로 다음 날 호떡 손님들이 오셔서 참는 데 한계가 있잖아요. 참 힘드셨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일이 물론 특정 나이대, 특정 손님의 형태, 이런 걸 특정하면 자칫 위험할 수 있긴 하지만 이런 일을 사장님들이 계속 겪다 보면 '노시니어존'이나 '노키즈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나도 안하고 싶고, 나도 애를 키우는 부모라서 이런거 안하고 싶지만 너무 힘들어서 하게 됐다고 하소연하는 사장님들도 많은데, 박준영 사장님은 고민해 보신 적은 없으세요?

◆ 박준영〉 매일매일 고민하죠. 고민을 안 할 수가 없고요. 기자님 말씀처럼 저도 이제 한 200일 정도 된 아기가 있거든요. 매장에서 아기가 맨발로 걸어다닌다든지 뛰어다닌다든지 하면 사실 위험하거든요.

◇ 이가혁〉 그리고 또 뜨거운 커피가 있는 곳이니까.

◆ 박준영〉 위험한 게 첫 번째고요. 사고가 나면 책임은 또 매장에서 져야 하다 보니까 그런 것들도 있고요. 밖에서 신던 신발을 그대로 신고 소파를 뛰어다닌다든지 그런데 그거는 저도 부모 된 입장에서 사실 부모 잘못이라 생각을 해요. 그리고 흔히 나이 드신 분 중에서 '진상손님'도 많은 것 같은데.

◇ 이가혁〉 체감하시기에.

◆ 박준영〉 체감하기에 좀 많은 것 같은데, 저희는 동네 장사를 하거든요. 오피스 상권이 아니라서 젊은 직장인이 많지 않거든요. 동네 장사를 하다 보니까 노키즈존, 노시니어존은 어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고 실제로 실행을 할 수는 없어요.

◇ 이가혁〉 동네 장사니까 노시니어존, 노키즈존을 하면 올 사람이 없게 돼버리니까.

◆ 박준영〉 네.

◇ 이가혁〉 그러니까 다 참아내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군요.

◆ 박준영〉 네, 맞습니다.

◇ 이가혁〉 지금 연결되신 김에 지금 방송이 나중에 유튜브 다시보기로도 올라가고, 네이버나 다음 포털 사이트에도 올라가거든요. '이건 좀 기본적으로 지켜주세요' 당부할 만한 것 몇 개 소개해주시죠.

◆ 박준영〉 제 입장에서 말씀을 좀 드리자면 반말로 주문하기 정말 많고요. 현금이나 카드를 이렇게 툭 집어던지시는 분들 많습니다. 메뉴를 다 만들었는데 바꿔달라 하시는 분, 그리고 어제도 있었지만 저희가 1500원짜리 커피다 보니까 순식간에 주문이 밀리고 빠지고 하거든요. 그런데 주문 순서대로가 아니라 '내가 지금 좀 바쁜데 내 거 먼저 좀 해달라' 그런 사람도 있어요. 어린이들 방치하시는 부모님들도 많고 화장실에서 몰래 흡연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 이가혁〉 흡연은 법적인 문제까지 있는건데.

◆ 박준영〉 요즘 좀 드는 생각들이 1500원짜리 음료를 팔다 보니까, 손님들이 보기에 저도 그렇고 저희 직원들도 그렇고 '우리도 저가로 보이나', '우리가 인건비 1500원짜리로 보이나' 이런 생각이 들때가 좀 많습니다.

◇ 이가혁〉 지금 말씀하신 거 제가 한번 다시 정리해 드리면 반말로 주문하지 말아달라, 돈이나 카드 집어던지지 말아달라, 음료 다 만들었는데 메뉴 바꿔달라고 하지 말아달라, 주문 순서대로 음료가 나오는데 자기 바쁘다고 자기꺼 먼저달라고 하지 말아달라, 어린이 손님과 왔다면 잘 관리해달라, 그리고 화장실에서 흡연하지 말아달라. 어떻게 보면 굉장히 기본적인 것이고, 이걸 굳이 말해야하나 자괴감이 드실 것 같기도 하네요.

◆ 박준영〉 네.

◇ 이가혁〉 마지막 질문드릴게요. '그래도 내가 이런 손님들 덕분에 버틴다' 하는 사연도 좀 전해주세요.

◆ 박준영〉 저희가 1500원짜리를 팔지만 오고 가실 때마다 90도로 인사하고 가시는 분들도 있어요. 항상 '잘 마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날 더운 날 자신들 아이스크림 사면서 저희 직원들 것도 사다 주시는 분들도 있고, 1인 1음료 말씀을 드렸지만은 세 분에서 오셔가지고 '저희가 배가 너무 불러서 그런데 세 잔을 결제를 할 테니 두 잔은 지금 먹고 한 잔은 집에 갈 때 가져갈게요'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 이가혁〉 배려를 하시는 말씀이네요.

◆ 박준영〉 네, 맞아요. 정말 별거 아닌 건데 저희는 또 그런 손님 오면 또 좋죠. 너무 좋죠.

◇ 이가혁〉 부산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계시는 박준영 사장님, 손님의 따뜻한 인사 한마디에 그래도 장사하길 잘했다고 생각하신다고 합니다. 바쁜 아침 이렇게 연결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박준영〉 고맙습니다.
 
 
 
[인터뷰] 2시간 자리 비운 카페 손님, 돌아와서 "기지배가"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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