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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내년부터 카데바 확보 어렵다?

입력 2024-06-14 10:43 수정 2024-06-1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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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인력, 재정에 대한 투자 없이 의대 정원만 늘어나면, 의대 교육의 붕괴는 물론 그에 따른 부작용은 과거 의대 폐교 사태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 카데바 확보는 가능한가? 나아가 의료시스템을 살리겠다고 시작한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오히려 질 떨어지는 교육을 받은 의사 양성으로 인해 결국 국민들만 피해보는 것이 아닌가?”

(10일, 대한의사협회 보도자료 '정부의 대책없는 의대 교육안 발표에 심히 우려')

대한의사협회는 18일 진료거부를 포함한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는 18일 진료거부를 포함한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대 교수들이 오는 18일 전면 휴진을 예고했습니다.

정부와 의협 모두 배수진을 친 상황에서 사이에 낀 환자들의 불안만 더 커지고 있습니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는 지점은 '교육의 질'입니다.

정부는 “정원이 늘어났다고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9일, 한덕수 총리 기자회견)이라고 주장하고, 의협은 “의대 정원이 갑자기 늘어나면 교육이 불가능해 부실 의사를 양산할 것”(10일, 의협 성명)이라고 반박합니다.


교육의 질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선 교수 등 교직원, 교육 시설 등 이른바 교육 인프라 확충이 중요합니다.

양측의 견해차가 있지만 시간과 돈(예산)을 충분히 투자하면 해결될 문제들입니다.


하지만 다른 게 있습니다.

해부학 연구목적으로 기증된 시신, 즉 카데바(Cadaver)입니다.

정부는 '현재도 충분하다'지만 학계는 '지금도, 앞으로도 부족하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국내 의대들은 카데바를 100% 기증받아 확보합니다.

본인 또는 유족이 의학과 치료법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숭고한 마음을 담아 내린 결단 덕입니다.


JTBC 팩트체크팀은 시간과 돈으로 해결하기 어렵지만 교육의 질과 밀접하게 연결된 의대의 카데바 확보 문제에 대한 양측의 주장을 따져봤습니다.

① 카데바는 충분한가? vs 부족한가?

지난달 24일 의사 집단 행동에 대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의사 집단 행동에 대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1년에 기증되는 카데바 수가 약 1200구 정도다. 의과대학에서 활용되고 있는 카데바 수는 800구 정도이며 400구가 남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박 차관 발언의 근거는 JTBC가 보건복지부를 통해 입수한 용역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22년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은 김인범 가톨릭의대 해부학과 교수 등은 '시체 기증 활성화를 위한 연구'(2023.2)에서 "국내 시체 기증 현황 조사 결과, 현재 국내의 시체 기증은 연간 약 1,000 ~ 1,100구가 수급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2023년 국내 각 의대, 치대, 한의과대 등 총 62개교(모집인원 4360명)에서 필요한 시신으로 환산하면 연간 872구"라고 밝혔습니다.

박 차관의 설명대로 연구와 수업에 활용되고 있는 카데바가 기증받은 수보다 적었습니다.



'시체 기증 활성화를 위한 연구'(2023.2) 보고서 중 최근 5년간 평균한 연간 대학별 시체 수급수

'시체 기증 활성화를 위한 연구'(2023.2) 보고서 중 최근 5년간 평균한 연간 대학별 시체 수급수

그런데 좀 더 세밀히 보면 대학별 편차가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톨릭의대는 1년에 평균 318구를 기증받았지만 가톨릭관동의대는 4구에 그쳤습니다.


조사 대상 37개 대학 가운데 연평균 30구 이상 기증받은 대학이 6곳(카톨릭의대, 경희의대, 고려의대, 부산의대, 전남의대, 성균관의대)이었고, 절반 이상(21개대, 57%)은 12구 미만에 불과했습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사진=연합뉴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현재 지역 의대 상황을 볼까요.

# 사례 1 : 충북의대

현재 49명인 충북의대 정원은 내년에 125명으로 2.5배가 됩니다.

충북의대가 기증받는 시신은 한 해 평균 15구.

올해 해부학 수업에는 학생 6명당 시신 1구를 활용했습니다.

수업에서 9구, 레지던트 교육까지 포함해 총 카데바 10구를 이용했습니다.

향후 증원 등을 통해 수업 인원이 76명(150%)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6대 1의 실습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 15구의 기증 시신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갑자기 기증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없습니다.

손현준 충북의대 해부학과 교수는 JTBC에 "수업 인원이 지금의 3배가 되면 카데바 수급도 학생수에 맞춰 늘어야겠지만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질 높은 교육을 담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 사례 2 : 가톨릭관동의대

가톨릭관동의대 역시 49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나는데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학교에 기증된 시신은 지난해 3구, 올해 5구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올해 해부학 수업은 12명당 1구로 진행됐습니다.

예정대로 학생이 2배로 늘면 24명당 1구로 해부학 수업을 할 수 있습니다.

김호정 관동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는 "지방 사람들이 서울에 기증하려는 경우도 많다"며 지방 의대 상황이 특히 열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내년 40개 의대 입학 정원은 3058명에서 1509명이 추가로 늘어납니다.

