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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8살 민수네 가족에 찾아온 비극…끝나지 않는 '고엽제 3세' 피해

입력 2024-06-10 20:01 수정 2024-06-1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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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베트남전이 끝난 지 50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참전용사들이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들, 딸에 이어 손자, 손녀에게까지 고엽제 피해가 대물림되는데, 8살 아이의 다리뼈가 괴사하거나 중학생 아이가 유방암으로 숨지는 일도 있습니다.

최광일 PD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슈퍼맨 딴다라 따라라라.]

슈퍼맨 옷을 입은 아이가 해맑게 뛰놀고 있습니다.

먹성 좋고 누구보다 건강했던 민수 군의 5살 적 모습입니다.

[천천히 먹어.]

2년 전 민수 군에게 갑작스레 병마가 찾아왔습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뼈가 괴사해 다리를 쓸 수 없게 되는 무서운 병이었습니다.

좋아하던 슈퍼맨 놀이도, 놀이터 나들이도, 이제는 하지 못합니다.

[민수(가명)/고엽제 3세 피해자 :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요 {다리가?} 네.]

무혈성 괴사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의심되는 병입니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인 할아버지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병상에 누워있고, A 씨 역시 말초신경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같은 해 민수는 심한 지적 장애 판정까지 받았습니다.

[A 씨/고엽제 2세 피해자 : 정말 이거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다리가 그렇게 된다고 하니까… 이게 그냥 감기처럼 지나가는 게 아니잖아요. 너무 살기가 싫었어요. 아이가 이런 상황에 놓여진 게… 저도 몸이 아픈데…]

베트남 참전 용사인 이용우 씨는 2년 전 끔찍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용우/베트남 참전용사 : 우리 손녀딸이 중학교 2학년 때 할아버지 월남 갔다 왔다고 장한 할아버지라 하고 막 이랬는데, (그 애가) 갑자기 암이래요.]

말초신경계 장애가 있던 이 씨, 척수 뼈에 장애가 있던 아들에 이어 중학생이던 손녀에게 유방암이 발병한 겁니다.

[이용우/베트남 참전용사 : 수술을 다섯 번 항암치료를 2년간 해가지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세상을 떴어요.]

2019년 입원환자 4만 7여 명 가운데 10대에서 유방암이 발병한 경우는 단 2건에 불과하고,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더 적습니다.

[이용우/베트남 참전용사 : 그게 만약에 (원인이)고엽제라면 우리 아들 딸들이 아버지를 얼마나 원망할 겁니까? 차라리 아니었으면 좋겠어.]

지금까지 고엽제 2세 피해자 모임에 3세 피해로 접수된 인원은 21명입니다.

모임 대표 김지우 씨의 딸 역시 어머니와 같이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앓고 있습니다.

[김지우 /고엽제 2세 피해자 모임 대표 : (딸이) 피임약을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하고) 일단은 원인을 모르니까…]

베트남의 연구에 따르면 고엽제 피해자의 자녀는 일반인 자녀에 비해 지적 장애 확률이 15배, 생식 합병증 확률이 13배입니다.

[임종한/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고엽제 후유증이) 다세대라 해서 2세뿐만이 아니라 세대를 넘기면서 주로 선천성 기형이나 다른 질환들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트남에선 3세들을 위한 재활시설이 운영 중입니다.

[김남훈/베트남 고엽제 협회 HOAVAVA 소장 : (베트남 고엽제) 1세대 환자 수는 300만 명 이상, 2세대 환자 수는 15만 명, 3세대 환자 수 3만 5천 명…]

미국에서도 관련된 문제 제기가 언론과 연구기관 등을 통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 국가보훈부는 유의미한 사례가 확인되면 역학조사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리서처 허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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