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태원 참사 책임으로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참사 당일 구청 직원들을 대통령 비판 전단지를 떼는 데 동원한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최근 용산구청이 구청장이 뽑은 주민평가단을 통해 문제가 있어 보이는 정당현수막은 떼어낼 수 있게 하는 조례안을 만들었습니다. 이걸 놓고 대통령 비판 현수막 등을 미리 검열하려는 게 아니냔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김안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11월 용산구에서 열린 농구대회 현수막에 별모양이 보입니다.
이태원 참사 추모 상징입니다.
[용산구 농구협회 관계자 : (희생자들을) 잠깐 안치시켰던 체육관에서 여는 대회니까. 거기에서 처음 열리는 구청 대회였거든요.]
하지만 대회 당일엔 별 대신 용산구청 마크가 들어갔습니다.
[용산구 농구협회 관계자 : '구청장님 오시는데 불편하시지 않겠냐.' 그래서 빼라고 이야기했던 거죠.]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책임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특히 재판에서 공무원들에게 참사 당일 인파 관리가 아니라 '대통령 퇴진' 같은 전단지를 수거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용산구가 구청장이 뽑은 주민평가단이 정당현수막을 관리하는 조례안을 만들었습니다.
혐오나 비방, 모욕 등을 조장하는 내용이 있으면 현수막을 떼어낼 수 있게 했습니다.
[백준석/용산구의회 민주당 원내대표 : 이게 가장 나쁜 거예요. 뭐냐면, 구청장이 본인한테 올 비난을 평가단으로 피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어요.]
행정안전부는 지자체가 정당 현수막을 제한하는 조례가 상위법에 어긋난다며 행정소송도 냈습니다.
[백준석/용산구의회 민주당 원내대표 : 보다 더 법률이 보완되고, 제도적으로 어느 정도 숙성된 이후에 그다음에 이 조례가 필요하지 않을까…]
용산구청은 "평가단은 공정하게 뽑을 것"이라며 "이들의 활동에 구청장이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평가단을 구청장이 뽑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청장이 뽑은 주민평가단이 정당현수막 내용을 심사하겠다는 지자체는 용산구가 처음입니다.
[영상디자인 조영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