서울 지역 8개 의대는 정원 변동이 없습니다.

지역 32개 의대 중 현 정원 대비 100% 이상 늘어난 의대는 15곳이고,

이중 연 30구 이상 카데바를 확보해 온 성균관의대를 제외하고 14개 지역 의대에서 증원 수 대비 카데바 확보 어려움으로 교육의 질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얘기입니다.

▶아주의대(175%) ▶차의과대(100%) ▶인하의대(145%) ▶가천의대(225%) ▶가톨릭관동의대(104%) ▶동국의대(145%) ▶대구가톨릭의대(100%) ▶동아의대(104%) ▶울산의대(175%) ▶단국의대(100%) ▶충북의대155%) ▶건국의대(150%) ▶건양의대(104%) ▶을지의대(150%)


② 카데바, 대학간 이동ㆍ해외 수입 가능한가

대한의사협회와 빅5병원, 의대교수협의회는 18일 집단 휴진을 동반한 총파업을 예고했다. [사진 중앙DB]

대한의사협회와 빅5병원, 의대교수협의회는 18일 집단 휴진을 동반한 총파업을 예고했다. [사진 중앙DB]

카데바를 다른 대학으로 보내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합니다.

'시체 해부 및 보존 등에 관한 법률'은 해부할 수 있는 사람의 자격과 시신을 이용한 연구 장소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법 9조는 ”인체 구조를 연구하기 위한 시체 해부는 의과대학에서 해야 하며, 시체를 이용한 연구는 유족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유가족이 쓰는 '시신기증인 가족 동의서'는 해당 의대에 시신과 권리를 양도한다고 돼 있습니다.

특히 해부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시신을 기증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해당 대학에서 받은 치료나 종교 등 사연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합니다.

박 차관은 지난 3월 브리핑에서 ”제도 개선을 해도 카데바가 부족할 경우 수입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해 ”시신은 사고 파는 물건이 아니다“라며 의사들의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다만 확인 결과 현행법상 카데바 수입이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보건복지부는 JTBC에 현재 신체의 일부가 외국에서 수입되고 있고, 검역상의 문제가 있지만 시체해부법에 저촉되진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시신 기증에 대한 국민 정서와 달라 실제 추진까지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③ 카데바 확보 해법 없다?


의대 증원은 당장 내년부터 시작됩니다.

카데바 확보 해법 없을까요?

정부는 카데바 확보에 대해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정부가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현행 시체해부법 9조의 2, 9조의 4 등에서 시체의 일부는 연구 목적으로 이전이 가능하도록 해 놓은 데서 용어 변경을 통해 시신(시체)을 이전할 수 있도록 검토 중에 있다. 기증자 및 유족의 동의 전제를 고려할 예정"이라는 겁니다.

공청회를 통해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본격적인 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법 개정이 쉽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선 그동안 간과돼 온 문제를 하나 짚었습니다.

"내년에 늘어나는 의대생들은 예과 1학년입니다.

해부학 수업은 주로 본과 1학년에 배치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카데바 확보 문제 등 전체적으로 제도를 보완할 계획입니다."

카데바 이용해 돈 받고 교육?
카데바(해부용 기증 시신) 온라인 교육 광고 [사진 업체 홈페이지 캡처]

카데바(해부용 기증 시신) 온라인 교육 광고 [사진 업체 홈페이지 캡처]

가톨릭 의대 응용해부연구소가 운동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카데바를 활용한 온라인 강의를 연 사실이 지난 10일 알려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조사에 나선 보건복지부에 적법성 여부를 확인해 봤습니다.

① 카데바 온라인 교육 가능한가?


시체해부법이 온라인 교육을 제한한 것은 아닙니다.

법 2조는 '해부학ㆍ병리학ㆍ법의학을 전공한 교수ㆍ부교수ㆍ조교수가 해부하거나 자신의 지도하에 전공 학생에게 해부하게 하는 경우는 가능하다'고 명시해 해부 시술자의 자격을 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법 17조 '시체에 대한 예우' 조항에서 시신에 대한 적절한 행위로 볼 수 있는가는 해석의 여지가 있습니다.

최근 경희 의대, 제주 의대 등에서 해부학 실습을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등의 기술로 대체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점, 보건 의료계에서 참관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온라인 교육 자체를 문제 삼기 어렵다고 정부는 보고 있습니다.

② 60만원 받고 교육, 법률 위반?

수익을 거두기 위해 기증 시신을 이용한 교육을 했다면 문제가 됩니다.

시체해부법은 교육 및 의학 연구에 기여하기 위한 해부만 허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시체해부법 1조)

카데바 온라인 교육비는 60만원이었는데, 조사 결과 해당 비용은 카데바를 포함한 연수 전체 비용이었으며 수익과는 관련이 적은 것으로 정부 측은 판단했습니다.

다만 복지부는 가톨릭 의대 온라인 교육은 해당 강사가 조교수에 임용되기 전인 박사 신분인 점 등이 확인돼 위법성 여부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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